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들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해야 할 때

직장생활=인생공부

by Sunny Day

새로운 직장에 들어간 지 곧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한 달이 1년은 된 것 같은 느낌은 비단 느낌만은 아니다. 시계추처럼 아침, 저녁으로 왔다갔다를 반복하지 않고 싶었고 이번에는 기필코 일하는 즐거움과 일상의 여유를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쉽지 않다.


모두 합해 여섯 명.


직원 몇 명 되지 않은 작은 조직에서 직원 한 명의 영향력이란 실로 큰 것이었다. 감정, 의사소통, 태도, 업무역량 등등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나에 대한 그런 것들도 역시 이 조직에 막대한 영향과 파장을 주는 것이리라...


함께 입사한 직원 하나가 주는 영향으로 다들 드러내놓고 말 못할 애로사항이 있었다. 다름으로 보고 인정할 것과 틀려서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것들 가운데 왔다갔다하며 어려워했다.


아직은 객관적인 시각이기에 보이는 조직의 경직됨에 대한 언급은 불편하지만 함께 고민할 꺼리가 되었다. 그러나 앞 뒤 가리지 않고 질러대는 자신의 감정과 느낌과 생각은 매우 추상적이고 관념적이고 사실과도 너무 동떨어져있었다.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꾸하기도 버거웠다.


당신은 겉으로 뱉는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갖는 것 같군요. 이중 메시지처럼.


열등의식이 뿌리깊게 자리잡혀 있었을까?


'솔직히'라는 명목으로 나에게 툭툭 던져대는 문장과 단어 선택은 보통의 직장 생활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어떻게 해야 잘못된 인식과 고까운 시선을 돌릴 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것 역시 내가 무엇을 하는 것으로의 시작이지, 쌍방의 합의나 상대의 의지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이었다.


어려운 문제였다. 일의 적응도 필요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맺기도 중요한 시기에,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러쿵 저러쿵 하며 느낌으로 대변되는 날 선 평가를 듣고 있자니, 나 역시 더 이성적인 차가움으로 날 둘러치게 되었다.


나는 좀 그런 사람이다. 감정적인 기제를 많이 쓰려고 하지 않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정적인 공격을 받거나 나의 소중한 감정을 그렇게 소비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될 때는 감정에 대한 에너지를 최대한 빼고 차가운 이성으로만 대하게 된다.


그것을 보고 누구는 차갑다, 무섭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감정을 쓰기보다는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일테고, 감정의 온도라기 보다는 온도가 없다는 말이 더욱 맞을 것이다.


돌아보니 이전에도 그렇게 감정을 쓰지 않으려고 했을 때가 있었다. 그 때는 일에 파 묻혀 살고 있었고 인과관계도 기억나지 않을만큼 소소한, 그렇지만 손 끝 가시처럼 신경쓰지 않을 수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민감해지는 관계의 어려움들이 쌓이고 쌓여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일상의 관계들을 정리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그 때에도 나는 어느 시점에선가 지금과 비슷하게 감정을 최대한 빼고 '이성적인 나'만 남기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잘한 일인지를 돌아보면 지금은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만, 지금의 '이성적인 나'는 마땅한 선택이었다는 판단이다.

그 선택으로 나는 좀 더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을 때의 보다 안전한 대처와 나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 터득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는 나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 나와 너, 나와 우리, 나의 너, 너의 우리와 같이 끊임없이 변형되는 다양한 고리들로 묶여있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달 새 나는 엄청난 공부를 한 것 같다.

인생공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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