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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삶은유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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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Dec 06. 2016

물방울의 여행

구름에서 바다까지

나는 저어 하늘 위에서 왔어

함께 하기 위해서는 땅으로 올 수밖에 없었단다

땅에서 보면 마냥 아름답기만 한데

그곳은 너무 춥고 외로웠거든

혼자는 아주 가벼워서 동동 떠 있었지만

친구들과 손을 잡았더니 무거워진 거야


처음에는 무서웠어

하늘에 올라간 일은 기억도 안 나는데

떨어지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거든

그저 아득하게 내려다 보기만 했던 그 땅바닥에

하고 내려앉는 순간 흩어지기도 했다가

낮은 곳에서 다시 모였지


점점 더 커다란 하나가 되었

그렇게 만나면 만날수록 더 무거워져서

저절로 더 낮은 곳으로 흘갔단다

속도가 붙으면 신이 났지만

어딘가 부딪힐 때면 부서짐도 심했어

우리는 늘 부서지거나 비켜 흘렀지


아래로 가는 이유는 잘 몰랐어

바다라는 곳에 닿게 된다는데

우리도 본래 그곳에서부터 왔다는데

아무도 기억하 못해서 나도 잘 몰랐던 거야

그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따라

서로에게 몸을 맡기고 흘러가고 있단다


가끔 혼자가 되고 싶기도 했어

왔던 길을 되돌아 가려고도 해 보고

더 빨리 가려고도  보고

친구들을 놓고 혼자 뛰어 올라서

저 하늘에 다시 닿고 싶어 안간 힘도 써 보았지

물론 헛수고였어

얻는 것 없 고통스럽기만 했


부딪히고 부서지는 것이 두려웠어

모든 것이 바다로 향하 있기에 생긴 일이지만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모를 수밖에 없단다

과연 내가 무사히 바다에 다다를 수 있을까 하며

언제나 힘주어 내 걱정만 하느라

함께의 소중함도 모른 채 지쳐버렸네


그냥 맡기고 힘을 뺐더니 어느새 바다였어

가장 빨리 바다에 닿는 방법은 바로 그것이었지

어차피 함께가 아니면 흐를 수도 없었는데

나는 왜 혼자 그리 애를 썼을

함께 흐르는 친구들을 잊어버릴 때가 많았는데

우리는 정말 모두 하나였더라




긴 이야기를 들어주어 고마워, 친구!


우리는 모두 작은 물방울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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