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작성 실습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코로나 19(COVID-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친구와 나는 여행을 포기했다. 여행계획의 계기가 된 지난 일 년은 나에게 힘든 한해였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구와의 관계에서 마음고생을 하고, 아르바이트가 나와 맞지 않아 그만두게 되고, 나름대로 좋아서 선택한 전공 수업에서는 나를 제외한 다른 수강생들의 박식함에 자존감이 낮아졌다. 전공을 잘 선택한 게 맞는지 강의 매 순간 회의했다. 과장을 보태서 사르트르의 ‘인간은 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라는 구절이 망망대해 같은 만해관 강의실 한가운데에 던져진 나를 보고 하는 말 같았다. 이런 스트레스를 안고 여러 가지 면에서 지친 나는 막연히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 생각해 여행을 계획 했었다.
하지만 막상 여행 일정을 짜다 보니, 이건 지친 나를 위한 휴양이 아니라 또 다른 노동이 되었다. 일정상 새벽 6시부터 기상해서 돌아다녀야지만 그날 하루 목표를 완수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친구랑 둘이 가려고 했다 보니 여행 스타일을 맞추는 거부터 또 하나의 난관이었다. 지친 나를 위해 여행을 가고자 했던 것이었는데, 결국 나는 쉬러 가면서조차도 친구와의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고, 스스로 모든 것을 옭아매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왜 여행을 가고자 했는지 본래의 목적은 퇴색된 채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찰나에 갑작스러운 코로나 19로 여행을 취소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처음에는 실망스럽고 화가 났다. 여행 경비를 한참 손해 보고,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개강도 뒤로 밀리게 되면서 한동안 외출도 하지 않고,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온전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없이 어색해서 가지 못한 여행이 아쉬웠다. 갑자기 주어진 많은 시간 속에서 동기들은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는 데 비해 나 혼자 뒤처질까 걱정 또한 앞섰다. 돌아보니 내 모든 시간은 전부 해야 하는 일들과 그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 자신을 위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나 자신을 어떠한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어서, 많은 것을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모든 일들, 사람과의 관계에 정의 내리기에 집착했었다. 본래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을 해내고자 스스로 헛된 부담감만을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주어진 시간 덕에 점차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해야만 한다.’라는 의무감 대신 평소 흥미로웠지만 해보지 못했던 것을 취미로 갖게 되었다. 학업의 어려움에 절망하기보다 과거에 잘해왔던 것들을 곱씹으며 마음을 다잡았고, 유쾌하지 않은 친구와의 관계에 스트레스받는 대신 내 옆에 있어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전과 달라진 점은 여유가 생기니 단지 부정적으로 생각만 했었던 나의 모자란 점들과 내가 처한 상황을 긍정의 힘을 가지고 개선해 나갔다는 것이다. 비록 좋은 상황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갖게 된 여유가 나 자신을 조금 더 돌아보고 긍정적으로 상황을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지 무작정 어딘가 떠나는 게 나의 스트레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코로나 19는 물론 하루빨리 없어져야 하는 현상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사태를 계기로 잃는 것도 있었지만, 분명히 얻는 것도 있었다. 나 자신을 제쳐둔 채 목적만을 생각하고 달려왔던 마라톤을 한 박자 쉬어가면서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시간 또한 가졌다는 것이다. 어떤 것을 정의하고 목적만을 위해 달려가기 급급한 나에게 코로나19로 인해 주어진 시간은 앞서 말한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구절을 전과 다른 태도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정말 인생은 유득유실이 아닌가 싶다.
기사작성 실습 '코로나 19와 나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