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작가 Oct 30. 2022

출간하면 세상을 다 얻을 줄 알았다

50전에 출간 대열에 끼다

세상에 나오는 출간 책들은 다 누가 살까? 난 한 달에 책 값으로 못 해도 5만 원 이상은 꾸준히 쓰는 사람이다. 아니 더 쓴다. 아는 분이 책 내면 사고,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의 신간이 나오면 발이 안 보이게 뛰어가서 또 사고. 문제는 어쩜 페북일지도 모르고, 인스타일 지도 모른다. 거기서 헤매고 있는 나일지도.


내 주변의 사람들은 일 년에  몇 권 이상씩 척척 책을 내는 사람들이다. 아는 사람들을 그냥은 못 두겠어서 나는 또 지갑을 연다. 그렇게 또 누구 축하할 사람 없나 하루 종일 인터넷을 헤맬 때도 많다. 그렇다고 그 모든 분들이 이번에 내가 실로 처음으로 내 책을 출간했을 땐 반응이 다 달랐다. 인간의 이면을 보고 깨달음도 많았다. 이 얘긴 아예 시리즈를 따로 써야 할 판. 나 너무 순진한 건지. 바보 같은 건지. 이건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는 얘기다. 그렇다고 자존심 상하게 내 책 좀 사줄래요?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저 내 책을 사주신 분들께는 한 분씩 찾아가서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앞선다. 


한 달 책값이 5만 원 정도면 독자로서 vip정도 될까? 애들 책도 사는구나. 식비를 엄습할 만큼 사대는 구나. 난 새 책의 향기가 좋다. 그리고 잔뜩 배달되어 오는 책의 묵직한 바디감도 좋다. 물론 그렇게 내 돈 내산 한 책을 다 읽었느냐. 그건 또 아니다. 현실은 왜 이렇게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없는 것인지. 하지만 난 책을 사고 또 산다. 어느 날 못 읽은 책을 쌓아두고 있는 것도 나에게 엄청 행복한 시간이니까.


교보문고를 가서 보면 책들이 꽂혀있고, 어디에 어떻게 박혔는지도 모르겠는 책들도 많지만 구석이라도 내 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그 간절함의 눈물겨운 스토리는 십 년 전 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메일함에 내 원고를 계약한 출판사가 보낸 메일이 담겨 있었다. 드디어 출간하려는 것인가 기쁜 맘으로 메일함을 열었다. 아뿔싸! 내 원고 계약서가 돌아왔다. 5년도 지나서 출판사는 사정이 어렵다며 내 책을 낼 수 없다 하였다. 이런 일이 가능해? 이럴 거면 왜 내 귀한 원고를 팍팍 썩였지? 그런 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림책 원고를 넘긴 곳은 부서가 사라졌다며 내 원고를 돌려주지 않았다. 큰맘 먹고 썼던 중학년 동화는 그림 작가가 그림도 멋있게 그렸는데 출판사와 협의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면서 그림을 못 쓰게 되었다. 내 원고는 자연스레 구천을 떠도는 한 맺힌 혼이 될 것 같은 상황. 난 내 컴에서 떠나버린 하지만 책으로 돌아오지 못한 안타까운 원고를 보며 십 년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출간의 운이 한줄기 희망을 주었다가 사라지는 희망고문의 시간들을 참 오래 참아야 했다. 


출간 책이 없을 뿐, 기획물이나 지역 출판물은 꾸준히 책으로 냈다. 비매품이지만. 반짝이는 출간 책을 더없이 부러워하며 난 그저 나에게 오는 일을 묵묵히 해 냈다. 소외된 지역의 가치를 알리는 그림책, 마을의 관광에 도움을 주는 그림책, 지역의 음식문화를 되돌아보는 그림책, 전쟁을 치른 어르신들의 이야기, 작은 도시의 에세이, 사적을 알리는 그림책, 한국 역사를 재밌게 이해시키는 시나리오, 주니어의 쫄깃한 로맨스가 담긴 웹드라마 대본 등. 글을 쓰면서 늘 했던 일은 아이들과 소박하지만 의미가 담긴 찐 소통 가득한 글쓰기 수업, 책놀이. 브런치의 글 서랍 채우기. 매일 쓰는 인스타 글 등.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코로나에, 모든 강의와 일이 정지된 나는 내 아이와 시간을 잘 보내고 싶었고, 늘 원고와 일로 바빴던 시간이 아쉬웠다. 그래서 작정하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진짜 의미 있게 보내겠다고 맘먹었던 100일 글쓰기를 하며 나도 아이도 많이 성장했다. 아이의 글쓰기 결과물을 인스타에 올렸는데, 그것을 보고 엄마와 아이의 글쓰기 이야기가 담긴 책에 대한 출간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글쓰기 수업은 최근까지도 내가 해 오고 있는 일이라 그 원고에 대해선 전문성을 살릴 자신이 있었고, 나는 내 노하우를 잘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따끈따끈한 내 책이 세상의 모든 큰 서점에 꽂히게 되었다. 

빨간 띠지를 두른 내 책은 어느 책 보다 내 눈엔 화려한 보석 같았다. 내 아이의 그림이 표지를 장식한 나와 아이의 작품이 책이 되어서 정말 감사하고 눈물 나게 행복했다. 


출간하고 나서 매일 교보문고의 순위를 검색했다. 뭐. 나쁘지 않았다. 지인 찬스도 있었고, 가게도 오픈빨이 있듯이 책도 신간빨이 있었다. 파워블로거의 진정성 있는 후기는 매 글쓰기 책을 한껏 돋보이게 해 주었고, 나는 매일 인스타에 내 책을 알리는 직간접적인 글을 꾸준히 올렸다. 국제도서전에 사인회 반응도 좋았고 판매율도 좋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베스트 상위권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대형 출판사의 유명한 이름을 가진 곳에서 나오면 무조건 사겠지만 내 책은 그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진정성 있게 소신과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작고 아름다운 출판사였다. 대형과 소형의 싸움은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조금씩 내 책을 구입하고 마음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나는 글쓰기 무료 줌 수업을 열며 꾸준히 노력했다. 어느덧 커뮤니티에 수십 명의 아이와 엄마가 생겼고, 지금도 계속 늘어가는 중이다. 


책만 내면 진짜 난 다 해낸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할 거야라고. 하지만 지금의 내 생각은 책은 내고부터가 시작이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내 책이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말해 보아도 그것을 누군가가 읽어주지 않는다면 덧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솔솔 늘어가는 내 책의 독자를 보며 참 감사한 사람들이구나 물가도 오른 마당에 진정한 소비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야 라는 생각을 한다. 좋은 곳에 쓰려고 사둔 내 책을 보며 어디에 쓸까 고민을 한다. 그러면서 내가 글쓰기 책을 낸 이유를 다시 떠올린다. 난 선한 영향력을 주기 위해 이 힘든 작업을 하면서 책을 낸 사람이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니 난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한다. 


50 전에 깨닫길 다행인 것 같다. 출간했다고 콧대가 하늘을 치솟을 필요도 없다. 요즘처럼 독자보다 작가가 많은 세상이 어딨는가. 그런 진정성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싶다. 출간은 인생에 있어 소중한 경험이고 가치를 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베스트셀러가 아니면 어때. 어느 한 아이에게, 육아로 지치고, 글쓰기의 해답을 못 찾는 어느 엄마에게 빛이 되고 햇살이 되는 가치 있는 책이길 소망하며 살련다. 그러다 보면 혹시 알아? 하늘에 계신 아빠가 큰 선물을 줄지?  


 


  


 

이전 07화 그녀의 50을 응원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