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화하기 그리고 자유하기
머릿속을 부유하는 형체 없는 생각들을 입밖으로
내뱉어 볼 수 있는 대상이 있는가?
나의 남편은 상담학 같은것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범하는 ‘인지적 오류’를 기가 막히게 잡아낸다.
예리한 질문으로 내 생각의 매듭을 풀기도 하고.
하긴 오랫동안 나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을테니까.
뒷끝이 긴 아내에게서 살아남은 내공이랄까.
문득 예전의 나를 떠올려 본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수다를 떨기 위해 일부러 약속을 잡고
전화를 붙들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기운도 없는 갱년기의 중간기다.
그런데 참 역설적이게도 관계에 힘을 뺄수록, 애써 타인에게 나를 설명하려 하지 않을수록
인간관계는 오히려 담백하고 좋아진다.
물론 쏟아내지 못한 마음을 일기로 달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효과적인 건 남편 앞에서
‘진상’ 한 번 제대로 부리는 것이더군.
나는 그것을 '진실성'이라고 부른다.
억울하다고 소리치고, 울고, 아이처럼 떼를 쓰고 나니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받아주는 남편있어 좋겠다고 제발 부러워하고 돌아서지 마시라.
유일무이 당신만의 인생에서 이런 비교는 유익이 없고 분명 나에게 없는 당신만의 ‘자원’이 있을 것이니.
다만 너무 오래 쓰지 않아 녹슬고 어색해진 것뿐일것이다. 꺼내어 닦고 다시 사용해 보길.
나 역시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음껏 떼를 써본 것이니까.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뒤,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땡강 금지야.”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내게도 숨 쉴 구멍이 필요했나 봐."
갱년기 중간기를 지나는 지금, 먹고 싶은 건
여전히 많은데,
화낼 기운은 점점 빠지고 있어 고맙다.
이 속도라면 10년 뒤의 나는 굳이 이런 식으로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
꽤 더 많이 평온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믿어진다. 믿음은 언제나 이긴다.
#내 마음의 인지적 오류를 잡아 주는 사람
#화낼 기운은 없어도 먹고 싶은 건 많은 10년 뒤의 나에게
#언어화하기=진실성있게 떼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