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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Feb 08. 2017

이상과 현실

마음수련 명상일기 - 과대망상

사진 - 2017년 시간기록장


살면서 나는 꿈을 꾸는 것 자체로도 벅찬 행복을 느꼈고 그것을 이뤄가는 일 또한 너무나 즐거웠다. 그래서 브런치 첫글 <잘돼, 무조건 잘돼>에서도 나를 '행복한 꿈쟁이'로 표현했다. 어떤 직업이나 성취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글 <내 꿈은 말이야> 참고) 다이어리에 하고 싶은 것들을 써두고 하나씩 성취해가던 꿈목록과는 별개로 나의 삶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자 꿈은 딱 하나였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는 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는 것"



이상 vs. 현실


유토피아를 꿈꾼다고 말로 떠들지는 않더라도 깊은 내면에서 나와 상대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발을 딛고 있는 현실에서 각자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행동하느라 때로는 서로를 상처입히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노력하는 만큼 결과를 얻는 것이 당연하고,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불행한 사람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바로 내가 열등감 속에 파묻혀 살았었기 때문에 '불행한 사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라는 말은, '너는 불행할 수밖에 없어'라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이제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지 못하고 반감이 들었던 것에 대하여 참회가 된다. 명상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내려놓는다는 것의 의미를 매순간 새롭게 실감한다. 나는 이상적인 꿈을 가짐으로서 인정하기 싫은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있었다. 마음수련 명상 1과정을 하면서도 '하고싶은 것'을 버리는 것이 어찌나 힘들던지- 아직 어린 나이 탓에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너무나 많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버릴 것이 많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자기 때 벗기는 일은 누구나 똑같이 힘든 법)


꿈을 이루는 수단으로서 교사가 되어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지만 이상은 이상일 뿐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었다. 나는 나밖에 모르는 속 좁은 선생님이었고, 아이들이 보이지 않고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는 것만 많았을 뿐 어느 것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채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대한 괴로움과 후회만 쌓여갔다. 그때 만났던 것이 마음수련 교원직무연수였고, 내 이상을 실현시켜줄 방법이라는 확신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이 공부를 끝까지 해내고 싶었다. 그리고는 우주마음이 되면 이렇게 되겠지, 저렇게 되겠지 하며 나도 모르게 또 다른 이상을 그렸다.



이상 = 현실


나는 마음수련을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던 셈이다. 마음빼기 명상은 내 이상이 실현되기 위한 공부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조차도 나만이 가진 허상임을 알고 다 버릴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또한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이치를 실감하게 되었다. 그것이 실제이고 현실이었다. 우주란 세상 전체를 의미한다. 실제 세상에는 이상과 현실이 따로가 아니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바로 행동하고, 행동하면 결과가 있는 것이 세상이다. 보는 대로 있는 대로가 진리다. 원래 진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것을 보지 못한 채 나만의 이상을 그려놓고 그것과 맞지 않는 현실을 두고 괴롭다 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바보 같은지.


행복하다. 존재하지도 않는 허상을 실제라 믿으며 미쳐 있던 나를 볼 수 있어 감사하다. 나의 현실을 인정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나의 허물에 대하여 이렇다 저렇다 할 필요 없이 그저 지금 이 순간만이 진짜라는 것을 안다. 없는 세상 속에서 나만 옳다고 믿으며 괴로워 하던 나는 죽고 없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고, 저렇게 살아도 괜찮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목적을 알고 세상을 위해 남을 위해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은 나라는 개체가 없을 때라야 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진짜 나'를 위해서 살아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여전히 나는 아프다. 받아들였다고 하면서도 또 아프면 아플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견뎌야 하는 것이 싫어서 눈물 흘리고 힘들어 했다. 그러나 건강하게 무엇이든지 잘하고 싶고 완벽하려 했던 과거의 나처럼 과대망상의 꿈을 꾸는 대신에, 이제는 정말 무엇이 되었든 나에게 주어진 바에 감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2017년이 무척 기대된다. 진심은 강하다. 열등감을 감추기 위한 허영과 거짓 마음이 아닌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며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 함께 행복하자.




* 오랜만이에요!

2017년이 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브런치를 오래 떠나 있었는데 작가님들은 안녕하신지 궁금합니다- :)


2016년은 저에게 무척 의미가 컸습니다. 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이 아팠고, 그만큼 많이 울었고, 그로 인해 생긴 변화도 많았거든요. 그동안 많이 버린 것은 사실이지만 맞이도 아니면서 스스로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고 있었는데 그것을 다 털어버린 한 해이기도 합니다.

 

오고 가는 인연 덕분에 언제나 성장하고 도움을 받는데 지난 해는 특히 브런치, 작가와 독자님들과의 인연에 행복했어요. 또한 출간의 꿈을 이뤄가시는 작가님들 모습에 기분좋은 자극을 받기도 했고요. 아플 때마다 그 마음 속에 빠져서 힘들어하기 일쑤였는데, 브런치를 통해서도 그 마음을 덜어내고 나눌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말없이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전신이 아프다 하니 사람들이 다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았어요. 매달 반복되는 정도였던 전신 통증과 무기력증의 지속 기간과 강도가 너무 심해져서 직장까지 쉬게 된 것인데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쉽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혐오스럽기까지 했답니다. 이미 병원을 많이 다녀보아서 의사들에 대한 불신도 쌓여 있었어요. 결국은 마음의 병이라는 말에 동의는 했지만 저에게는 진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회복이 중요했습니다.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할 때마다 스스로 일희일비하는 것도 지겨웠어요.


직장을 쉬기로 했다는 저에게 어떤 의사는 동정하는 투로 말하더라고요. '그렇게 쉬운 직장도 못 견 앞으로 무슨 일을 하려고...' 비참한 기분이 들어서 다시는 그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라지만, 그에게 치료를 맡기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음 한 켠에 저도 두려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정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긴 할까?


다행히, 건강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다시 몇 가지 꿈을 꾸게 되었어요. 이상하게 어떤 계획을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네요. 순간순간 주어진 조건을 따라 선택하며 꿈을 이뤄갈 것 같습니다. 2016년에 쓰다 만 글도 완성해서 발행해야 할 테고, 또 쓸거리들이 생각나면 손이 근질근질 해져서 브런치를 찾아오겠지요.


오는 17일이면 브런치를 시작한 지 딱 1년이에요. 가 느끼는 브런치는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인데, 저마다의 방식으로 꿈을 꾸고 이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참 좋아요. 브런치를 통해 '독자'를 얻었고, 칭찬도 들어보고, '작가'라 불리는 기분 좋은 일상이 펼쳐졌답니다. 정말 감사해요. 글쓰기가 좋지만 삶쓰기가 먼저겠지. 많은 꿈을 먼저 이루고 그것을 글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마음이 말하는 대로 나아갈 것이랍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지만! 말보다는 행동으로~


함께 해주실꺼죠?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ㅡ^



잠만보의 각성   완벽주의자의 고충   있는 그대로 보는 세상   세상은 나의 거울   행복은 없다   꿈 꾸는 삶   살고 싶은 나   도를 아십니까   그 완벽한 소녀는 이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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