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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Oct 30. 2022

별세계에 눈을 뜨다

15초의 마법에 빠지다

 하다 보니 매일 틱톡을 올린 지 한 달이 넘었다. 시작은 브랜드를 확장하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지금은 재밌어서 하고 있다. 글을 쓰라는 것은 엄마의 꿈을 강요당한 탓이 컸다. 물론 지금은 글 쓰는 매력을 알게 되었고 엄마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어릴 때 내 발로 합창단 오디션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똑똑. 처음 보는 건물에 들어설 때의 낯섬.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오디션장 문을 열고 처음 눈이 마주쳤던 지휘자의 얼굴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오디션을 보면서 단 한 가지 생각을 했다. 중학교 땐 성악을 하라는 권유도 있었는데. 아직 내 목소리를 사람들이 들어줄만할까? 그런 생각으로. 자유곡도 부르긴 했었는데 기억이 전혀 없다. 단기 기억 노화가 오는 거겠지. 암튼 나는 고향의 봄도 불렀다. 그런데 운이 좋았는지 덜컥 합격을 했고, 아이를 키우면서 합창단 생활을 3년간 뚝심 있게 했다. 하지만 잦은 주말 공연과 스케줄이 벅찼고, 어린아이를 돌보면서 합창 대회를 준비하기란 쉬운 일정은 아니었다. 3년 동안 합창단 생활을 하고 수십 번의 무대에 서 보고, 그렇게 나는 합창단 생활을 접었다.


요즘 씽포골드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마음이 저릿저릿한다.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한다. 합창하는 그들의 마음이 와닿아서 일거다. 그리고 나도 그런 무대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로 소통하고 싶어서. 또 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바라는 아름다운 하모니 안에서 나도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초등학교 때 노래와 댄스로 이름을 날린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직까지도 초등 친구들은 나에게 뮤지컬 배우가 되라는 충고를 서슴지 않는다. 글 쓰는 건 너무 뜬금없다고 나를 놀리기도 한다. 내 글을 보더니 이게 네가 쓴 게 맞냐고 어이없다는 듯이. 너를 표출하고 살지 왜 가두고 사냐는 말도 한다. 모두 다 나를 잘 알아서 하는 말이지. 암암.


틱톡 세상을 입문하게 된 건 대형 커뮤니티에서 지인이 오픈 카톡방을 열게 된 게 시작이었다. 나는 배워서 손해 볼 것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새벽 강의에 꾸준히 참여했다. 그리고 동생을 지원해주고 싶은 생각으로 열심히 하는 회원이 되어 역할을 해주고 싶었다.

 

그냥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틱톡을 깔았다. 첫날. 샤워 댄스 영상을 올렸다. 이게 다야? 틱톡의 플랫폼을 보고 실실 웃음이 나왔다. 내가 살짝 웃기만 해도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편집 툴이 넘쳤다. 얼굴을 보이기 싫으면 안 보여도 되고, 팔자에, 눈가 주름까지 마법처럼 없애줄 환상적인 필터가 가득했다. 시작하고 며칠은 정말 헤어 나오기 힘들 정도로 그 매력에 빠졌다. 최신 음원과 손댄스를 따라서 연습하고 내 스타일대로 영상을 올리자 팔로워가 확확 늘기 시작했다. 인스타 팔로워가 200, 페북이 1500이 고작인 나는 일주일, 한 달 만에 1000이 넘는 팔로워가 신세계였다. 그들은 나의 갖가지 모습에 내 매력에 빠지고 있었다.


필터로 전혀 다른 사람 같은 나를 보다 고개를 세차게 돌려보지만 점점 나는 그 세계에 빠져 들고 말았다. 거기에 리워드 이벤트까지 하고 있어서 솔솔 현금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나는 내 색깔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냥 잠옷만 입고 찍어도 그 매력이 최고로 발휘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굳이 너무 멋있게만 보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다시 보니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서 매력이 있었던 거였다. 참, 생각이 짧았다 싶었다.


물론 예쁜 여성이 인기겠지. 하지만 50 된 아줌마 틱톡 커가 주는 또 다른 매력을 찾고 싶었다. 내 아침 레시피를 올리기도 하고, 내가 작업 중인 그림책의 그림 작업 진행 과정을 올렸다. 사이사이 모델 같은 화보와 핑크 베놈 같은 핫한 노래에 맞춰 동작을 연습한 영상도 올렸다. 웃긴 모습, 바보 같은 모습, 슬픈 표정까지.


신기한 것은 내가 꾸미고 가꾸는 대로 내 영상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내 연출이 가능했다. 실제 내 목소리를 담아서 팔로워들에게 가을 인사를 전할 수도 있었고, 맛집이나 추천 카페를 감각적인 편집 툴로 멋지게 만들어서 올릴 수도 있었다. 매일 두세 개씩 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초반에 팔로워를 확 늘려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열심히 나를 변신시켰다.


역시. 꾸준함은 결과로 돌아오는 법. 나는 나노 인플루언서가 됐다. 한 달 만에. 메가급 인플루언서들은 콧방귀를 뀔 수준이지만 나 스스로는 엄청 큰 결과였다. 그리고 요즘엔 나 같은 일반인 나노급 인플루언서들의 진정성 있는 마케팅도 대세라고 했다. 이러다 나한테 광고 제안이 들어오는 거 아니야? 큭큭 혼자 상상해 보기도 했다.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일이 호불호가 있을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 스스로 재밌고 만족스러워서 나는 이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15초! 영상을 찍는데 딱 15초면 된다는 것이 정말 나에게 너무 딱 맞는 플랫폼이라는 거. 나같이 이일 저일 벌려 놓은 일이 많은 사람들한테는 15초로 내 영상 히스토리가 착착 쌓이는 틱톡이 너무 찰떡이라는 거다.


내가 50이 된 시점에 틱톡을 시작했다. 앞으로 50년은 나의 영상을 더 모을 수 있겠다. 이거 평생직장인 건가. 별 거 아니지만 손댄스를 배우다 보면 뇌도 자극되는 느낌적인 느낌. 동작을 나이 들어 익히려니 쉽지 않다. 거기가 블랙핑크 같은 아우라의 십 분의 일도 못 미친다. 하지만 하나씩 해내고 나면 스스로 뿌듯함이 제법 크다. 


사춘기가 온 딸에게 안무를 배우며 관계도 호전되었다. 딸들은 전혀 다른 엄마의 영상을 보고 깔깔 웃고 즐기고 감탄을 해 준다. 고맙게도. 요즘엔 인기 영상이라며 추천도 해주고, 알려준다. 공감과 취미로 사춘기 터널을 잘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긴다. 


별세계. 나는 우주를 자유로이 떠다니는 별처럼 이 세계를 누비고 다니고 싶다. 그러면서 또 다른 나를 계속 만나고 만들어 가고 싶다. 자꾸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해 보고 싶은 게 늘어난다. 설레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이제야 눈뜬 세상이지만 시작한 것만으로 충분한 세상. 오래오래 이 세상에서 숨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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