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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간다꾸띠

근본여래향실

by 김미희건이나비

‘물간다꾸띠’는 물(mula, 뿌리 근본)+간다(gandha,향기)+꾸띠(kuti, 오두막)의 합성어이다. 붓다가 첫 안거(비가 많이 와서 다니지 못하고 한 곳에 머무르는 것)를 보낸 곳에 세워진 붓다의 거처이다. 많은 신도가 붓다께 꽃과 향을 가져와 올려서 항상 향기가 났기 때문이다.

인도 사르나트란 곳에 물간다꾸띠(근본 여래 향실)가 있고, 다른 곳은 그냥 간다꾸디(향실)로 부른다. 순례하러 가서 처음 도착한 곳이 바라나시이고 바로 근처에 사르나트가 있어 가장 먼저 방문한 성지이다. 향을 좋아하고 향기에 관해 공부하고 있는 내게는 의미 있는 곳이었다.


인도 성지순례 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예불드렸다. 그저 뜻도 잘 모른 채 외워서 절했는데 이번에 법륜스님께서 알려주셨다. 인도의 전통 방식에서는 공양 올리고 기도할 때 촛불을 켜고 향과 차를 올리는데, 붓다는 가장 큰 공양이 ‘여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 정진하는 것’이라 말하셨다.

그래서 예불분에서는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이라는 문구가 처음 등장한다. 계향은 사람이 하는 행위가 원만하면서 도덕적인 삶을 실천하고 마음을 맑게 하여 인격의 향이 나야 한다는 뜻이다. 정향은 선정의 향으로 고요한 내면의 평정심을 수행자의 덕으로 보고, 혜향은 지식보단 지혜의 향이다. 해탈향은 모든 속박과 집착에서 벗어나고, 해탈지견향은 해탈한 후 그 상태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아는 지혜를 뜻한다.

물리적인 향이라기보단 수행의 길을 상징하는 향이라 할 수 있다. 향이 식물에서만 나는 것이 아니라 인격의 향기가 나는 수행자가 되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인도인들은 꽃을 정말 많이 쓰는데, 성지에는 어디든 꽃이 많이 올려져 있고 대부분이 메리골드와 연꽃이었다. 아마도 다녀온 계절이 1월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수자타 아카데미’라고 법륜스님께서 인도에 만든 학교에 우리 순례단이 도착했을 때도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머리 위에는 꽃을 뿌려주었다. 내 몸에서 꽃향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향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굳이 향의 역사를 따지지 않더라도 이집트의 무덤에서 발견된 향로에서 몇천 년이 지났는데도 향기가 나서 다들 놀랐다 하지 않는가? 또 클레오파트라는 향을 자유자재로 썼다고 한다. 특히 장미꽃잎을 5센티미터나 바닥에 깔아서 안토니우스를 유혹한 이야기와 향수를 외교에 잘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폴레옹 또한 아내 조세핀을 위한 특별한 향수를 만들게 해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도 했고, 네로황제는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애도하느라 일 년 치 사용할 비싼 장미향유를 하루 만에 다 소진했다는 등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그렇게 향기는 늘 우리의 후각을 자극해 왔다.


지금도 향기의 인기는 여전하다. 백화점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진열된 상품도 향수와 화장품이고 호텔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숲 속 향으로 후각을 터치해서 마케팅한다. 우리도 돌아보면 향기 속에 묻혀 지낸다. 기분도 바꿔주고 자연에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지 우려되는 것은 자연의 향기와 지내야 하는데, 주위에 인공 향이 너무 번져있어 걱정이 된다. 그 예전부터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천연의 향기로부터 위로와 힐링을 얻고, 자연스럽게 향기가 묻어 나오는 간다꾸띠처럼 우리의 인격에도 좋은 향기가 배어 나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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