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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Jun 25. 2024

무대에 선다는 것

가끔 공연 보러 가십니까?

  나는 혼자서 노래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것도, 듣는 것도 좋아해서 합창단을 계속해왔다. 예전엔 단원도 많았고, 일 년에 한 번 정기연주회 준비로 다른 것에 눈 돌릴 틈이 없었다. 그러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도 빠져나가고, 정기연주회 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럴 즈음, 지휘자님이 다양성을 선택했다. 오페라무대나 행사무대에 참여해 보자고 했다. 우리 합창단은 남녀 혼성이라  맡을 자격도 되었다. 사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노래 그 자체만으로도 좋으니까, 다양한 경험까지 하게 되니 더불어 활력도 생겼다.


  오페라무대에 서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노래만 해서는 안되고, 단체로 하는 군중의 연기이니 호흡을 잘 맞춰줘야 했다. 나처럼 뻣뻣한 사람은 대략 난감이긴 했다. 극에 맞는 분장을 하고, 의상을 입어야 하고 그에 맞는 연기도 해야 했다. 극이 주인공 위주로 돌아가지만 합창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오페라에서 합창은 극의 배경을 형성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이다.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 정기공연에선 나이 많은 사람도 있어 일단 악보를 펴 놓는다. 하지만 오페라무대에선 완전 암보다. 몇십 번을 불러도 쉽게 외워지지 않아 고생했다. 춘향전, 메밀꽃 필 무렵, 왕산 배비장전등에 출연했다.



  그러면서 주인공들의 공연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서도 많이 느꼈다. 대사들을 완벽하게 외우고, 노래하고  거기다 연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경외심이 든다. 무슨 일이든 심취하지 않고 되는 일이 없지만, 공연무대는 그날 단 몇 시간으로 판가름 나는 일이라, 연습에 연습을 몰두한다. 

 그리고 또 혼자 하는 일이 아니고, 상대가 있으니 같이 호흡을 맞춰야 하고, 전체 흐름에 같이 녹아들어 가야 하고 분위기 파악도 해가면서 하다 보니 다재다능해야 한다.


  그뿐인가, 연출가부터 기획하시는 분들, 무대 장치며 조명하시는 분등 얼마나 다양하게 파트가 세분화되어있는지, 참여해 보면서 많이 놀랬다. 각자의 역할들을 충실히 다 해주어야 완벽한 무대가 된다. 무대에 나서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소리없이 보조를 맞춰주고 준비해주는 스텝들이 얼마나 많은지! 의상이며 소품이며 챙겨야 할것이 무지 많았다. 또 그분들의 역할이 소중하다는 것도 다시금 알게되었다. 

  무대 뒷편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다. 어떻게 무대가 바뀌고 설치되는 지도 볼 수 있었고 그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아량도 배웠다. 한사람이라도 실수가 용납이 안되는 일이라, 하고 또하고완벽을 기한다.


  올해 드디어 5년만에 여덟번째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봄날은 간다.’ 코로나이후 처음 갖는 연주회이니만큼 지휘자님이 큰 그림을 그리고 세밀히 색을 입혀주셨다. 우리또한 임하는 자세가 달랐다. 그냥 정기연주회만 계속 했으면 못 느꼈을 감사함이 가득하고 서로 배려하고 먼저 챙겨주었다. 

 공연을 보러 와 주신분들, 완벽한 무대가 되도록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어린 사랑을 보낸다. 무대에 선다는 건  마법이다. 그간의 땀과 눈물과 웃음이 믹서되어 벅찬감동으로 관객의 가슴에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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