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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day Jan 25. 2021

기업의 자선기부도 CSR로 볼 수 있나요?

Philantrophy와 Charity


[CSR의 1세대, 자선 기부활동]


“000 기업 재해복구 이웃주민들을 위한 1억 성금 기탁”, 00 전자그룹 연말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난방비 지원금 2억 기탁”.. “이웃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다.”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생겼을 때, 자주 볼 수 있는 기사의 헤드라인 제목들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CSR 역사를 잘 돌아보면,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기업 사회공헌은 우리 사회에 어려운 형편에 있는 이웃들을 돕는 ‘자선 기부’가 대부분이었어요


이러한 자선 기부활동들 흔히들 이야기하는  CSR을 생각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생각했던 CSR 1세대 모델이기도 해요. 정확하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통념, 그 이상의 기업 내부의 자율에 의해 자선적인 활동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1세대 자선 기부활동 모델은 가장 흔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 모델로서 NGO나 사회복지단체는 물론, 보육원이나 시설을 위한 바자회, 장학금, 수재민 기금 전달 등의 활동들이 모두 해당됩니다.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를 돕는 것

[Philanthropy와 Charity]


많은 기업 CSR 담당자분들의 고민 중 하나는 자선 기부에 대한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회적인 이슈에 우리 회사의 후원금을 기부할지, 우리 기업만의 철학을 가진 사업에 후원할 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 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러한 방향성에 대한 고민에 앞서, 우선 자선 기부활동에 대한 명확한 개념에 대해 먼저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자선은 종교적이나 윤리적인 동기로 타인에게 인정과 자비를 베푸는 행위를 이야기합니다. 영어로는 Charity에서 Philanthropy까지 다양한 용어로 번역될 수 있겠죠.  이와 대조적으로 기부는 Donation 또는 Giving으로 의미로 쓰여 지곤 합니다.  여기서, Philanthropy는 협의의 의미에서 돈을 기부하는 것, 그리고 교환가치가 있는 것의 일방향적인 전달로(one-way transfer of exchangeables), 즉 대가 없는 전달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적인 차원보다는 인류(humanity)라는 집합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인류의 발전, 사회서비스를 위한 대규모의 기관 혹은 조직화된 기구에 돈을 기부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어요. 반면 Charity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대함,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용과 동정심과 같이 개인적인 차원의 관심과 자비심에 근거한 행위를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Charity는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순히 돈을 주거나 도움을 주는 것이지만, 이런 행위 특성으로 어느 사회적인 면에서는 견해가 제기되기도 해요. 즉 이들 행위는 어떤 인간도 고통받아서는 안 되며 도움을 줄 능력을 갖춘 자가 이들을 도와야만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세라(Coursera)의 스탠퍼드대학 Giving 2.0 수업은 Philanthropy와 Charity의 뜻과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1. Philanthropy
- Active Act to Promote Human Welfare(복지 증진을 위한 적극적인 행위)
- Proactive Attempt to Change Systems and Solve Root Causes(근본적인 사회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도움)

2. Charity
- Aid Given to Those in Need(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제공)
- Immediate Relief from Suffering(시급한 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적인 도움)

 정리하자면, Philanthropy는 특정 목적을 전제한 자선 행위이고, Charity는 목적보다는 시급하고 조건 없는 기부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이렇게 Charity는 개인적 차원의 소위 ‘측은지심’이라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면, Philanthropy란 이런 감성을 갖고 사회적, 구조적 변화를 염두에 두면서 삶의 질의 향상, 사회적 약자 및 소외 계층을 위해 시간 및 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고 받는 행위라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죠.



기업의 자선 기부활동([Philanthropy & Charity Donation], 꼭 필요한가요?


 사실 지속가능 경영의 관점에서의 CSR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순수한 ‘자선 기부활동’에 대한 비중이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실무자 입장에서도,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본 목적에서는, 단순히 특정지역이나 산업에 기부하는 활동은 그다지 혁신적으로 보이지 않기도 하고,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ISO 26000 중 마지막 항목인 지역사회참여에 관한 활동에 대한 내용처럼 ‘정당하게 부와 소득을 창출하며 지역사회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의 역할은 기업이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당연하게 해야 할, 책임 영역에 있어야 할 전반적인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있어요


Charity와 Philanthropy의 관점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 해요. 인도의 동쪽 해안 지역인 ‘첸나이’ 센가두 지역에 십 년 전부터 한국기업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어요. 공장들이 많아지면서, 도로/안전시설 등 지역적인 인프라들도 자연스레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반면에 도로 한 켠에서는 여전히 한 달 $10 이내의 임금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이 있었고, 80여 명의 학생을 수용하는 20평 남짓의 학교에서는, 화장실, 지붕 모두 열악하고 비좁은 공간에서 학생들은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한 철강 기업은 3년 동안, 기업의 인근 마을을 몇 곳 지정하여, ‘안전하고 행복한 마을 만들기’라는 목표를 두고, 프로젝트성 ‘자선 기부활동’을 펼쳤습니다. 마을에 깨끗한 도로가 생기고, 가정에 화장실이 생기고, 학교에는 교실이 지어지면서, 마을 주민들과 정부는 자연스럽게 해당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됩니다.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인 3년 차에는, 마을 주민들도 우리 마을을 도와주는 고마운 회사라고 해당 기업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이 기업의 자선 기부 활동은, 지역사회와 공존하기 위해 ‘복지 증진을 위한 적극적인 행위’를 하는 Philanthropy 특성이 가능한 프로젝트형 자선 기부활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기부활동’으로 기업이 속한 지역사회를 함께 변화시키고, 이후 기업의 영속성에 관련해서도 결구가 지역사회와의 협의가 완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목적성 활동을 한 것입니다.


반면 Charity 기부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2019년도 봄, 강원도 속초/고성에서 수백 가구를 소실해버린 산불 사건, 2020년도 대구/경북 코로나 피해사건들이 일어났을 때 매체에는, 너도나도 할 것이 수십 억 원의 기부 활동에 대한 기사가 경쟁처럼 올라왔습니다. 누구나 공감할만한 시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기업도 지역사회의 일환으로 기금으로 힘을 보탠 형태이죠. 사실 이러한 기부 활동은 우리 사회에서 속한 인류라는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안타까워할 만한’, 상황에 ‘인류애’를 실천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때론 국가가 혹은 개인이 커버할 수 없는 시급한 영역에서, 기업의 ‘기부’가 최선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의 자선활동은 지역사회, 더 나아가 인류, 세상과 공존함에 있어 실천해야 할 책임영역이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입니다.


앞서 말한 방향성에서 실무자는, 우리 기업의 CSR 이 방향성 중, 어느 곳에 관심과 철학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자선 기부의 방향을 설정해 볼 수 있습니다.  Charity와 Philanthropy 가운데 하나에 집중하거나 적절히 병행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가령 Philanthropy의 경우 수혜/기부의 일방적 관계 형성이 아닌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에 엮인 문제를 해소해야 합니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시각과 함께 이를 인내할 수 있는 시간 및 자본이 필요하게 되겠지요. 이에 따라 프로젝트 형태의 자선 기부를 진행할지 사업의 형태를 가진 자선 기부를 할지 결정할 수 있기도 하겠지요. 사실 어떤 산업의 기업인지, 사회공헌 활동의 목적이 무엇인지, 때로는 기업문화에 따라 자선 기부의 방식이나 전략은 상이할 것이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자선 기부 역시, 어떤 곳에 기금을 기탁하던지, 어떤 사업을 시작하던지, 결국 누군가를 돕는 거나 더 나은 사회적 가치에 기여하는 일에 일조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결국은 기업의 자원을 활용하여, 인류의 자애를 실천하고 세상을 조금 더 나아지게 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설정되던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는 이야기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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