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신빙성

신앙 일기

by 글쟁이 써니

1. 주께 아무리 맡겨도 주는 이루시지 않는다


오늘 엄마가 보내준 성경 구절이다.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부터 나오느니라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것이 이루어지리라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이는 여호와시니라
어떤길은 사람이 보기에 바르나 필경은 사망의 길이니...

좋은 말이다. 한 2~3년 전만 해도 읽으면 가슴이 뛰었을 성경 구절이다. 물론 아직도 이 구절이 진리이길 바라는 일말의 소망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구절을 문자 그대로 믿을 만큼 순진하진 않다.
나야말로 모든 나의 행사를 주님께 맡겼던 사람이다. 언제나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열심히 기도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부분은 하나님께서 해주실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이끌어주실 것이라 믿고 좋은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을 갖고 살아왔다. 바로 위와 같은 성경 구절이 내 근거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인생의 길을 돌아보면 예상에서 훨씬 벗어났을 뿐이다. 가장 절박하고 고통스럽고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전능자의 인도하심이나 도우심같은 건 내 인생에 없었다.

2. 작은 기도는 응답, 큰 기도는 침묵

지나간 일은 이제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내가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삶의 방식을 가져야 할 것인지.
이제는 전능한 신이 우호적이라는 순진한 믿음, 막연한 낙관과 안일한 기대는 버려야 하지 않을까?
오로지 혼자 힘으로 최선을 다해 미래를 대비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기도는 한다. 매일의 작은 일상도 기도를 통해서만 제대로 영위할 수 있다. 작은 기도를 하다보면 큰 기도도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또 바라고 기대하게 된다. 작은 기도는 종종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선 정말 기도 응답인 건지 우연인 건지, 기도를 하지 않아도 어차피 될 일이었던 건지 하는 의문이 남는다. 작은 일에 대하선 사실 절대자의 도움이 크게 절실하진 않기도 하다.

많은 기독교인들은 이 사진 같은 신앙 생활을 꿈꾸며 그 근거로 성경을 본인 입맛에 맞게 편집한다. 그러나 현실은 과연 그렇게 낭만적일까.

3. 기도하되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삶의 길은 가파르고 늘 버거우니 기도를 멈출 수는 없지만 기대는 멈출 수 있다. 기도하되 기대하지 않는다. 삶을 피폐하게 만들지 않을 정도 안에서 꾸준히 미래를 위한 노력은 하되 역시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으로 원하는 것을 이룰 수도 있겠지만 안이루어져도 그러려니 한다. 행운은 말 그대로 행운이기 때문이다. 이런 삶의 방식이 가능할까?
늘 그래왔듯 이겨내고 견뎌내고 노력과 성실을 습관으로 삼는다. 하지만 삶이 달라질 것이라는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한 번 살아봐야겠다.
성경 말씀은?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을 것이다. 몇몇 독실한 신자의 간증대로 성경 말씀이 진리로 삶에 이루어지기도 하는 것을 보면 말씀에 힘이 있고 진리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에서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독실해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것을 보면 어쩌면 신앙이란 믿는 사람에게나 안 믿는 사람에게나 가끔 찾아오는 우연이나 행운에 인간이 투영한 소망이거나 간절한 바람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니까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겠다는 것이다. 좀 더 살다보면 조금이나마 답에 가까워질 수는 있을 거라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