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 생존일기6. 생존신고

by 해돌

오랜만에 다시 브런치 글을 게시합니다. 거의 두 달 가까이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건조해진 대지에 거대한 산불이 났고, 뒤늦게 조금 비가 내렸고,

살아남은 풀과 나무에서 꽃이 활짝 폈다가 지고, 싱싱한 연두빛 새잎이 났습니다.

어느새 초여름 같은 봄이 되었습니다.




그간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처럼, 3월과 4월은 저에게도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살아냈습니다. 눈이 뜨면 깨어나 살았고 눈이 감기면(감길 때까지 뒤척이다) 잤습니다.

그 와중에 끝없는 고민과 불안과 싸우면서, 스스로를 밀어붙이고, 잠깐 웃고 쉽게 좌절하였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긴장 속에, 나름 잘 해낸 것들에 대한 엄격한 평가와 비난을 쏟았습니다.


솔직히 정신적으로 안녕하지 못했던 날이, 자신과 불화한 날이 숱하게 지났습니다.

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제가 가진 것들이 너무 초라해서 저를 꾸짖었습니다.

가진 것에 감사해라, 남이 아닌 어제의 자신과 비교해라는 여러 격언들이 있음에도 실천이 안됐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그 순간을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저는 살아냈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들은 얼룩덜룩하고, 질서정연하지 못하고, 마치 어린아이가 어지럽힌 방 같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저는 일말의 성과를 거두거나 교훈을 얻기도 했습니다. 단편적으로 적어봅니다.


- 주 3~4회씩 꾸준히 근력 운동을 했다. 데드리프트, 스쿼트 무게를 각 5kg씩 늘렸다. (증량하면 엄청 뿌듯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내니 그냥 그러려니 싶었다.)

- 몸무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육량이 약 2Kg 늘었고 체지방이 약 2Kg 줄었다. 눈으로 보거나 만져볼 때 몸이 좀 더 탄탄해졌다. 나는 인바디 점수를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면서 더 욕심이 났고 부족한 부분이 성에 차지 않았는데, 내 몸을 마치 기계처럼 여기며 일종의 집착을 하고 있던 것 같기도 하다.

- 운동 계획을 계속 점검하고, 평가하고, 약간씩 수정(강화)했다. (요새는, 부족한 점이 있어도 그냥 어쨌든 꾸준히만 하자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 매주 일요일마다 아내랑 인왕산, 북한산에 올랐다. 산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담았고, 뚜벅뚜벅 걸으며 살아있음을 느꼈다. 한번은 산 정상에서 막 하산하려던 차에 갑작스럽게 휘몰아치는 우박 세례를 받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박비가 내렸고 작은 우박알갱이들이 비비탄 총알처럼 뺨을 세차게 때렸다. 바람이 훅 불 때면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 비바람을 뚫고 하산을 하다보니 어느새 날이 거짓말처럼 환하게 개었다.

- 10번 가량 모임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원래 알던 익숙한 사람들 위주였다.)

- 새로운 운동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등록했다. 이를 통해 나에게 부족한 코어를 단련하고 있다.

- 턱걸이(풀업) 1개를 드디어 성공했다. 아직 완성된 느낌은 아니다. 계속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 주 1~2회씩 밖에서 달리기를 했다. 주 1~2회씩 하루에 만 보 이상 걸었다. 새벽 달리기도 해봤는데... 달릴 때는 너무 좋은데 하루 종일 기운이 빠진다.

- 개업에 관한 여러 생각과 감정들...! 결국 내가 정말 원했던 혹은 원하는 삶의 방향이 무엇인가를 떠올리면 좋겠다. 지금은 너무 많은 목표나 욕구가 혼재되어 방향 설정이 제대로 안된 것 같다.

- 나는 슈퍼맨이 아니다. 의지만으로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억지로 나를 몰아붙인다고 목표를 이룰 수는 없다. 나를 잘 어르고 달래고 이용하고 격려하고 그냥 조금씩 꾸준히 하는 거다.

- 퇴사만 한다고 저절로 사람이 변하지는 않더라. 절박한 상황이 된다고, 고통을 받는다고 쉽게 바뀌는 건 아니더라. 아직 나는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게 편하고, 규율을 지키는 게 편하고, 뻔뻔하게 부탁하거나 허풍이나 과장을 하는 게 어렵다.




퇴사자의 생존법은 다시 정상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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