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첫번째 자화상
어떤 걱정을 품고 있을까. 그의 회색빛을 담은 녹색의 눈망울을 보면 거대한 바위가 그의 마음을 누르고 있는 것만 같다. 동생 테오가 그를 후원해주었다는 것을 알고있지만, 왠일인지 그는 영혼이 굶주려있는 것 같다. 그 어떤 곳에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그의 삶 자체가 그림이었을 것이다. 걱정을 품고 있지만 자신을 잃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걱정과 슬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힘이 있는 것 같다.
상당히 다양한 고흐의 자화상 중에서도 우연히 고른 이 그림이 그의 '첫 자화상'이라는 것이 신기하다. 이 그림을 그리던 해, 그는 스물 다섯개의 작품을 완성시켰다. 이것은 금전적으로 힘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자신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도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모델이 필요했기 때문에 금전적인 어려움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도 알려져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그는 '고흐'의 그림이 아닌, '잘 팔리는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그림으로 돈을 벌겠다는 소망을 버리고 난 후의 그림들은 더 자유롭고 독특한 고흐만의 느낌이 강해진다.
이 그림을 통해서 어떤 곳에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 두려움 속에서 묵묵히 그림을 그렸던 1887년의 반 고흐를 만날 수 있다. 삶을 잃지 않기 위해서 잘 팔리는 그림을 그렸던 그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도 고흐의 흔들리지 않는 힘을 읽을 수 있다. 그림이 곧 삶 자체였던, 자신의 업을 위해 끝없이 줄다리기했던 그의 삶을 응원하며 나도 마음을 다잡는다.
출처 : Google Arts & 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