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서라
직장 동료들을 대상으로 가죽팔찌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했다. 여름이라 간단한 악세사리가 하면 좋을 듯하여 친한 직원들에게 몇개 만들어서 선물로 줬는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요청으로 재료비만 받고 클래스를 실시했다. 클래스를 몇 차례 나눠야 할 정도로 신청자가 많았다.
나는 '세상 최고 하고잽이'라 새로운 걸 배우고 경험하는 걸 좋아한다. 젊을 땐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은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해서 재밌고 유익한(내 기준에서)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적극적'이라는 말이다.
나는 사람들이 몰라서, 기회가 없어서 '못!'배우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내가 방법을 알려주면 좋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다. 몇몇 사람들은 피곤해했다.
배드민턴을 할 땐 체력 기르는데 배드민턴만 한 게 없고, 수영을 배울 땐 요즘 세상에 수영은 기본으로 배워야 된다고 말했다. 기타를 배울 땐 그래도 취미로 악기 하나 정도는 할 줄 알아야되고, 책을 한창 읽을 땐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책을 읽었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이 좋은 걸 왜 안 하냐?'는 나의 생각이 말이나 태도에 묻어났을 텐데 그들은 20년 가까이 나의 하고잽이 성격을 받아주고 견뎌주었다. 누구든 한번이라도 "그만 좀 해라"고 했다면 소심한 내 성격상 엄청! 무진장! 상처받았겠지!
지금은 내가 했던, 또는 하고 있는 취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배우면 되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시간적으로, 심적으로 안정적인 나이가 되니 취미를 갖고 싶기는 한데,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서 알아봐야 되는 게 부담스러운 것 같다.
내가 직장에서 배드민턴 동우회를 만들고, 그림 동우회를 만들고, 가죽팔찌 원 데이 클래스를 하는 것도 동료들의 시작을 좀 쉽게 하고 싶어서였다. 혼자서 공방이나 문화센터에 가는 건 어렵지만 맛보기라도 알고 가면 적응하는 게 조금 쉬울 테니까.(내가 그랬다. 나와 같은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해서!)
지금도 독서 모임과 영어 원서 필사 모임을 만들고 싶은데 너무 많은 걸 벌리는 것 같아 자제 중이다. 독서 모임과 영어 모임은 묵은 고수들이 있어서 괜히 시작했다 정말 감당도 못할까 걱정되는 점도 있고.
요즘은 '돈 주고 경험을 사는 시대'라고 한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시간도 느리게 간다고 한다. 오래 살기 위해 영양제를 먹고 보약을 먹고 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시간을 흐름을 잡아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