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이 좋아 봤자
사진기(寫眞機)
진짜를 복사하는 기계
보고
듣고
말하고
냄새 맡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찍는다
자동으로 찍고
찍는 순간 재생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산다
사진 찍은 것은 안다
찍은 적 없는 것은 모른다
성능이 좋아서 잘 찍으면 뭐하노
그래서 아는 게 많으면 뭐하노
그게 가짜인 줄도 모르는데
사진기 성능이 좋으면 뭐하노
자기가 사진기인 줄도 모르는데
성능이 좋아 봤자 사진기
잘 살아 봤자 사진 속
진짜를 알아야 아는 것
진짜를 모르면 모르는 것
사람은 세상을 사진 찍은 자기 마음속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미완성입니다. 사진이 실제와 똑같이 겹쳐져 있어서, 진짜 세상에 함께 사는 줄 착각하지만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른 자기만의 사진 세상, 진짜를 복사한 가짜 세상에 있으니까 마음이 서로 맞지 않고, 함께 있어도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