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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흑곰 Jul 14. 2019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2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제2편입니다. 혹시라도 1편으로 보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링크를 타고 가셔서 1편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13. 중간에 한 번 쉬어가는 셈 치고 그간 써내려 온 글을 다시 들여다보세요. 처음에 써내려 가면서 보지 못했던 각종 오류와 이야기 흐름의 방해 요소들이 눈에 쏙쏙 들어옵니다. 이런 과정들은 글을 쓰면서 수시로 이루어져야 하며, 반복되면 글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작은 수정과 더불어, 큰 틀에서 보다 나은 구도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다.


14. 각고의 고민 끝에도 도무지 글의 진척이 없다면 글쓰기를 의도적으로 잠시 중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는 신들린 듯 글이 잘 써지는 반면, 때로는 미칠 정도로 써지지 않는 날이 있기 마련입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은 잠시 숨을 고르고 쉬어갈 줄도 알아야 합니다. 억지로 쓰는 글은 자신에게도 독자에게도 아무것도 남지 않기 마련입니다.


15. 무언가를 큰 틀에서 수정하게 된다면 예전에 써 두었던 글은 별도의 공간에 고스란히 남겨 두세요. (클라우드 서비스나 개인 PC의 별도 폴더 등) 언젠가 그 안에 무슨 얘기들이 담겨 있는지조차 새까맣게 잊을 무렵에 다시 그 글을 보게 된다면 아직 성숙하지 않았던 과거의 실력을 회상할 수 있으며, 지금은 오히려 잊은 과거의 기발한 생각들을 다시금 꺼내어 볼 수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글은 없습니다.


16. 글쓰기 능력은 글을 써가는 그 순간에도 늡니다. 다음에 쓰는 글은 이미 과거의 필력보다 높은 수준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이 당연해요. 그러니 자꾸 쓰면 자꾸 늘게 되어 있습니다. 


17. Zoom in / Zoom Out
카메라를 들여다보세요. 그리고 확대, 축소해보세요. 이제 카메라를 놓고 당신의 눈으로 주위를 바라보세요. 어떤 시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사물이 모두 다르게 보입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때로는 가까이 때로는 멀리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장(章)이나 문단에 시선을 두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각 문단, 각 장 밖의 글 전체를 둘러볼 필요도 있습니다. 수시로 이런 시선의 전환을 운용하면 글의 맥락을 유지하게 되며, 애초 쓰고자 했던 글 전체의 틀이 잘 유지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거시적 관점과 미시적 관점으로의 시선 조정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18. Speed Up / Slow Down

때로는 몇 분을 몇 초처럼 가볍게, 때로는 몇 초를 몇 분처럼 자세히 쓸 필요도 있습니다. 슬로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찰나의 순간을 분해해서 표현할 수도 있고, 오랜 시간을 두고 벌어진 일을 찰나의 순간처럼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짧게 지나갔지만 임팩트가 있는 순간은 장면을 분해하는 시선으로 묘사하고, 반대의 경우는 간략하게 사건의 결과만을 표현하면 됩니다.


19. 무작정 어렵고 전문적인 표현은 때로 독자에게 불편함만을 가져다줍니다.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서 물론 달라지겠지만 전문적인 표현과 쉬운 표현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에세이와 같은 글에 전문적인 표현을 굳이 넣으려기보다는 입에서 술술 나오는 편안하고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대부분의 독자는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다. 눈높이를 너무 높이거나 낮추는 것보다 적절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20. 저는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1년을 거의 매일 같이 몇 문장만이라도 써 내려왔습니다. 한 문장도 좋아요. 그 이상 생각나지 않으면 쉬어도 좋습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는 습관을 갖도록 해 보세요. 꾸준함이 주는 선물은 예상외로 굉장히 큽니다.


21.  오늘 등산을 하면서 여러 사진을 찍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사진 속의 몇 가지 풍경을 보고 묘사해 보세요. 필요하다면 그 순간을 기억에서 끄집어내어 그 안으로 들어가 보세요. 땀 흘리며 가쁜 호흡을 내쉬는 등산객들, 풍경을 뒤로 두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웃음 가득한 사람들, 땀을 식혀주는 시원하고 잔잔한 바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히 기분 좋게 젖은 옷, 힘들었지만 등반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당신 자신의 아름다운 미소, 그 뒤에 스팟라이트처럼 당신을 비추는 햇빛, 당신 옆의 사랑하는 이까지. 사진을 설명한다는 느낌으로 글을 쓰면 단순함에서 많은 소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진 속의 풍경과 기억을 묘사해보니 벌써 몇 개의 문장이 쉽게 만들어진 것처럼요.


20. 내용을 생각하기 이전에 독자들에게 던지고 싶은 강렬한 메시지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그것이 주제이고, 그것이 제목이고, 그것이 뼈대가 됩니다. 모든 내용은 그 메시지 하나에서 시작되며, 그것으로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21. 주어 동사부터 간단히 시작하세요. 수식과 기가 막힌 묘사 모두 기본적인 것 없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글쓰기는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개인적으로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기를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22. 관찰력과 분석력을 길러야 합니다. 정보나 현상에 대한 무관심이나 휘발은 멋진 소재를 손에 쥐었다가 바닥에 팽개친 것과 다름없습니다. 습관적으로 사람들의 행동, 말, 문화, 각종 현상 등의 공통점, 차이점, 특이점을 찾는 훈련이 소재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23. 독자의 편의를 위하거나 이해에 도움이 되기 위해 때론 불필요하게 구구절절한 설명을 늘어놓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굵직한 한마디로 카운터 펀치를 날릴 필요가 있어요. 나머지 상상과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돌려두어 독자들 스스로가 느끼고 생각하도록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습니다. (마치 명언이나 교훈처럼)


몇 안 되는 정보이지만 글쓰기를 시작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치며> 무엇보다 글쓰기는 사람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글을 썼더니 저라는 사람이 바뀌었습니다. 게으름이 사라지고 부지런해졌습니다.

독자들에게 거짓말할 수 없으니 저의 진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독자와의 약속이라 생각이 들어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썼던 이야기들이 제게도 자극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보며 잊고 있던 일들과 감정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외모, 기억은 물론이고 지금의 제가 바라보는 그때의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기고, 드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불쌍하기도, 대견하기도, 측은하기도, 바보 같기도, 어리석기도, 순진하기도, 미련하기도 했던 저를 떠올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나은 나로 살아가자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을 깊게 하게 되고, 스스로 미래의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잘 모르는 것들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스타: geulgo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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