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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Jul 06. 2016

뭐가 좋아서 웃어?

마음수련 명상일기 - 슬픈 나의 세상

잘 웃는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지만, 그 옛날 내 속은 아주 음울했다. 매일 밤이면 베개가 흥건해질 때까지 울다 지쳐서 잠이 들 정도였다. 나는 시시때때로, 아무 일이 없어도 혼자서 우울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보면 별 것 아닌 일로 신나게 웃고 떠드는데, 나 혼자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무표정한 표정을 짓곤 했다. 나는 왜 마음이 약할까, 다들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걸까. 나만의 생각에 빠져 있어서 언제나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이따금씩 눈물이 쏟아져서 이상한 사람이 되기도 했고.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대하지 못했다. 나는 완전히 나만의 외로운 세상에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내가 느끼는 세상에는 슬픔과 분노가 가득하니까, 그것이 진짜 세상인 줄 알았다. 내가 느끼는 것이 맞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거짓말인 줄 알았다. 이를 테면 "괜찮을 거야"라든가. 위로를 믿지 않으면서도 나는 내가 늘 그대로라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이제야 내 모습이 조금씩 인지되니까, 또 힘이 드는데. 그래도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나는 마음수련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비해 엄청나게 많이 편안해지고, 유연해지고, 소탈해졌다. 그동안 나밖에 모르고 꽁꽁 싸매고 사느라 모두를 등지고 있었는데 이제야 사람들이 조금 보이기 시작한다.


가까이 들여다 보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쯤은 알면서도 내 힘듦 때문에 다른 것은 보이지도 않았었다. 이제야 내 의지 탓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내 상태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스스로에게도 이해 받지 못했던 나는 너무 억눌려 있었다. 내가 나밖에 모르고 나만을 지키려고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배려는 커녕 다른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도 못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닌데. 나의 바람과 현실의 괴리는 너무 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외부로부터의 자극들이 나에게는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를 주었던 것이다.


마음수련 명상으로 마음을 버리다 보니, 그런 내 상태를 있게 한, 마음의 뿌리가 되는 것들이 많이 없어져서 신기하게도 심하게 예민했던 감각이 많이 무뎌졌다. 전에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던 자극들이 와도 아무렇지 않게 된 것을 느낀다. 정말로 다 사진이기 때문에, 가짜기 때문에 마음은 버리면 없어진다. 진짜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세상밖에 없다. 사람들이 웃음을 짓는 까닭이 궁금했었는데, 원래부터 세상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는 웃고 있어도 슬펐는데, 지금은 웃지 않아도 행복하다. 세상이 원래 기쁨이고 행복 자체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나를 괴롭혔던 그 오랜 습관마저도 인정해줘야지. 인정해야 버려진다. 마음으로 함께 웃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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