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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Apr 13. 2016

나만 틀렸다

내가 느끼는 갈등의 모양새

그림 - 김주희 작가님


꽉 막힌 사람이었던 나는 나야말로 꽉 막혀 있다는 것은 모르고 다른 사람들에게 "벽"을 느꼈었다. 지금 글을 쓰는 것처럼 나는 낮은 과정일 때부터 마음수련 명상을 하며 느끼는 것들을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면 다 똑같이 공감할 줄 알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모두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은 살아온 삶이 다 다르기 때문에 돌아보고 버리면서 깨닫거나 겪는 변화도 다 다르다. (중요) 버려진다는 것만 똑같다. 나와 생각이 다른 경우에 굳이 끝까지 우기지는 않았지만 내적으로 부딪힘과 갈등이 있을 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심지어 나보다 한 과정 높은 사람인데도 왜 이렇게 꽉 막혔지?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음수련 명상 4과정을 할 때쯤에야 그 사람과 나에게 있었던 그 갈등이 어떤 모습인지가 보였다. 내가 느낀 그 갈등의 모양새를 비유로 나타내려고 한다.






나는 귤을 먹어보고 그 달달함에 감탄해서 말했다.



"우리 먹었던 귤, 정말 달죠?"


"무슨 소리야. 귤은 예쁜 주황색이야."


"... 저는 달던데요."


"아니야. 귤은 주황색이란다."


"아니에요. 달아요."


"아니...!"



우리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포기했었다.






줄곧 내가 옳다고 생각하다가, 4과정이 되어서야 뒤늦게 그분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분도 자신을 돌아보며 같은 것을 느꼈는지 어느 날 나에게 자신이 쓸모 없는 말로 나를 가르치려 들었던 것 같다며 사과를 건넸다. 아니라고, 내가 죄송하다고 했다.


우리가 말한 그 귤은 실제로 예쁜 주황색이 맞고, 달기도 달았다. 전혀 다른 의미도 아니고 결국은 둘 다 귤이 좋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왜 서로의 말을 그대로 수용해주지 못했을까? 지금 생각하니 너무 웃기다. 서로 관점이 달라서 다른 이야기로 들릴 뿐, 우리가 하는 이야기의 본질은 똑같았다.


지금에야 선명하게 보이는 사실은, 우리는 모두 옳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세상에서 자신이 본 대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틀린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며 자기 밖 세상 모든 것이 다 옳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 간단한 이치를 알기만 해도 불필요한 다툼과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 텐데. 나만 옳은 것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에서는 상대도 언제나 옳다. 그래서 우리에겐 가르칠 대상이 아닌 존중할 대상만 있다.



오직, 나만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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