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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Dec 08. 2016

비뚤어진 마음, 비뚤어진 세상

마음수련 명상일기 - 인간관계와 불안

별 말도 아니었는데, 얼마 있지도 않은 자존심이 무너져 내린다. 애써 긍정적인 척하려고 준비했던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다 말고 쑥 들어가 버렸다. 결국 나는 또 아프다 소리만 했다.


상대의 말에 기분이 나빴다. 남들은 다 해내는 것을 하지 못하는 나를 한심스레 여기는 것이 느껴져 불쾌했다. 어쩌면 비꼬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내 아픔을 이해시키려 하고, 부정적인 태도로 상대의 말을 받아쳤다.


그것마저 후회된다. 상대는 어쩌면 아무 의도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던진 농담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뭐 그렇게 대단한 존재라고 거창한 의미를 뒀겠나. 그저 평소 생각하던 것이 튀어나왔을 뿐이겠지.


나는 그런 인간관계가 어렵고 힘들다. 신경이 곤두서는 그 끔찍한 공간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나는 내가 무엇을 고통스러워 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나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뚤어진 마음으로 비뚤어진 세상을 바라보니,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세상이 밉다.


사람이 두렵고, 무섭고, 너무나 쉽게 에너지가 방전된다. 그 찰나의 대화에 온 에너지가 딸려 녹초가 되었다. 눈물이 핑 돈다. 나는 왜......


그래, 그들은 신경도 쓰지 않을 그 순간을 곱씹어 무엇하리. 내 몫이 아닌 것 말고, 나를 위해서 허락된 모든 시간과 인연에 감사해야지. 지금 나는 이기적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책 <미움 받을 용기>에 대한 글을 쓰고 있었는데, 이제야 이해되는 것이 하나 있다. 불안은 핑계라는 말... 가만 보니 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데 '불안해서' 함께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들과 함께 하기 '싫어서' 불안한 것이 맞다. 내 본심을 부정했지만 그랬다, 내가 싫어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불안해지는 법이다.


중심이 되는 철학이 나의 것과 일치해서 반갑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 책의 표현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래서인지 지루하길래 그냥 훑기만 했었는데 다음에 다시 찬찬히 읽어보고 글을 써야겠다.


방금 나를 감쌌던 그 불안과 스트레스는 별 것 아니었다. 그래, 나는 그냥 그 상황이 '싫었을 뿐'이다. 맞다, 싫다. 불안은 이겨야 할 것이 아니라 인정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똥이 싫어서 피하면서 '무서운 것'으로 둔갑시킨 것이 바로 나다. 무의식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내 의지의 표현이다.


아픈 것도 싫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 싫다. 아무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일이다. 세상에는 내 마음과 똑같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래서 온전히 이해 받고 싶어하는 내 어린 마음이 쉴 곳이 아무데도 없었다.


그 가짜 마음을 들고 내 것이라 고집부리면 고통이지만, 진짜 내 본바닥은 사람을 사랑하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이렇게 금새 또 그 속에서 나와서 나를 바라본다. 마음수련 명상이 참 고맙다.


'싫다'고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 했던 내가 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내 의지를 누르고 가둬두었던 나.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고 내 본래 마음이 말하는 대로 살아갈 것이다. 싫은 것은 피하고 좋은 것을 따라서 움직일 테다.


이 순간의 내 문장만 읽고 누군가는 "살다보면 싫은 것도 하고 그래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내가 이야기하는 바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내 무의식이 스스로 극도의 '불안'을 만들어 낼 정도로 심각하게 싫어하는 걸 나에게 억지로 시키고 싶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히 있으니, 나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을 하며 신나고 즐겁게 나아갈 것이다.


바르게, 착하게, 남들이 요구하는 대로 살아왔던 나는 내가 진짜로 싫어하는 게 없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마음의 병이 드러나고 나서야 내가 무엇을 진짜로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분명하게 알게 된 셈이다.


비웃지 않았으면 한다. 불안은 나약함의 표현이 아니라 오래 참았다는 뜻이니까. 비뚤어진 내 마음을 용서하고, 안아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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