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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R]트렌드 코리아 2025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by 신선

트렌드 코리아 2025, 이제서야 읽다

1년 전에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25』.

『트렌드 코리아 2026』이 나온 시점에, 뒤늦게 지난 해의 트렌드를 펼쳐 들었다.

“이제 와서 2025년 트렌드를 읽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2025년은 나에게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도 많은 변화와 적응의 해였다.


그렇기에 김난도 교수가 말한 10가지 키워드 중 몇 가지가 유난히 마음에 남았다. 2025년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에서 특히 ‘지키다 vs 바꾸다’, ‘옴니보어’, ‘아보하’, 그리고 ‘원포인트업’,에 대해 나만의 생각을 더해 보고자 한다.



0. 서문 – SNAKE SENSE


‘뱀처럼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시대.’ 책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마음에 남은 문장이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변화의 속도를 좇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복잡하고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어떤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와 함께 ‘무엇을 끝까지 지킬 것인가’에 대한 분별력이 중요해진다. 김난도 교수는 “지키느냐, 바꾸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며, 일본은 ‘지키는 쪽’, 한국은 ‘바꾸는 쪽’이라고 말한다. 그 대목에서 한참을 멈춰 생각했다. 나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새로움과 변화를 좋아하지만, 익숙한 것들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 나.
그렇기에 ‘지킨다’는 건 무조건 붙잡는 게 아니라, 지혜롭게 바꾸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책은 단순한 ‘트렌드 예측서’가 아니라, ‘변화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을 묻는 책이었다.




1. 옴니보어 – Omnivores


사전적으로는 ‘잡식성’을 뜻하지만,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의 의미는 좀 더 확장된다.

한 가지 문화나 취향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소비자.

음악, 패션, 여행, 식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사람들은 이제 집단의 취향이 아닌 자신의 감각과 경험을 기준으로 세상을 고른다.


돌아보면 나는 이런 흐름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살아온 편이다. 내 삶은 전형적이고 안정적인 궤도를 따라왔고, 소비의 방식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시기, 그 나이에 어울리는 선택을 해왔을 뿐, 특별히 실험적이거나 독창적인 소비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케팅과 영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옴니보어적 소비자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결정적인 변수다.

이제 소비자는 ‘나이’나 ‘성별’ 같은 전통적 기준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그들은 ‘무엇을 경험했는가’,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가’로 자신을 규정한다.


얼마 전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촌동생과 술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을지로의 카페를 오픈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감각적인 분위기를 만든 구축했는데, 자연스럽게 손님 대부분이 20대 중반 여성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특별히 의도한 마케팅 전략은 아니었지만, 그 공간은 자연스럽게 트렌디한 감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교차점이 되었다.


이 사례는 하나의 사실을 시사한다.

이 시대의 소비는 ‘누구에게 파느냐’보다 ‘누가 공감할 것인가’를 아는 감각에 달려 있다.

즉, 정해진 세그먼트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집단을 ‘읽어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옴니보어의 시대에 성공적인 시장 접근은 정밀한 분석보다도 미세한 공감의 감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2. 아보하 – 아주 보통의 하루

2018년 『트렌드 코리아』의 키워드는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25년의 키워드는 ‘아보하 (아주 보통의 하루)’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 나섰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저 평범하고 흔한 하루의 안정감을 원한다는 뜻이다.


‘소확행’이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행복이었다면, ‘아보하’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나에게 집중하는 행복이다. 소확행이 “보여주는 삶”이었다면, 아보하는 “나로 돌아오는 삶”이다.


나 역시 가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다. 여행지 풍경, 예쁜 카페, 그날의 하늘.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게시물들에 점점 실증을 느낀다. 다른 사람들의 반짝이는 일상 속에서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비어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오히려 핸드폰을 내려놓고 싶다.


예전에는 ‘캘리그래피’로 나를 표현했다면, 요즘은 ‘필사’를 하며 나를 다독이는 시대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하루가 아니라, 나에게 집중하는 하루. 그게 바로 지금 시대의 ‘행복의 방식’인 것 같다.

결국 아보하는 ‘거창한 행복의 기록’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오늘을 있는 그대로 살아내는 용기를 말하는 것 같다.




3. 원포인트 업 – One Point Up

요즘 세상은 정말 빠르다. AI 기술이 생활 깊숙이 들어오면서 모든 것이 편리해졌지만, 가끔은 속도에 밀리는 느낌이 든다. 무언가를 배우기 전에 또 다른 것이 등장하고, 어제 익힌 기능이 오늘은 낡아버린다.


그래서 나는 요즘 ‘원포인트 업’이라는 키워드에 공감한다.

거창한 목표보다 도달 가능한 수준에서의 작은 성장, 큰 변화를 시도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나만의 개선. 그게 지금 나에게 필요한 속도다.


작은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며, 나만의 ‘벨류 업(value up)’을 만들어가는 것.

이 시대의 경쟁은 거대한 혁신보다, 꾸준함의 미세한 차이에서 결정되는지도 모른다.

『트렌드 코리아 2025』가 말하는 ‘원포인트 업’은 결국 “현실 가능한 자기 혁신”이다.


모두가 혁신을 말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변화’를 포착하는 일. 그게 바로, 나를 지키면서도 바꾸는 균형의 시작 아닐까.



마치며....

이 책을 읽은 시점이 2025년의 끝자락이라는 점이 오히려 좋았다.
유행이 지나간 트렌드가 아니라, 그 트렌드가 내 삶 속에서 어떻게 스며들었는가를 되짚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키다 vs 바꾸다’라는 주제는 단순히 사회나 시장의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나’의 이야기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이 질문을 한 해의 끝에서 나 자신에게 던져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트렌드를 읽는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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