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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Mar 09. 2016

참으면 병 된다

마음빼기 명상으로 화와 화병(火病) 다루기

이미지 출처- 영화 <인사이드 아웃> 다음 영화정보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화병(hwa-byung)
[요약]명치에 뭔가 걸린 느낌 등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우울과 분노를 억누르기 때문에 발생한 정신 질환


나는 굉장히 화가 많은 사람이었다.


꾹 참기 일쑤였고 내색한 적은 거의 없어서 나를 알고 있던 사람들조차 의아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내가 미워했던 사람과 비슷한 말투, 비슷한 성격, 비슷한 외모, 같은 성별이기만 해도 거부감이 들었다.


애먼 사람들을 향한 그 거부감과 분노가 이미 지나간 나의 어린 시절 기억들 때문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화를 통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가 장난으로라도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하면 분노가 치미는 것을 느꼈는데,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자리를 피했다. 그렇게 꽁하고 예민한 성격 덕에 인간관계도 좁은 편이었다. 


그리고 공황장애가 왔을 즈음에는 한의원에서 화병이라고 치료도 받았었다. 마음에 참고 누르고 쌓아둔 것이 많냐고... 그 말을 듣는데도 또 눈물이 났었다. 마음의 병이 몸으로도 드러나는구나, 몸과 마음이 정말 따로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아무리 참으면 병이 된다고 하지만, 참기를 요구 받거나 참지 않으면 도리가 없는 상황이 많았다. 참지 못할 지경이 되어서야 울분에 찬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 그러면 그럴수록 일은 더 꼬였다. 이런 비정상적인 분노에 휩싸이는 대신 건강하게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말썽을 부리면 감정이 섞인 화를 내기 일쑤였다. 잘못한 일은 꾸짖을 필요가 있기는 한데, 문제는 내가 화를 내고 나서도 속상한 마음이 남아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화를 내고 나면 하루종일 마음이 안 편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웬만해서는 화가 나지를 않는다. 아이들이 아무리 말썽을 부려도 딱 그 순간의 것만큼만 적절하게 혼낼 수가 있다. 그리고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화를 내고 나서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웃어줄 수가 있는 것이다.


마음수련 명상으로 그냥 게임처럼 재미있게 내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고 버렸을 뿐인데, 그렇게 큼직하던 마음의 응어리가 다 버려지고 없다. (한꺼번에 버리려고 욕심내면 병목현상이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내 마음 속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버리면 분명히 끝이 있다.)


아이들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이 바뀌었을 뿐인데. 교실이, 학교가, 세상이 바뀐 것 같다.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없고 힘들고 지치는 일들 가운데 파묻혀서 언제나 퇴근길 일기에다가 "오늘 하루도 살아남았다."를 남겼던 나였다.


내 삶은 버티는 삶에서 흘러가는 삶으로 바뀌었다.


화도 다른 감정들처럼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흘려보내야 한다. 그리고 지나가면 없는 것이니 지나간 일로 괴로울 일도 없어야 한다.


흘려보내자. 참으면 병 된다.




<고장 난 수도꼭지>에서 언급했듯 마음빼기 명상을 하면 내 속에 있던 것이 다 나오니까 버려지느라 마음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래서 화가 많은 사람은 화가 많이 나고, 의심이 많은 사람은 의심을 많이 하고, 눈물이 많은 사람은 눈물을 많이 흘립니다. (저는 다 해당됩니다) 그것이 안 버려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버려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명현현상임을 알면 편합니다. 당황하지 않고 방법대로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다 버리면 나를 힘들게 하는 그 모든 나로부터 자유로워져요.


그러나 그렇게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기 싫을 때 사람들은 남 탓을 하거나 방법 탓을 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저야말로 제 모습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마음의 응어리들도 많아서 유난히 힘들게 과정과정을 넘어간 편이었는데, 적어도 그 모든 것이 내 마음 때문인 것은 알고 인내했습니다.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자기를 이기지 못해서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안타깝답니다. 직면하고 깨끗하게 버려 버릴지 그대로 가라 앉혀놓고 품고 있을지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에요. 마음수련은 그저 자기를 돌아보고 돌아본 마음을 버릴 수 있는 방법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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