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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Jun 27. 2016

완벽주의자의 고충

마음수련 명상일기 - 후회

마음수련 명상으로 나를 돌아보니 '후회하는 나'가 가장 나를 힘들게 한다. 물론 바로 버리면 되긴 한데 습관이 되어 있다 보니 생각에 속아 끌려가서 괴로워질 때가 있다. 이은 지독한 완벽주의에서 비롯되었다. 완벽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 그것이 문제였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절대로 완벽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저마다의 완벽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잘 짜여진 자신만의 환경을 만들어 놓고 자기 생각에 맞으면 완벽하다고 만족을 한다. 나는 그 정도가 좀 심했다.


마음수련을 하기 전에 나는 세상 모든 것이 나의 기준에 맞지 않아서 힘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기도 하다. 내가 높은 기준을 들이대며 모든 사람을 밀어내는데 누가 날 좋아할 수 있었을까? 나를 싫어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니까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나는 방어기제가 발동하여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고 여겼다. 내 기준에 맞지 않는 모두를 미워했으며, 그중에 나 자신을 가장 미워했다.


사람들을 향한 것보다 나를 향한 미움이 더 문제였다. 나는 이렇고 이렇고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마음으로 정해놓고, 그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채찍찔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를 인정해주지 못하고 매 순간을 되돌아보며 후회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그런 나를 알면서도 바뀌지 않는 것이 또 괴로움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기준이 옳다고 믿으니까 어떤 것이 내 생각과 다르면 그게 아니라고 받아치고,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지 못했다. 그냥 흘려버리면 되는 것을 두고.


머리로는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실제로는 나만의 틀에 아이들을 가두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시행착오를 하면서 발전하는 것인데, 나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내 마음을 버릴수록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표정이 보이고, 어떤 의도로 그 행동을 한 것인지 더 잘 느껴졌다. 자연스레 행동하게 되니까 내 행동에 대해 후회하는 버릇도 많이 없어졌다.


그대로 그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자기비하는 독이다. 마음수련 명상에서 말하는 '내 탓'은 내가 하던 '내 탓'과는 다른 것이었다. 명상으로 완벽주의 때문에 나를 탓하던 그 '나'를 버리는 중이다. 나의 완벽주의는 뿌리가 깊어서 아직도 나를 괴롭히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하려다가 오히려 마음수련을 시작하기 전보다 더 못난 행동을 하게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다 드러났기 때문에 내가 이런 사람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알아야 버릴 수 있으니까 결국 버릴 수 있음에 감사하기도 하다. 사람은 다 자기 마음속 세상에 산다. 내가 두려워 할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에게 속는 것이다.


후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겠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엎질러진 물인데 어찌 다시 주워 담을 수 있겠나. 후회할 시간에 노력을 하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후회하는 마음을 들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조금 수용이 된다. 후회도 오로지 나를 위한 마음이었다. 내가 더 잘해야 하고 더 잘나야 한다고 착각하는 나. 그 욕심에 내가 걸려 넘어질 뿐이면서도 뭐가 그렇게 좋다고 꼭 끌어안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완벽한 나를 포기하겠다. 완벽주의자라서 들고 있던 괴로움을 이제 놓아주겠다. 잘난 모습 못난 모습 모두 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사랑해주겠다.


그렇게 내 모습을 인정하고 나만의 완벽주의로 똘똘 뭉친 '나의 상'들을 버리고 나니까, 괴로움이 가시고 평온함이 찾아왔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나누는 것도 싫고 '바르지 않은' 것들이 싫었는데 그런 생각도 나의 틀이었다. 사람은 다 똑같이 자기 자신을 위해 살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를 비난할 것도, 부러워 할 것도, 무시할 것도 없다. 이렇게 해야 되고, 저렇게 해야 된다는 생각이 나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었는데, 그런 생각이 없으니까 정말로 자유롭다. 진정한 자유란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라는 말이 실감이 된다. 나는 그대로지만, 괜찮다. 이것이 진짜 완벽이 아닐까?


세상은 이미 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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