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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day Jan 25. 2021

나와 전혀 상관없는 누군가를 돕는 일

기부의 본질


어느 가을 날,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책 집필 관련하여, 국내 사회복지 최대 공공기관의 모 본부장님을 인터뷰 하게 되었다. 안면식도 없는 그 분을 만나기 위해 나는 퇴근하자마자  타르트 전문점에서 타르트 한 상자를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에  갔다. 알고보니 그 분은 나와의 인터뷰 약속을 지키기 위해 퇴근시간을 훌쩍 넘기셨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내가 도착시간에 맞춰 건물 앞에서 마중 나와주셔서, 커피를 대접해 주셨던 그분의 호의가 참 인상적이었다.


그분과의 한 시간의 인터뷰를 통해 꽤 많은 경험과 연륜이 묻어나는 통찰력도 느끼기도 했지만, 그분의 ‘진정성’과 '인성'이 어쩌면 더 인상적이었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Q. 본부장님, 많은 기업들이 CSR 관점에서 자선 기부를 진행합니다. 기업의 자선 기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론 E.S.G 초점으로 기업의 기부활동이 조금 변하는 것 같지만요)


A. 자선기부요? 자선기부는 Philanthropy 개념에서 보았을 때를 말하는 것이라 하면요.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를 돕는 것이죠. 지속 가능경영이든 E.S.G든 결국, 비즈니스의 확장 아닐까요?

나랑 전혀 상관없는 누군가를 돕는 것,그게 진짜 ‘자선기부’죠.

‘선의의 자선활동’ , 그 의미 그대로로 말이죠.



CSR 업무를 4년 가까이해 오면서 사실 CSR은 기업의 사회적책임이 주요핵심이만, 적지 않게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전략 혹은 마케팅의 일부로 인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생각했었다. 순간 머리를 크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물론 진정성 있는 기업과 파트너들도 많았지만 말이다) 사실 인터뷰의 여러 질문들 보다, 이 답변이 내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정말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를 돕는 일'



세상이 마케팅을 말하고, 나 역시 스스로를 마케터 혹은 기획자라 생각하지만,사실 내가 팔고자 하는 상품은 멋들어진 기업의 이익을 빛내 줄 기부상품 이전에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를 돕는 일의 가치' 아니었을까.

그 가치를 전달하는 것 역시, 나의 일 중 핵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꽤 오랫동안 해 보았다.


'philantrophy (필란트로피)'의 사전적의미는 박애,자선,인류애 혹은 자선활동이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었던 가치를 업과 분리시키고 싶지 않았기에,국제개발 NGO에 입사했다.


사실 그 가치의 근간은, '사람을 살리는 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 이기에, 특별하게 이 가치와 맞닿아 있을 만한 지점을 찾아 헤매 온 곳이 이 곳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인류애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전달 하는 일이 이곳에서 품게 된 소망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나는 잘 팔리는 상품을 기획하는 마케터가 되어있었다. 동료에게도, 파트너에게도 잘 되는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에 대해만 집중하고 있었다.


'나와 상관없는 이들을 돕는 일'의 가치란,  000본부장님이, 전혀 안면도 없던 나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 주시고, 10분 일찍나와 기다려 주시며 문 앞까지 배웅한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그 분에게 그 어떤 보상과 이익이 실현되지 않는 다해도 누군가의 도움의 요청에흔쾌히 정성을 담아 응해주는 것.그것이 물질적 기부이든, 시간적 기부이든 말이다.


내가 하는 일은 수많은 전세계 아동의 굶주림과 그들의 삶의 영위의 위기의 순간들과 맞닿아 있다.

우리기관은 이들의 이름도,나이도 모르지만 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혹여 그들이 우리의 도움에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보답하는 건 전혀 원하지 않는다.


이것이 'Philantrophy'의 본질이다.


이 가치를 잘 전달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더 좋은 영향력을 만들어가는 그런 기획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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