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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상품 좋아하던 MD가 서비스 기획자가 된 이유

MD되고 싶다 노래를 부르던 경영학 전공자가 서비스 기획자가 된 이야기

오랫만에 다시 시작한 브런치에서

커머스 서비스의 트렌드나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저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쓰다보니 너무나 긴 글...)


브런치 소개글에 MD출신 커머스 기획자라고 저를 소개 했지만, 왜 전업(?)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의 댓글을 보고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셨던 또는 하고 계신분들이 많으신것 같아 글 재주가 없는 저이지만 그분들께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써 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질문해 주시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도움 드리고 싶습니다.


MD였던 커머스 서비스 기획자

저는 10여년간 중소기업과 대기업에서 온라인 커머스 관련 일을 했습니다.

제가 함께 일하거나 모임 등을 통해 만난 서비스 기획자 중에 MD, 개인 사업, UX디자인, 개발 업무를 하시다가 서비스 기획자가 되신분들을 종종 만났었습니다.

이전 경험이나 성향에 따라 묘한 특징이 있습니다. 이건 다른 콘텐츠로 얘기 해 볼게요~


그렇다면! MD의 경험이 커머스 서비스 기획에 도움이 될까?

제 경험으론 YES!!입니다. 커머스 서비스 기획자로 10여년 일 하고 느낀 서비스 기획자의 필수 역량, 역할은

아래와 같습니다. (개인 피셜 입니다.)

1) 수익과 가치를 창줄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능력 (비즈니스 마인드, 요구사항 분석)

2)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고 이해관계자(고객, 유관부서, 의사결정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능력

3) 서비스와 상품의 목표와 목적에 맞는 데이터를 설계하고 읽는 능력

기타) 나의 상품과 서비스를 향한 집착과 애정 (이건 때론 지나치면 독이 되더이다..)


눈치 채셨나요? 1)~3) 심지어 기타)도 MD의 역량과도 닮아 있습니다.

서비스 기획자로서 일 하면서, 주위 동료, 상사, 협력사분들께 들었던 이야기 중에 제일 기분 좋았던 이야기는 "비즈니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쇼핑이나 서비스가 정말 좋아서 일 하는 사람 같다는 말 이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래 글로 슬슬 풀어 보겠습니다.


내가 MD가 된 이유 - 상품을 너무 사랑해서

MD라는 직업을 알게 된건 고등학교시절 입니다. 당시는 닷컴 기업들이 생겨나고 야후.. (음... 몇살인거야?)

저는 학창 시절부터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쇼핑을 좋아했고, 상품을 좋아했습니다.

"니가 사는건 나도 꼭 사고싶더라"라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들었고, 새로운 상품이나 잊혀진 상품들을 주위에 소개하는 것에 굉장한 뿌듯함이었고 가장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공부를 그렇게 할껄..)

그래서 이런 나의 성향을 직업으로 만들 순 없을까? 인터넷 서칭을 해 봤고, MD, Merchandiser 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경영학과로 전공을 택하고, MD 아카데미(당시 온라인, 홈쇼핑 MD, 마케터 분들이 강의를 해  주시던 사립 교육 기관입니다.)에서 7개월간 교육을 받았고, 전자상거래관리사, 유통관리사 자격증을 취득 했습니다.

학교 수업은 빠져도 MD 아카데미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낮엔 이케아 벤더에서 상품등록 및 상품정보 번역, 그외 잔심부름을 하는 보조MD 알바를 했고 새벽엔 친구와 동대문 시장을 새벽마다 돌아다니며 쇼핑몰 할 아이템을 찾아 다녔습니다. (철없음. 뭐든지 내가 팔면 대박나겠지? 생각했던 시절)


어린 나이에 맹랑하게도 "나는 준비된 MD야", "회사에서 월급 받으면서 상품과 사업에 대해 배우자! 그리고 나의 종합 쇼핑몰을 해 보자!"라고 생각 했습니다.


내가 MD를 그만둔 이유 - 상품(+플랫폼)을 너무 사랑해서

MD라는 직업이 참 매력적인 일 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어려운 직업 입니다.

그래서 MD가 아닌 서비스 기획 업무를 선택한 이유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입니다.


1. 어느 순간 MD 업무를 즐기지 못하는 저를 발견 했습니다.

경쟁사몰에 안파는 상품을 스스로 발굴하고(공장/산지에 전화하고 찾아가던 시절), 장점을 최대화 해서 상품을 보여주고 판매하는 것이 (상품 상세 페이지, 배너 제작에 다 관여하던 억척이) 무척 재미 있었습니다.

스스로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했고, 쇼핑 노하우를 자사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6개월도 안되서 네이버 메인에 4번 노출 됐고, 제 글을 보고 YTN 라디오에서 섭외 전화도 주셨었습니다.

스스로 대기업 식품/프렌차이즈 제조 마케터에게 전화 해서 상품 협찬을 받아 요리사, 장소를 섭외하여 쿠킹클래스와 사업 설명회를 매달 열었고 참석자분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샵을 홍보 했습니다.

당시 저의 침대 옆에 노트북이 있었는데, 자기전에 매출을 확인 하고 일어나자마자 매출을 봤습니다.

매출에 굉장히 집착 했고(어드민 무한 새로고침) 매출에 따라서 기분이 오락가락 했고, 동료들은 제 표정만 보면 매출의 등락을 알 수 있다 할 정도 였습니다.

저는 샵이었고 샵은 저였습니다.

어느 순간 번 아웃이 왔고 몸은 계속 안좋아졌고, 스트레스는 쌓여 갔고 결국 회사에서 쓰러지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지금은 살집이 있지만 그땐...)


2. 상품 경쟁력과 플랫폼 경쟁력, MD업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MD의 경우 e커머스 초기엔 오프라인의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위한 상품 소싱이 주 업무 였지만.. e커머스 시장이 성장 하면서 상품의 구색은 더이상 쇼핑몰의 경쟁력이 아니게 되었고, 당시 대기업이 주도하는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특가 딜 앱이 전성기를 맞을 때 였습니다. 그래서 협력사와의 협상이 주 업무가 되기 시작 했고 그 당시 저는 개인적으로 그간 생각했던 MD의 역할과는 달라진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e커머스가 종합몰, 카테고리 킬러샵, 전문샵, 소셜샵, 브랜드 샵 등 그 경계가 허물어 졌기 때문에 MD의 상품 기획력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이 듭니다.


3. 의외의 재능을 발견 했습니다.

비즈니스에 대해 파악하고, 문서화하고 프리젠테이션 하는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해 나름 재능이 있었고, 흥미를 느꼈습니다.

MD업무를 하면서 대기업 사이트, 직원몰 운영, 국가기관 사이트 운영 담당 업무를 경험 하면서 서비스 기획 업무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기회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업무 전환이 되었고, 상품의 경쟁력도 중요하시만, 고객의 편의 개선 및 신규 서비스 론칭을 통해 주문 전환율 및 서비스, 플랫폼의 브랜딩 측면의 데이터도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그 다음 회사로 이직을 결심 해서도 서비스기획업무의 기회를 찾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MD가 서비스 기획자가 된 지금은...

커머스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전문적인 경험은 두번째 회사에선 글로벌 브랜드 커머스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기획자를 뽑는 기회가 있었고, 헤드헌터를 통해 제안을 받았습니다.

커머스 플랫폼 구축 신사업 초기 시점에 운 좋게 입사하여, 상품/전시 구조, 주문, 클레임, 회원 등 커머스 처음부터 끝단가지의 full 스펙에 대해 차근차근 배우면서 업무를 시작 할 수 있었습니다. (커머스 플랫폼 초기 부터 성수기까지의 경험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프로젝트 매니징과 데이터 분석 공부를 틈틈이 했고, PMP, GAIQ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협력사의 커스터마이징은 커머스 플랫폼과 브랜드 철학이 잘 어우러져야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사 커머스 서비스(저는 제조 보다는 유통사로 이직을 하고 싶었습니다.)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3번째 회사는 홈쇼핑을 기반으로 하는 커머스 회사의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 기획팀에 입사하여 전시 구조 플랫폼화 프로젝트 및 운영 업무 및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계열사 합병으로 인한 미디어 커머스, 시너지, 미래 전략 기획 등의 업무를 담당 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에서 커머스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덕업일치 중이며 IP, 콘텐츠, 팬덤의 수익화 및 팬덤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새로운 플랫폼의 선두에서 재미있게 일 하고 있습니다.

그간 깊게 접해보지 못한 플랫폼 안으로 들어와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서비스기획자로서 키우고 싶은 역량은 트렌드와 데이터 분석이며, 지금도 스터디하고 적응하는 중입니다.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함께 공유하며 스터디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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