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호캉스에 발을 끊었다. 내가 호캉스를 가는 이유는 수영장 때문인데, 코로나로 수영을 못하니 갈 이유가 없었다. 원래 잠은 집에서 자는 게 제일 편하기 때문에..ㅎㅎ 두 달 여전부터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고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다시 수영장에 가기 시작했다. 몇 년만의 수영이라 어색하면서도 다시 수영에 대한 열정이 샘솟았다. 수영을 다니다 보니 다시 호캉스에 가고 싶어, 올 휴가를 호캉스로 시작했다. 물장구가 아닌 찐수영을 하기 위해 수영장을 가는 나에게는 호텔을 고르는 기준이 매우 명확하다. 우선 레일형 수영장이어야 할 것. 그리고 실내수영장일 것. 덤으로 사우나까지 훌륭하면 최고. 의외로 이런 수영장을 운영하는 호텔이 많이 없다. 그리고 호캉스는 무조건 비수기 평일에 가야 한다. 성수기나 주말에는 늘 사람이 붐벼 사실상 동네 수영장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게다 가족단위 수영은 물장구가 주를 이뤄 아무리 레일형 수영장이래도 찐수영을 위한 수영 덕후들에게는 달갑지 않다.
여름휴가 첫 호캉스는 서울 시청 앞에 있는 더 플라자 서울로 갔다. 6월 말 평일 늦은 오후였는데, 수영장에 아무도 없어 동생과 수영장을 전세 낼 수 있었다. 수영 덕후들의 로망 중 하나는 수영장 전세 내기다. 수영강습은 늘 수강생이 만원이고, 자유수영시간에도 늘 레일이 붐비기 때문에, 한 레일 전세내고 나 혼자 첨벙첨벙하는 게 꿈이다. 사람이 없어 한 시간 반동안 질리도록 자유형부터 한 팔 접영까지 야무지게 연습하고 왔다. 수영장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워낙 오래된 호텔이기에 건물 여기저기 연식을 숨길 수는 없지만, 깨끗하게 잘 관리된 편이다. 수질 상태도 나쁘지 않았고 물 온도도 적당히 좋았다.. 물은 락스 향이 좀 난다. 다니는 수영장이 해수풀 시스템을 써서 잊고 있었던, 코끝이 찡한 락스 향이 느껴졌다…ㅎㅎ
레일은 총 4개인데, 제일 큰 레일이 가족 수영, 나머지 세 개는 회원용, 강습용, 수영용이다. 레일이 나눠져 있었지만, 사람이 아무도 없어 아무 레일이나 달려도 특별한 제재는 없었다. 수심은 신장 164cm 기준 어깨 밑선이었고, 길이는 대략 18~20m 정도로 추정된다. 호캉스 이튿날 아침 일찍 수영을 하러 왔는데 의외로 아침에 사람이 더 많았다. 강습받는 사람도 있고, 회원도 있고, 물놀이객도 꽤 있었다. 수영장은 이용 횟수 제한 없이 사용했는데, 주말이나 성수기 때는 1회 숙박당 1회 사용으로 제한한다고 한다. 하나 특이사항은 호텔룸과 피트니스 센터가 각각 다른 건물에 있어 수영장을 가려면 일반 도로를 지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가운을 입고 가도 된다고는 하지만, 가운 입고 나갔다가는 굉장히 민망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호캉스 장소는 비스타 워커힐로 갔다. 몇 년 전 비스타 워커힐로 호캉스로 갔었는데, 수영장이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있었다. 비스타 워커힐에는 실내수영장과 실외 수영장이 있는데, 다들 실외 수영장을 선호하는지 실내수영장을 전세내고 사용했던 좋은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예약을 했다. 호캉스는 주말을 피해야 하는데, 절친이 시간이 안나 일월로 다녀왔다.
옛 기억이 미화된 건지, 몇 년 새 호텔이 많이 노후된 건지 상당히 많은 실망을 하고 왔다. 저녁 먹기 전 6시쯤 수영장에 갔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특히 가족단위 수영객이 많아 와글와글 바글바글했다. 레일이 총 3개인데 제일 넓은 레일은 가족 수영, 나머지는 회원 전용, 수영전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사실상 수영을 위한 레일은 하나인 상황이었는데, 레일이 좁아 마음 놓고 수영할 수 없었다. 그리고 불편했던 건 수온이 굉장히 높았다. 물에 들어갈 때 따뜻하다고 느낄 만큼 수온이 높았다. 가족단위 수영객들을 위한 건지, 수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수영을 하기에는 썩 좋지 않았다. 10바퀴 20바퀴 돌다 보면 몸에 열도 나고 숨도 찬데, 물까지 더우니 숨이 더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많아서인지 수질이 정말 엉망이었다. 물속에 부유물이 상당히 많아 불쾌했다. 비스타 워커힐도 수영장 이용제한이 없어 이튿날 아침 수영을 하러 갔다. 너무 일찍 가면 사람이 많을 것 같아 레이트 체크아웃을 신청 후 느지막이 수영장에 갔더니 사람이 많진 않았다. 혼자 한 레일을 사용할 수 있었다. 수질정화 작업 때문인지 물이 많이 빠져있었다. 사람은 없었지만, 여전히 물 온도가 높고, 수질 상태도 영 좋지 않았다. 다음은 없는 걸로..
나의 여름 수영장 투어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