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파리 모먼트

파리의 추억 그리고 지금

by 써니스타쉔


파리의 추억을 되새기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 Emily in Paris>를 보다 보니, 파리의 추억이 듬뿍 되살아난다.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파리를 겪게 되는 순간은 비슷하구나’라는 느낌과 함께 파리에서 느꼈던 감성을 드라마와 함께 되새길 수 있다.


파리에서 파리지엥 친구 만들기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옆집 사는 할머니와 친해졌다. 언어가 안 통하더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 그 말은 정말 사실이었다. 몸짓, 손짓, 표정과 함께 구글 번역기로 소통하는 시간, 깊은 이야기가 아닌 이상 소통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2016년 12월 만난 파리지엥 할머니, 이듬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파리에 있던 순간이나마 이렇게 남겨놓고 되새길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평생 프랑스어 교사로 지내며 아들들을 모두 의사로 키웠다는 할머니.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나에게 간단한 프랑스어 원리를 알려주며 이웃집 프랑스 남자와도 잘해보라고 조언해주었던 할머니. 잠시였지만 기억만큼은 또렷하게 나는 그 순간. 할머니가 보고 싶다.


파리지엥 할머니가 가르쳐준 프랑스어 시간.



파리 여행이 바꿔놓은 나의 일상

파리 여행에서 방문했던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 박물관과 인상파 화가들이 자주 찾았다는 마을 에트르타와 옹플뢰르를 들리며, 미술에 대한 열정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유화를 배워보고 싶었으나 한 번도 못해봤던 것을 다시 시도하게 했다.

옹플뢰르에서 만났던 작은 화실 주인은 “퇴직 전부터 직장 생활 후 시작한 것이 6년이고 정년퇴직 후 10년을 그려 화가 생활 16년째에 접어들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마도 그 때문이었나 보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제2의 인생을 열기 위한 방향 전환으로 무척 끌리는 분야였다.


파리 여행 덕분에 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5월 중순 코로나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취미, 유화를 시작했다. 손이 좀 아프기는 하지만, 집중적으로 한 덕분에 올해 300 시간을 그리며, 몰입한 끝에 나의 미술적 재능을 찾기도 했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기도 했다.


내가 그린 유화로 모네 작품을 모사했다.


크로와상의 매력에 빠지다


파리 크로와상은 너무도 유명했지만 한국에서 맛본 크로와상으로는 그저 밋밋한 맛이었던 크로와상. 파리의 아침 갓 구워낸 크로와상과 아메리카노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부터 한국에서도 맛있는 크로와상을 찾으러 다니게 되었다. 여행이 주는 기쁨은 이렇게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재탄생한다.


느림의 미학을 깨우치다


한국에서는 신속하고 빠르게 일처리를 하는 와중에 경쟁도 치열하고 타인의 시선까지 늘 의식하며 사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Take it easy! Relax”
외국인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이 전통적으로 따르는 저녁시간을 앞당긴다거나, 여행지에서 새벽 5시부터 리셉션 호출하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했다. 어쩌랴.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시간이 없고 여행자들에게는 시간이 촉박한데. 돈을 투자한 만큼 본전을 찾고 싶어 하는 가성비 민족이기 때문인 덕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끔 마음의 쉼표를 찍고 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파리에서 배워온 느림의 미학은 매일 실천하진 못 하지만 가끔 파리의 여행에서 느낀 것들을 되새김질하며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나의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은 가끔 꼭 필요하다. 코로나로 잠시 멈춘 여행, 자료 정리를 하며 여행을 할 수 있는 그 날을 기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