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 생존일기5. 봄, 변화하기 좋은 계절

by 해돌

사흘의 연휴가 훌쩍 지나갔습니다.

겨울과 봄의 경계선에서, 어느 날엔 화창하고 어느 날엔 빗방울이 내렸습니다.

햇살과 비와 바람이 저마다 목청을 높여 등장하고 퇴장했습니다.


환절기. 계절의 변화가 움트는 시기.

더군다나 냉기가 물러가고 온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이 때는 특별합니다.

많은 문학 작품 속에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는 건 시련을 극복한 후 평화의 도래를 은유합니다. 이육사의 시가 그러하고, 나니아 연대기가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이러한 변곡점에, 그 훈훈한 변화를 감지할 여유를 갖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사람의 판단력도 나아지고, 마음도 더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뚜렷한 과학적 근거를 찾지 않더라도, 추위에 시달려 몸 속까지 뻣뻣하게 굳었을 때와, 적당히 온화한 햇빛 아래서 선선한 바람을 맞는 쾌적한 상태는 전연 다를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지금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도 참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월급쟁이로 살 때에는 연휴가 간절하고 고마웠고, 한편으로 연휴 이후의 후유증을 걱정했습니다.

연휴가 이따금 발생하는 특별한 이벤트였지요.

하지만 지금 저에게는 매일 매일이 연휴이고, 동시에 일하는 날입니다.

온전히 제 선택과 책임에 따라서 그것을 결정하거나, 구분짓거나, 혹은 하나로 합칩니다.


가용한 자원으로서 시간 뿐만 아니라, 그 자원을 활용한 목표도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현재 저는 나름대로 사업적 성공과 개인적 성취 두 가지를 목표 혹은 관심사로 두고 있습니다.

이 중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가, 균형있게 혹은 조화롭게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서 그간 생각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저의 결론은 일단 개인적인 능력과 매력을 한층 높이는 데 힘을 실어주고 싶고, 그 긍정적인 변화를 토대로 사업에도 추진력을 주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스스로에 남기는 격언은 이렇습니다.

하나씩 잘 실천하고 있어서 뿌듯하고, 스스로가 등불이 되어 주어야 하기에 더욱 소중한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1.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말고, 하나씩 집중해서 목표를 이루기 - 나에게는 "몸의 성장"이 가장 최우선이다.

2. 내가 생각하는 상태를 이룬 사람을 질투하거나 절망하지 그 사람에게 배울 점을 배우기 - 그 사람도 똑같은 사람이다. 모든 면에서 나보다 우월하다고 여기거나 나를 부족하다며 좌절하지 않기!

3. 배운 건 바로 실천해보기 - "나중에 해봐야지"라고 넘기지 말고, 짧은 시간이라도 투자해서 실행해보기! (실행을 해봐야 다음 실행에 관한 단서를 잡을 수 있다.)

4. 부정적인 생각 따위는 집어치우기 - 걱정, 불안, 후회, 자책 따위는 실상 일시적으로 일어난 감정이나 의식에 가깝다. 몸을 움직이며 이런 것들을 이겨내기. 철저히 현재를 살기. 나를 존중하기.

5.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나에 관한 평판이나 소문 등) 실체가 없는 유령에 신경쓰지 말자! -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 알 수 없는 부분이며, 이 역시 내 머릿 속으로 만든 허상일 뿐인다. 역시 몸을 움직이며 떨쳐내고, 나를 깎아내리지 말자.




연휴 중에 인왕산 정산까지 올랐습니다.

산 위에서 바라보니, 경복궁도 앞마당처럼 훤히 보였습니다.

궁을 보니, 최근 아내가 다시 즐겨보는 드라마 <대장금>의 멘트가 떠올랐습니다.

대장금이 남편과 아이와 함께 궁을 떠나는 길을 나서며 남기는 말입니다.


"궁은 제게 음식도 맛보게 해주었고, 의술도 해보게 해주었고, 서방님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허나 어머님을 잃게 하였고, 한상궁 마마님을 잃게 하였고, 제 뜻도 잃을 뻔 하였습니다.


궁은 제게 그런 곳입니다.

모든 것을 가진 곳 같으나, 중요한 것을 빼앗아간 곳입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듯 싶으나,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곳입니다.

모두가 화려해보이나 모두가 슬픈 곳입니다."


비록 궁궐은 아니었지만, 저에게는 회사 생활이 그러했고, 그래서 감사했으며, 또한 그렇기에 떠나야 했다(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를 떠나, 가진 것이 없는 것 같아도 귀중한 경험과 성취를 누리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아도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열린 미래를 만끽하며,

초라해 보이나 스스로 탄탄하게 행복한 일상을 감사히 살고 있습니다.


unnamed.jpg 출처: 부천타임즈 2004. 3. 23.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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