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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 Feb 21. 2022

그녀의 50을 응원한다

나의 50도, 당신도 50도 

 뿔테 안경에 고슬고슬한 머리 스타일. 다소 까무잡잡한 얼굴과 푸근한 미소, 편안한 원피스 차림의 그녀. 요즘 50이면 무언가를 해 보라는 열풍이 엄청 불어 다소 부담되기도 하는 시대. 꼭 그것이 기준일 필요는 없지만 50이 사실 인생의 2막 같은 것은 사실이다. 그녀도 그랬다. 50이 꽉 차기 전에 작은 것이라도 이룬다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소일거리로 틈만 나면 해오던 프랑스 자수는 세월이 지날수록 쌓이고 쌓여갔고, 이제는 수준급이 되어 버려 소품부터 큰 가방까지 그녀의 황금손으로 작품이 되고 있었다.


 

 지역에서 메이커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접하고 도전하기 시작했다. 쭈뼛거리는 젊은이들도, 노련해 보이는 육아맘도 그녀는 기죽지 않고 자신을 믿었다. 호탕한 목소리와 걸걸한 웃음소리는 그녀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푸근한 인성은 손수 열심히 지은 작품을 척척 잘도 준다. 뭐가 남으려고 그러나 싶기도 하다가도 그녀가 쌓아놓은 시간은 어디 안 간다는 것을 요즘은 많이 느끼고 있다.


 가을이 내려앉은 경희여중의 교정에 그녀는 당당히 출근을 한다. 메이커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그녀는 브랜드가 생겼고, 슬로건이 만들어졌고, 인생철학도 함께 다듬어졌다. 여기저기서 찾는 것은 이제 새로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 동안, 그녀는 영도 모르던 영상을 편집까지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온라인에 발 빠르게 적응하는 교사를 찾기 위해, 학교 측에서도 많이 서둘렀고, 비여사는 중학교 아이들에게 적당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여러 번의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입소문이 나 있던 바, 비여사는 어린아이들부터 성인들까지 두루 섭렵, 클래스를 컨트롤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사실, 반대표는 자수만큼 뜨개도 엄청난 실력자다. 자수와 뜨개를 섭렵했으니 작품들이 고급스럽고 완성도가 넘쳐난다. 그녀는 친정 엄마가 사는 시골에 가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발을 찾는다. 꽃잎을 자세히 바라보고 말을 건넨다. 예쁜 모습을 사진에 담고, 스케치를 해 본다. 그대로 실과 바늘로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시킨다. 그래서 그녀는 특히 꽃이 많이 피는 계절을 좋아한다. 봄에는 꽃을 구경하러 다니느라 종종 바쁘다.




 갑자기 바빠지고 몸을 못 돌보는 사이 위험신호가 감지된 날, 반대표는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제야 좀 허리를 피고 인생의 2막을 즐기려는데 여기저기 몸에서 걸 그적 대는 장애물이 한탄스러웠다. 하지만 반대표는 그때부터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다. 힘들어도 이제야 인생이 무언지 알겠는 나이에 다시 나를 찾고 도전하기로. 반대표는 야채 위주의 키토 김밥과 건강 식단을 직접 연구하고, 관리하며 꾸준히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관리법으로 메이커를 또 하실지로 모를 만큼 노하우가 엄청나다.



 봄이 오는 소리에 반대표는 겨우내 움츠렸던 기재개를 켜 본다. 설레는 봄처럼 이제부터 반대표의 인생은 봄일 것이니까. 너무 조급해하지도, 거스르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푸근히 마음을 나누면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살고 싶다.

 군대에 간 둘째가 그리운 오늘이다. 엄마의 새로운 브랜드와 하는 일을 처음부터 응원해 주던 둘째 아들.

키우는 동안은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잘 해냈고, 잘 키워냈다. 아직 반대표는 자신의 동백꽃을 피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욱 활짝 필 동백꽃을 상상하며 또 미래를 꿈꿔가며 동백꽃을 한 땀 한 땀 바늘로 짓고 있다. 나 또한 그녀를 오래오래 응원하고 오랜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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