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 생존일기1. 부끄럽다!

by 해돌

오늘은 스스로 너무 부끄럽지만 배울 점이 많은 하루였습니다!




1. 맨몸 스쿼트로 마주한 헐벗은(?) 나


오전에 맨몸 스쿼트(풀 스쿼트) 100개를 했습니다.

마치 절에서 108배를 하듯이, 한 개 한 개 동작을 정성을 들여 했습니다.


발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힘으로 기립 정렬(익스텐션)을 하고,

엉덩이와 배를 서로 미세하게 역방향으로 밀며 복압을 단단히 채우고,

발바닥에 온 무게를 보내며 천천히 앉았다가 힘차게 일어나기!


스쿼트는 저에게 가장 자신 있는 운동 중에 하나이지만, 이렇게 맨몸 스쿼트 100개를 채운 것은 처음입니다.

바벨 스쿼트와는 또 다르게 허벅지가 팽팽하게 차오르는 걸 느꼈습니다.


100개 자체는 대단히 많은 개수라고 할 수 없고 어떻게든 해낼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쉽게 해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상당히 힘이 들었습니다.

개인PT 시간에 역도화를 신고 바벨 스쿼트 무게를 올리던 기억에 취해, 저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운동을 수행하며 자극을 느끼는 저를 보면서, 회사라는 간판 없이 세상을 마주하는 지금의 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 밖의 생활은, 맨몸운동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덧)

이렇게 스쿼트 100개를 하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만큼의 짧은 시간도 저에게 온전히 집중해서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언제든지 할 수 있었는데, 왜 하지 못했을까요? (그건 아마, 이전 글에 썼던 것처럼 "딱 월급에 맞춘" 생활 탓이 아닐까 합니다.)




2. 주차장에서 생긴 일


오후에는 바깥에 볼 일이 있어 차를 끌고 나섰습니다.

사설주차장에 주차를 하였는데 공간이 협소하고 차량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어찌저찌 주차는 무사히 마쳤는데, 차를 빼서 나가는 길에 그만 옆차의 앞 범퍼를 살짝 긁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아주 경미한 수준의 사고였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서 저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주차장 관리인 아저씨가 나와서 뭔가 웅얼거리고 삿대질을 하니 더욱 신경이 쓰이고 짜증이 났습니다.

제가 잘못을 했으니 화를 낼 수도 없었고, 원만하고 매끄럽게 해결을 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당장 보험 접수를 하려고 했는데 차 안에서 보험증서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급하게 인터넷으로 고객상담 대표번호를 검색해 보았지만, 당장 편리하게 검색이 되지 않고 신규 가입 절차를 안내하는 창들만 떴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상담 연락처를 확인해서 보험을 접수하고, 그 사이에 옆차 차주 분이 오셔서 전후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드렸습니다.

차주 분은 슬쩍 긁힌 부분을 보면서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하시며, 급하게 가야 하니 보험 접수만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허비한 시간이 30분 이상.

명색이 변호사라는 사람이, 이만한 일로 당황하고, 보험증서도 제대로 못챙겨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지요.)

의뢰인은 얼마나 황망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변호사를 찾아왔을지를 새삼 떠올리며, 저는 그동안 얼마나 그 마음을 헤아려 왔을지 부끄러웠습니다.




3. 하나하나 정성을 다하기


저녁에는 퇴근해서 돌아오는 아내와 함께 먹을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메뉴는 비빔밥과 삼겹살입니다.


동그란 그릇 가운데에 밥을 얹고, 밥을 둘러싸고 나물 두 종류와 잘게 자른 김, 상추를 올려놓습니다.

삼겹살은 한 점 한 점 노릇노릇 구워서 접시에 차곡차곡 쌓고, 동그란 뼈는 세심하게 잘라냅니다.


우리가 먹을 밥상을 보다 세심하고 예쁘게 담으려는 정성!

회사 일에 심신이 다 소모되었다면 할 수 없었던 호사입니다. (아마 배달음식을 시켜서 정신없이 흡입했을 테지요.)

부끄럽지만, 그동안에는 "식사=에너지 흡수" 혹은 "돈 들여서 (남이 해준) 음식 먹기" 정도로 치부하며,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전부 아웃소싱해왔습니다.

그렇게 무턱대고 남에게 맡긴 내 삶을 도로 찾아와 "자립"을 도모합니다.


스스로 선택한 퇴사이지만, 회사에서 어떻게든 시간을 버티면 돈이 나오는데 그런 안전망이 없다는 현실이 솔직히 종종(하루에도 몇 번씩!) 힘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회사 밖에서 정성을 기울이는 일은 회사 일과는 다르게 온전히 나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행동이자 실천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이 생깁니다.




오늘의 부끄러움 덕분에, 앞으로 더더욱 나의 삶을 세심하게 사랑하고 소중하게 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