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노래홀릭 09화

인생의 화양연화는 너였다

겉과 속이 다른 반전 노래2-화양연화(이승환)

by 글쟁이 써니

가장 좋아하는 가수를 꼽으라면 주저 않고 꼽을 수 있은 가수가 이승환이다. 앨범이 나오면 주저 않고 사는 가수 역시 그이다. 보통 가수들은 앨범 전체에서 타이틀 곡 포함 많아야 두세 곡 정도가 좋기 마련인데 대체로 전체 앨범 곡들이 다 좋아서 믿고 듣는 몇 안 되는 가수이기도 하다.

화양연화를 처음 들었을 때는 가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냥 밝고 귀여운 사랑 노래인 줄 알았다. 한참 뒤에야 가사를 알고 곡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 노래의 가사는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완성도가 있다. 서글프고 씁쓸한데 아름답다.

화양연화(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는 바로 그녀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다. 너무도 빛나는 순간이었기에 이대로 사라져가는 것이 아쉬워 다시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한 때 그녀의 이름은 가슴 속에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게 했다. 그러나 그 불꽃은 잠깐 타오르다 꺼져버렸다.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의 모습이, 그녀의 가냘픈 어깨도, 환한 웃음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흩어져가고 있다.

한 번 떠올린 너에 대한 생각은 겉잡을 수가 없어서 온 세상이 너로 가득한 것처럼 느껴진다. 어딜 보니 너가 보인다. 하지만 너와 말할 수도 너를 만질 수도 없다. 이별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번 떠올린 너에 대한 생각은 걷잡을 수가 없어서 너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서 미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새삼 오래 전에 떠나보낸 줄 알았던 이별의 고통이 심장을 파고들고 어찌할 바를 몰라 산 너머 지는 태양을,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제 화양연화의 시간은 종료되었음을, 너와의 시간은 끝났음을, 너를 추억 속에 묻어버리는 것을, 너와의 완전한 이별을 마음속으로 담담히 수용한다.

하지만 함께 한 시간들이 너무도 찬란하고 소중하고 하나하나가 아쉽기에 처음부터 너와의 시간을 복기해본다. 처음 만난 순간, 처음 손을 잡은 순간, 처음 입을 맞춘 순간, 떠올릴수록 그 순간 속의 우리는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다 묻어야 한다.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노래는 참으로 놀랍다. 일단 이별을 이렇게 밝고 귀엽고 온화하게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별할 당시에는 고통스러워서 숨쉬기가 힘들고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파서 이러다가 죽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좀 지나도 통증도 슬픔도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다. 떠올리기만 해도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흐르는 증상도 그대로이다. 계속 이렇게 영혼의 한 조각이 어긋난 채로, 마음에 깊은 병이 든 채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별은 치유될 수 있는 병인 것인가. 이별 후에도 삶은 지속되고 세상의 소소한 아름다움, 이를테면 구름이라든가 석양 같은 것들 역시 여전히 옆에 있다. 죽을 것 같은 아픔도,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딱지가 앉으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낫는 것인가. 결국 절대 받아들일 수 없던 이별까지도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거구나. 인생의 화양연화로 나를 찾아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그렇게 인정할 수 있는 거구나.

"네가 없는 채로도 인생은 계속된다. 네가 없는 채로도 세상의 소소함과 소박함은 아름답다. 나는 그 인생에도 어느새 적응하고 있다."

이 노래는 그렇게 담담히 고백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화양연화> 이승환

기억 속에 멀어지는 / 가슴속에 타오르다만 이름을 / 불러보고 불러보려 한다
바람결에 흩어지는 가느다란 너의 어깨와
세월 따라 두둥실 떠가는 흐린 새털구름처럼 / 하얗게 흩어져간다
네가 너무나 많아서 missing you
네가 너무나 흔해서 / 한 조각 닿지 않고
붉게 물든 하늘 / 다 타 들어간다
네가 너무 그리워서 missing you
네가 너무 보고파서
오늘도 산 너머 누운 태양에 널 묻기로 했다
너로 인해 시작되고 /너를 통해 어지럽히던 내 맘을 / 정리하고 정리하려 한다
숨턱까지 차오르는 같이 울고 웃고 뒹굴던 기억 / 세월위로 두둥실 떠가는 구겨진 종이배처럼
화양연화
하얗게 멀어져 간다 /네가 너무나 멀어서 missing you /네가 너무나 작아서
한 조각 닿지 않고 /붉게 물든 바다
다 타 들어간다
네가 너무 그리워서 missing you
네가 너무 보고파서 / 오늘도 달빛아래 눈부신 너와나 ( 손을 잡던 )
반짝이던 너와나 ( 입맞추던 ) 잊지 못할 너와나 /모두 묻기로 했다 / 다 묻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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