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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Oct 30. 2022

우리의 힘은 크다

50 되어 보인 세상

어느 날부터 미라클 모닝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관련된 책도 넘쳐났다.  하루의 가치, 백일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은 시간을 소중하게 느끼고, 인간관계와 일상의 소중함을 깨우치게 됐다. 그런 흐름에서 나온 말일 테다. 결국엔. 간단히 말하면 새벽에 일찍 기상을 하고 나를 위한 자기 계발을 하며 나를 발전시키자는 알짜배기 운동 같았다. 좋게는 보였지만 나와 결이 맞는 습관은 아니었다. 새벽 늦게까지 원고로 허덕이다 끝나면 과일 맥주를 마시며 못 본 드라마를 몰아보기 하는 나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요즘엔 몇 년 전에 놓친 주옥같은 드라마를 보기에도 시간이 짧거니와 나의 아저씨 같은 명작은 세 번 네 번을 봐야 하는데 아직 두 번 밖에 못 보았다. 언젠간 인생 드라마와 내 일대기에 대한 이야기도 꼭 쓰고 싶다. 그땐 내 전성기의 많은 사람들을 모두 소환해야지. 브런치는 이래서 좋다. 글을 쓰다 보면 또 쓸 게 떠오르니.


미라클 모닝을 갱년기가 슬슬 오는 남편에게 더 잘 어울릴 말이다. 근데 그 말이 일 년 가까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 자꾸 신경 쓰일밖에 해보자 싶었다. 마음을 먹자마자 행동으로 옮기면 되는데 참 어려웠다. 알람을 해 두고 잔다 치지만 잠결에 꺼버리기 일쑤였고, 그 알람 때문에 오히려 남편이 깨서 새벽부터 뜬 눈을 하고 나를 노려보고는 했다. 무모한 도전을 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나를 다독이며 미라클 모닝을 잊어갔다.


유독 파이팅이 넘치게 하루 24시간을 분단위로 사는 아는 동생과 나는 몇 년째 솔 메이트처럼 지냈다. 동생이지만 그녀의 성실한 삶은 내가 배울 점이 많았는데 최근에 자기가 들어간 커뮤니티에 들어오라고 소개해 주었다. 나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쑥스럽지만 수백 명의 집단 커뮤니티에 쑥스러운 첫인사를 건넸다. 내 브랜딩을 위해서라면 도전해 보자는 맘으로. 그리고 이건 진짜 꼰대 같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50살 전에 하는 게 덜 쑥스러울 것 같았다. 물론 아무도 내 나이 따위 모르지만 나 스스로 아직 단단하지 못한 탓일 테지. 들어가서 톡방의 소통을 하다 보니 계신 분들은 대부분 미라클 모닝의 주역들이었다. 자기를 성장시키고 강의로 자기 계발을 이끄는 사람들이었다. 파워블로거였다. 이미 하루의 가치를 최고치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 숨 막혔다.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살라고 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나랑 너무 다른 사람들인 것 같은데 괜찮을까 우려가 앞섰다. 지금 나 살기도 벅차면서 이런 수백 명 커뮤니티라니 괜히 내 무덤을 내가 팠어라며. 그런데 미라클 모닝을 하는 사람만 하고 있었다. 뒤늦게 일어나서 천연덕스럽게 아침 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자연스레 낄 수 있었다. 조금씩 어울리게 되었다. 역시 뭐든지 간에 겉보기와 내가 직접 겪는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나는 오히려 퍼펙트하지 않은 분위기에 이끌렸다. 


온라인이지만 인사를 나누는데 많은 분들이 반겨주고 인사를 해 주니 좋았다. 연령이 모두 섞여있고 대화명으로 나를 알리고 소통하는 오픈 채팅방의 매력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대화가 편안하고 따뜻한 분은 인스타로 찾아보고 팔로워를 신청하고 또 그렇게 나는 친구를 만들어갔다.


새벽 세시반에 일어나는 사람들은 뭐지? 네시 반도 빠른데 아예 날밤을 새운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들었지만 그럴 의심의 여지는 내가 일어나지 못하고 하지 못 하고 있는 미라클 모닝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아침을 일찍 여는 사람들에 대한 솔직한 내 존경심이었다. 그들은 일어나서 아침 인사를 남기고 좋은 명언을 남겨 주고. 새벽에 들은 강의도 나 같은 사람들이 보라고 자세히 올려 주었다. 마치 나 같은 늦잠쟁이에게도 공짜로 족보를 퍼주는 느낌이랄까. 경계가 없었고 따뜻함이 넘쳐났다. 열정으로 달아올랐고 자상한 인사가 가득했다. 그렇게 나는 스며들었다. 


한때는 나만 잘하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살았다. 더 많은 사람과 어울리며 내가 왜 내 시간을 버려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느껴지는 건, 어떤 일도 나 혼자서는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난 가족의 힘으로, 주변 사람들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 


책을 내고 독자가 생기고 글을 쓰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전에 내가 한 거라고는 고작 책놀이를 동네에서 재능 기부한 게 다였다. 하지만 글쓰기 줌 수업을 무료로 열고 소통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이 대형 커뮤니티에서도 해 볼 계획을 세웠다. 아직 말을 꺼내지는 못했지만 최근까지 자기의 재능과 책, 도움이 될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분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분들을 통해 또 배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내 작은 역량이 많은 사람과 어우러질 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나는 그 가능성을 믿고 가기로 했다. 갱년기가 오는지 요즘엔 새벽에 뒤척이며 깨곤 한다. 그럴 때 슬쩍 미라클 모닝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든다. 하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 걸 억지로 끼어 맞추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조금씩 할 수 있는 것을 정리하며 찾고 내 스타일로 고치고 다듬으면서 살고 싶다.   


어느 커뮤니티든 수장의 힘과 추진력이 큰 역할을 한다. 역시 내가 속한 이곳엔 든든하고 큰 나무 같은 분이 있다. 그리고 그 분의 옆에서 묵묵히 자기 가지를 지키는 분들도 있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에게 따뜻하고 한결같은 말로 환영을 해주고, 어느 누구의 하루를 응원해주는 따뜻한 손길들이 있다. 매력적이고 다정한 이 방의 분위기가 나는 참 좋다. 뭉근한 온돌 같은 곳 같아서. 뜨겁게 타오르고 꺼지는 불꽃이 아니라서 더 좋다. 


앞으로 나는 이 수백 명의 사람들과 어떤 교감을 나누고 또 소통하게 될까. 하루하루가 더 설레고 기대되는 계절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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