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25
대학원을 다니던 전의 일상으로 완벽하게 돌아왔다. 학교 끝나면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여유를 넘어서 지루하다. 진짜 지루하다는 감정이 맞는 것 같다. 왜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4월, 유독 더 긴 거 같다. 한 주, 한 달은 무서울 만큼 무심하게 지나가는데, 하루는 이렇게까지 길 수 있는 걸까. 내 시계는 늘 현재보다는 과거나 미래에 맞춰져 있어서 과거에 대한 반성,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현재를 대했다고는 하지만, 현재로서의 현재가 아니 이렇게까지 지루할 일인가 싶다. 이 와중에 잠은 안 오고, 설핏 든 잠은 수시로 깬다. 아무래도 편도체에서 뭔가 균형을 단단히 못 맞추는 모양.
다들 이 지루한 하루들을 어떻게 견디는 걸까. 사실은 누구보다 아무 일도 바라지 않는 조용한 하루를 바라면서도 정말 지루해 죽겠다. 재밌는 순간들로 일상을 어떻게 채워야지. 와 진짜 이런 감정은 너무 처음이라 너무 새로움. 즐길거리들을 하나씩 만들어 가면서 버텨야 하는데, 버티는 것을 생각하는 것부터 벌써 지루하다. 원래부터도 도전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성향이긴 했지만, 이건 다시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생각에 질리는 걸 보니까 역시 모든 것은 다 성격인가. 끝이 힘들어 시작조차 하지 않는, 끝의 허무함과 아쉬움과 뭐 그런 것들을 잘 감당하지 못해 시작이 안 되는, 근데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외면하는 성격이 된 거지. 나이가 먹는다는 게 이런 건가. '아 그니까 알겠는데 그거 너무 피곤할 거 같으니까 일단 안 본 눈 사서 갈아 끼고 뒤로 미뤄둘게요'
아니 그래도 최선을 다하면 어떤 엔딩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건 조금 마음에 드는 어른이의 모먼트다. 늘 기대하게 만들고, 돌연 기대를 한 네 잘못이라고 나를 탓하는 순간들을 너무 싫어서, 지금은 아니어도 결국 끝에는 그런 기분이 들까 봐 시작을 못하는 겁쟁이. 나는 이게 지금까지 사람들이 문제라, 이래서 인간들이랑 관계를 맺으면 안 된다(물론 나도 인간인 이슈)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 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거 같다. 늘 당하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나의 일이었기에, 그 괴로운 과정에 뭘 탓하고 싶었던 거 같음.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내가 100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자책을 조금 덜 하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라는 것.
이 기록 중에도 하루를 알뜰하게 채울 의지도 열정과다로 느껴지는 걸 보니 일단 4월은 스킵. 4월은 그냥 쉬어갈게요. 마음 같지 않았고, 생각만큼 못했던 것들은 과감하게 4월에 두고, 계절의 여왕이라는 올드하지만 반박불가한 5월에는 조금 더 여유 있게 행복하고 편안하게 지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