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좋아함

June 2025

by sunnyi


날씨가 정말 엄청나게 좋았던 날이었다. 쨍한데 습도는 0으로 수렴하면서 간간한 바람이 부는. 정시성 때문에 포기 못하는 지하철도 마다하고, 버스를 타고 좋아하는 동네에 가서, 그동안 눈 여겨봤던 카페 구석에 놓여, 책도 한 권 쭉 다 읽고, 한적한 틈을 타 카페 사진도 찍고, 인스타도 좀 하고, 글도 끄적이고 나니까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간 마음을 괴롭히던 것들이 한결 잠잠해지는 그런 기분 좋은 경험. ‘아 맞아 나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나는 원래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인정하면 이렇게 편하다. 나는 좋아하면 모든 것을 다 인내하고 참느라 그 범주를 더 늘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나의 좋아하는 것에는 또 가감 없이 몰두한다는 것을 불과 얼마 전에 알았다.(라고 하기엔 옆에서 말해줌. 나도 몰랐음) 혼자 서지 못하는 것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그냥 나는 혼자도 잘 서 있고, 때로는 엄청 기대기도 잘하는, 두 개 다 잘하는 애라는 걸 인 지! 새로운 취미도 나를 너무 들었다 놨다 열받게 하지만, 시간을 가지고 가꿔나갈 끈기가 있다는 걸 인 정! (현재시점 도파민 과다이슈 있는 듯)


나는 취향은 뚜렷하지만, 그걸 고집하진 않는다. 맞춰가는 대화를 즐기고, 또 함께 공유하는 시간과 경험을 좋아한다. 별게 다 좋아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날이 좋아서 또 좋았던 날에 또 하나 배웠다. 이렇게 나 자신을 하나씩 더 명징하게 알아가는 게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려니 생각하니, 그간 헤매던 시간들이 영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


6월 첫날부터 다짐했지만, 남은 모든 날들도 늘 모든 것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순간의 행복을 집는 빈도수를 조금씩 늘려가 봐야겠다 다짐하며 기록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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