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현실의 경계 앞에서

디지털 시대, 현실과 디지털의 모호한 경계선

by 햇님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을 가상에 구현한 것으로 현재 모의시험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제조업, 항공, 건설,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이 기술은 현재 안전 검증과 사고 위험 축소, 제작 비용 및 시간 절감이라는 유용한 측면이 도드라진다. 현재 폭넓은 적용을 위해 실제 도시와 동일한 도시를 가상에 구현하려는 계획이 한국에서도 발표된 바 있다. 당장 10~20년 전의 가까운 과거만 해도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로 놀라운 과학의 발전이다. 점점 발전 속도는 빨라지고 있고 기술은 진화를 거듭해 감탄을 부른다. 이러한 기술이 가져다준 변화는 당장 우리 삶 속에서도 체험이 가능하다. IT가 이 정도까지 오지 않았다면 당장 우리가 온라인 수업, 온라인 토론을 진행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빠른 과학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우려할 점 몇 가지를 제시하기도 한다.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반드시 시민의식까지 함께 동일 속도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며, 디지털 윤리 문제, 기술을 다루는 방식에 관한 문제가 늘 대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과 디지털은 이제 분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었고, 가까운 미래에 디지털 트윈 기술로 만든 가상 도시를 직접 체험하고 변형하는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 현실은 당연히 가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정보 파악과 시뮬레이션을 위한 기술로 쓰이고 있긴 하지만, 게임이나 영화처럼 가상으로 구현된 디지털 세상을 망가뜨리거나 발전시키는 것은 쉽다. 그렇다면 현실과 디지털이 이렇게 연관되어 있는 지금, 현실은 디지털에게 아주 큰 영향을 받게 될 수 있을까?


이번 광주 비엔날레 전시작품 중 하나인 린 허쉬만 리슨의 '그림자 스토커'를 한 번 보자. 이 작품은 영상이며 총 11분 47초의 러닝타임을 가지는 단편영화이다. 해당 작품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알고리즘 폭력을 다루고 있으며, 기술이 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결과에 개인의 인종, 소득, 성별, 사회적 계층 등의 배경 따위가 끼워맞춰지는 문제를 제시한다. 그렇게 끼워맞춘 데이터가 내놓은 결과가 특정인을 가리키게 되면 그는 범죄율 가능성이 높음을 나타내는 '붉은 사각형' 안에 갇혀 낙인이 찍히고 마는데 바로 이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디지털이 현실에 관여하는 것은 지금도 적지 않다. 디지털이 과정을 계산하고 결론을 내놓으면 현재 사람들은 과정을 생각할 필요 없이 쉽게 결론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점점 더 가상과 현실이 모호한 선을 가질수록 우리는 과정을 더 많이 잊어갈 것이고 결과를 보고 오해하고 착각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을 실제로 믿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그러한 움직임의 시작이 되레 현실을 가상과 같이 만들고자 하는 결과를 낳게 되면, 현실이 디지털을 좇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너무 극심한 우려는 선동을 부를 수 있고 공포를 조장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하철에서 생체칩 이야기를 하며 신을 믿으라 전도하는 사이비종교와 다를 바 없이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확실히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가 모호한 지금, 윤리와 다루는 방식에 관한 깊은 생각을 해보아야 하는 것은 맞다. 상호작용하고 변화를 주고받는 디지털과 현실을 오가면서 우리가 지금의 기술을, 또 미래의 기술을 구체적으로 어떤 자세로 맞이해야 할지, 각자가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요즘 서민음식이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