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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Apr 16. 2016

충분히 울어야 한다

우울해도 괜찮아요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다음 영화정보


목요일에 생각했던 주제인데, 막상 글이 써지지가 않아서, 제목만 써놓고 그대로였다. 나는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있었다. 빼기를 하면 되는 걸 알지만, 나를 돌아보기 싫었다. 눈물이 났다.


나를 직면하기 싫으니 글쓰기도 싫었다. 나에게 글쓰기는 빼기를 돕는 도구이기도 하다. 빼기하기 싫으니 글쓰기도 싫었던 모양이다. 마침 잠도 쏟아져서 그냥 잠이 들었다가, 불현듯 오늘이 4월 16일임이 생각났다.


이 글은 쓰고 자자, 싶어서 다시 깼다.



충분히 울어야 한다.


글이 안 써졌던 이유는, 울기 싫어서였다. 이미 그 감정 속에 빠져 있었으면서, 괜히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기 싫다며 외면하고 있었다. 방금 이것이 알아차려져서 이불을 걷고 일어난 것이다. 글을 쓸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나를 돌아보고 빼기할 용기가 생겼다. 나는 충분히 울어야 했다.


마음수련 명상을 해도,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다. 나는 마음수련을 하면서 당장 마음이 편해지길 기대했었지만, 마음이 없어서 완전히 편안해질 때까지는 내 마음에 담긴 만큼 나오느라 그렇다. 그래서 부정적인 감정이 마구 올라오는 것은 마음이 버려진다는 가장 큰 증거이기도 하다.


나는 원래도 눈물이 많아서 마음빼기 명상을 하는 과정에서도 정말 많이 울었었다. 내 안에 있던 감정들이 나오면서, 갖가지 감정이 뒤섞인 눈물을 쏟아냈다. 요며칠도 나는 명상을 하다가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원래 명상을 하면 후련한데 울 수 있어서 더 후련했다.



작년 여름에 본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기억한다. 뇌 속에 저장된, 살았던 삶의 기억된 생각을 버리는 마음수련 명상을 하고 있는 내게는 더욱 반갑고 신선하게 다가온 영화였다. 기억과 감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영화 초반에는 마치 긍정적인 감정인 기쁨이가 주인공인 것처럼 이야기를 끌고 가는데, 나는 슬픔이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그것이 못마땅했다. 그러나 슬픔을 억누르고 좋은 감정만 느끼려고 했던 것이 바로 내 모습이기도 했다.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는 이유가 다 있을 텐데, 그 감정들이 제 때에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영화에서 너무 잘 보여줬다. "무감동" 상태.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이고 쌓이면 "무"와 친해진다. 무관심, 무반응, 무감각, 무감정 등등.



라일리의 이런 상태는, 이유가 있었다.



기쁨이는 라일리를 위해서 슬픔이가 라일리의 기억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기쁨으로만 가득 채우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진짜 행복이란 뭘까? 마냥 즐겁고 기쁜 것만 행복일까?



슬픔이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거부당한 느낌이었을 것 같다. 처음부터 슬픔이에게 감정이입을 했던 나도 슬픔이와 함께 슬펐다. 그런데 슬픔이는 '울기만 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빙봉이 슬픔이의 '공감' 덕분에 스스로 힘을 내서 움직일 수 있게 되는 장면이 있었다.



기쁨이는 나중에야 슬픔의 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라일리가 받아들일 수 있게 그대로 보여준다. 부정적인 감정이 나쁜 것이 아니었고, 그것을 나누고 공감하는 데서 라일리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슬픔이 기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난 후 나는 참된 행복이란, 흘러가는 모든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울어도 괜찮고, 화내도 괜찮고, 까칠해도 괜찮고, 불안해도 괜찮다. 우리는 충분히 울어야 한다.


요며칠의 나를 다시 돌아보니 부정적인 감정이 나쁜 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탓하며 흘러가야 할 감정들을 붙잡고 힘들어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도 옳다. 부정적인 감정은 부정적이지 않다. 부정적이란 것도 내 생각이다. 덧나지 않게, 함께 보듬으면 새살이 돋을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없다.






카톡 프로필용으로 내려받았던 이미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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