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서 바다까지
나는 저어 하늘 위에서 왔어
함께 하기 위해서는 땅으로 올 수밖에 없었단다
땅에서 보면 마냥 아름답기만 한데
그곳은 너무 춥고 외로웠거든
혼자는 아주 가벼워서 동동 떠 있었지만
친구들과 손을 잡았더니 무거워진 거야
처음에는 무서웠어
하늘에 올라간 일은 기억도 안 나는데
떨어지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거든
그저 아득하게 내려다 보기만 했던 그 땅바닥에
톡
하고 내려앉는 순간 흩어지기도 했다가
낮은 곳에서 다시 모였지
점점 더 커다란 하나가 되었어
그렇게 만나면 만날수록 더 무거워져서
저절로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갔단다
속도가 붙으면 신이 났지만
어딘가에 부딪힐 때면 부서짐도 심했어
우리는 늘 부서지거나 비켜 흘렀지
아래로 가는 이유는 잘 몰랐어
바다라는 곳에 닿게 된다는데
우리도 본래 그곳에서부터 왔다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서 나도 잘 몰랐던 거야
그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따라
서로에게 몸을 맡기고 흘러가고 있었단다
가끔은 혼자가 되고 싶기도 했어
왔던 길을 되돌아 가려고도 해 보고
더 빨리 가려고도 해 보고
친구들을 놓고 혼자 뛰어 올라서
저 하늘에 다시 닿고 싶어 안간 힘도 써 보았지
물론 헛수고였어
얻는 것 없이 고통스럽기만 했거든
부딪히고 부서지는 것이 두려웠어
모든 것이 바다로 향하고 있기에 생긴 일이지만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모를 수밖에 없단다
과연 내가 무사히 바다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며
언제나 힘주어 내 걱정만 하느라
함께의 소중함도 모른 채 지쳐버렸네
그냥 맡기고 힘을 뺐더니 어느새 바다였어
가장 빨리 바다에 닿는 방법은 바로 그것이었지
어차피 함께가 아니면 흐를 수도 없었는데
나는 왜 혼자서 그리 애를 썼을까
함께 흐르는 친구들을 잊어버릴 때가 많았는데
우리는 정말 모두 하나였더라
긴 이야기를 들어주어 고마워, 친구!
우리는 모두 작은 물방울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