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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May 23. 2016

감정의 찌꺼기

지나간 일기>> 마음수련 명상을 만나기 전

그림 - 김주희 작가님
2013.05.12

내가 없다는 느낌, 지우고 싶은 느낌, 낮은 자존감, 열등감, 정체 모를 불안과 싸우는 그 순간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 얼마나 많을까?


사람은 자기중심적이어서 자신의 문제밖에 보지 못한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고

다른 사람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혼자서 상처받기 딱 좋은 발상이다.

생각대로 된다.


물론 생각 때문이 아니라도 그런 사람들이 있긴 있다.

자신이 이해 못한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 취급하거나 나쁘게 오해하거나 동정하거나

다 겪어본 척 어린 아이 취급하는 것도 정말 싫다.

어린 아이는 맞지만..


모순된 나를 발견한다.

내 생각과 감정에만 집중한 나머지 생각에 몰두하고

모두가 나와 같이 생각하겠지 하는 오해와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 하는 오해가 부딪힌다.

쓸데없는 오해 때문에 내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했다.

자꾸만 숨어버렸다.


날아다니는 온갖 현명한 문구들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문구들이 때때로 혐오스럽기까지 했던 건

그 말들을 읽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들이 아주 쓸모없진 않지만

결론적으로는 모두 공통된 이야기를 하고 있고

개개인의 인생에 적용될 만한 길을 일일이 제시할 수 없다.


내가 누군지 알게 되는 일은 꽤나 중요한 것 같다.

사랑받고 있고 지지받고 있음을 확인하는 가운데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이해하고 인정하고

모든 경험의 총체가 곧 나인 걸 비로소 실감할 때에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유도 생겼다.

왜 다른 사람들에게는 처음부터 당연했던 것이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냐며 원망하고 시기하던 버릇에서도

이제는 자유로워져서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게 됐다.

누구나 모양은 다르지만 힘든 것 하나씩은 다 안고 있으니

내가 딱히 불쌍할 것도 없다.


중요한 건 상황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음에도

나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지금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또 넘어져도 이제는 더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공감이나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의 찌꺼기를 자꾸만 이렇게 써놓는 것은

아무렴 어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기록하고 싶고 또 이야기하고 싶고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니까. 뭐. -.


꽤 오랜 시간의 투쟁의 결과물이지만

아직도 숙제가 많이 남았다.

주저하지 말고 나다운 내가 되자!


완전히 자유로운! :D



2013.06.09

불안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행복하다.


견디기 힘든 힘듦과 불안과 두려움 속에 있을 땐

첫째,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힘들어서

둘째, 나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할 수조차 없었고

셋째, 그것을 표현하는 순간에도 두려움이 더해질 뿐이었다.

그래서 불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순간들이 부끄러워질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더 나아지리라는 데 힘을 실어야지.


실은 여전히 나를 드러내는 게 두렵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억지로 숨기려 하거나 억지로 드러내려고도 하지 않고

내 마음이 말하는 대로 편하게 나를 열어 보여줬을 때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내가 어쩔 줄을 몰랐던 건

두려움에 속아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드러내고 싶어하는데 두려움은 숨기라 했다.

두려움도 또 다른 나인 줄 알았다.

두려움에게 다 양보하고 남는 것은 자책뿐이었다.

더이상 나를 채찍질 하고 싶지 않다.


인연이 닿아 만나고 내 곁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더 충실하게, 진심으로 대하면 그만인 것 같다.

그 이상의 것은 욕심낼 필요도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

여하튼 더 기분이 좋았던 때는

내가 연 만큼 상대도 마음을 열어서 보여줬을 때다.

어쩌면 나 혼자만 여는 것이 두려웠을 수도 있는데

그들이 함께 열어보여준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그리고 서로를 알아감에 벅찬 기분이 든다.


틀린 말 하나 없는 조언과 동정 어린 격려보다도

그저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더 큰 위로를 받는 것 같다.

이 사람은 이렇게 사는구나.

결국, 모양은 달라도 다 똑같다는 것에.

그러니 두렵다고 말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것보다

두려움을 안고 사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야.


나의 힘듦에 스스로 걸려 넘어질 필요가 없다.

나를 모르고 하는 말에 동요할 필요도 없다.

어쨌든 나는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어떤 일들이 펼쳐지든지

'그렇기 때문에'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해 활짝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제가 뒤적이고 있는 지난간 일기는 모두 마음수련을 알기 전에 쓴 일기들입니다. 신체적 증상으로까지 나타나게 된 불안 때문에 약도 먹었었고, 상담도 받았고, 종교를 통해서도 도움을 받으며 감사한 회복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꿈도 이루어서,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힘듦이어서, 살 만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글들과 맥락도 같고 그 내용도 비슷해 보이지만, 글을 쓰는 저의 상태는 전혀 다릅니다. 다시 힘들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힘들어지지 않으려 애를 썼었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애쓰지 않습니다. 마음수련의 마음빼기 명상 덕분에 머리로 알고 있던 것들이 마음에서 알아지고 실제로 이뤄지는 기쁨을 만끽하는 중입니다. 그토록 꿈꿨던 '완전히 자유롭고 나다운 나'로, 마음을 다해 활짝 웃으며 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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