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엄마의 소풍

2012년 4월 14일의 기록

by Sunny Day

오늘은 토요일. 엄마의 나들이데이.

며칠, 아니 한달전쯤부터
오늘을 기대하며
고된 일정도 거뜬히 해내셨다.
어릴 적 나도 정말 하고 싶은 걸 위해
하기싫은 숙제같은 건 일찌감치
해치우곤 했는데...

일주일전쯤 냉장고문에는
나들이 안내문이 척 붙여졌다.
말하자면 예고장같은 것이다.
어릴 적 나도 학교서 소풍간다는
안내문을 냉장고나 방문앞처럼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놨었는데..

이틀 전쯤 장을 함께 본 후
엄마는 50인분의 식혜를 준비하셨다.
어릴 적 나도 소풍가는 날이면
엄마가 새벽부터 싸주신 몇십줄의
김밥을 싸주시는 족족
교회 담임목사님댁부터
권사님, 집사님, 동네 이웃까지
배달하느라 바빴는데..
사실 내소풍 도시락보다
아침부터 돌리는 김밥선물에
더 신나고 설레었다.

정점을 찍은 어제 저녁,
지난 한달간 예고한 바와 같이
매우 분주하고 설레임이 가득한
밤이었다.

밤9시에는 은행에 가서
엄마 나들이 용돈을 찾아 드린후
혹시 무리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인삼 몇뿌리를 사러갔고,
밤10시에는 특별주문한 치킨15마리를 찾으러 갔다.
집에 와서는 엄마를 졸라 산
치킨텐더7조각을 세명이서 후루룩~
야식을 질색하시고 6시이후엔
특별한 일 아님 거의 드시지 않는
철저하신 엄마도 냠냠.
소풍의 기대가 만들어낸 풍경.

야식후 나들이용 네일아트를 해드리고
엄마가 입고가신다는 바지를 이뿌게
다림질했다.

두시가 다되어 마무리되어
눈을 붙였다가 새벽 4시도 안되어
너무도 부지런하셔서 두시간쯤은
일찍 나가셔서
다른이들을 위해 나들이 준비를 하시는
엄마를 배웅해드렸다.

나 혼자 무지 바쁜 토요일을 보낸후
생일파티가 있다며 늦는다는 동생의 전화까지 받고 난 가까운 햄버거가게에 간다. 오가는 길 도심속에도 하얗고 노랗고 분홍빛의 꽃들이 활짝인걸 보니
따뜻한 토요일의 덕유산은
장관이었겠지.

한나절 봄나들이를
제대로 준비하고 제대로 즐기는
엄마가 난 참 좋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