손으로 무언가를 만들 때, 나는 가장 나다워진다

by 선민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알게 됐다.

나는 손이 바쁠 때 마음이 조용해진다는 걸.


꽃을 고르고, 줄기를 정리하고, 묶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손에 닿아 있는 감각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 시간이 나에게는 오래전부터 익숙한 방식이었다. 다이어리를 꾸미고, 팔찌를 만들고, 한때는 모형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던 사람이라는 걸, 나는 잠시 잊고 지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시간들은 사치처럼 느껴졌다. 바쁘다는 이유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들을 하나둘 내려놓았다. 대신 생각하고 판단하고 맞추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 무렵의 하루는 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나는 점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퇴사 후 처음으로 꽃시장을 혼자 찾았던 날이 아직도 선명하다. 목적 없이 서서 꽃을 고르고, 줄기를 만지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라앉았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결과를 남겨야 한다는 부담도 없이 그저 손이 하는 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꽃을 꽂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이렇게 나를 회복하는 사람이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 때, 나는 생각보다 감각에 가까워지고 조급해지지 않는다. 비교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문다.


요즘 나는 다시 사부작거리는 시간을 일상에 들이고 있다. 아직 이 시간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이 시간들은 나를 소모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잘 사는 법보다 나에게 맞는 하루를 선택하는 일이 먼저라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이 글은 그 과정의 한 장면이다.

아마도 나는 이런 식으로, 손으로 만들고 생각을 정리하면 계속 써나가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