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가을비 내리는 날, 엄마가 더 보고싶다면
어둠을 뚫고 새벽일을 나가신지
벌써 십오년이 다된다.
남들은 기피하고 심지어 하찮게 여기는 그 일을
책임감을 지나 사명감을 불태우며
참 열심히 하신다.
정수기 물 담아마시는 납작한 종이컵이
버려지는 게 아까워
메모지로 쓰신다는 것도 못마땅해 궁시렁댔는데
아깝지 않느냐고, 보라고, 아주 새거라고 하시며
휴지통에 버려진, 뜯지도 않은 새 매니큐어를
내미시는 엄마에게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같이 마주앉아 손톱칠을 했다.
생전 하지 않았던 분홍빛으로.
20101006
종이컵메모지 뒷면에 휘갈겨쓴 숫자들
묻지도 않고 무심코 지나치려니
지금 여기에서 일한 첫 날이라고 하신다.
그걸 기억해서 어따 쓰게.
별걸 다 기록해놓는다 해놓고도
나도 모르게 손가락 꼽으며
여기서도 또 몇 년이었구나 싶다.
그러면서 칠십살까지만 일해야지 하신다.
자정넘어 새벽 한시.
생각많은 딸내미는 퇴근하고
엄마의 출근시간은 성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