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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Mar 08. 2024

세계지질공원의 절경, 한탄강 주상절리길 & 물윗길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만든 한탄강

한반도 유일의 화산강, 한탄강 


강원도 철원의 대표 물길 한탄강은 볼수록 독특하고 독보적인 물길이다. 다른 강과 달리 강변 이 없다. 평지에서 뚝 떨어진 절벽이 있고, 까마득한 곳 아래에 강물이 흘러가고 있는 형국이다. 철원에서 16.6㎞ 떨어진 북한 오리산에서 수십만 년 전 화산 폭발이 계속 일어났고, 분출한 용암이 강과 골짜기를 흘러가면서 현재의 한탄강 모습을 만든 것이다. 


억겁의 비밀을 간직한 물줄기, 살아있는 지질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한탄강은 내륙에서 보기 힘든 거칠고 이색적인 경관을 자랑한다. 한탄강은 북한의 강원도 평강군에서 발원해 남한의 철원을 거쳐 경기도 포천군과 연천군 등지를 흐르다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136km의 긴 물줄기다. DMZ(비무장지대)라는 남북분단의 벽을 넘어 흐르는 하천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 '대탄(大灘')이라 표기했듯이 한탄강이란 이름은 "큰여울"이라는 우리말의 한자식 표기다. 강원도 철원군에서는 한탄강에서만 볼 수 있는 주상절리길과 물윗길을 조성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우리가 강에 대해 가지고 있는 통념과는 동떨어진 이질감으로 사람들을 압도한다. 


주상절리는 화산이 폭발하며 흘러든 용암이 세로로 굳어지며 만들어낸 지형이다. 용암이 굳으면서 현무암 협곡, 주상절리와 폭포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지형과 경관을 연출한다. 해외 자연명소 부럽지 않은 비경과 짜릿함을 갖춘 곳으로, 202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선정될만하다. 


주말과 휴일에는 각 코스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어 편하다. 문의는 철원관광안내소 (033-450-5365), 여행사를 통해 가볼 수도 있다 (www.swtour.co.kr/master/17214)


* 주요 여행길 : 한탄강 주상절리길 (드르니 마을 매표소 ~ 순담계곡 순담매표소) - 한탄강 물윗길 (순담계곡 ~ 고석정 ~ 은하수교 ~ 송대소 ~ 직탕폭포) 약 12km 

협곡 절벽에 난 한탄강 주상절리길과 궁예 마스코트

협곡 벼랑길 따라 한탄강의 비경 속으로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드르니 마을 매표소(갈말읍 군탄리 산 174-3)에서 순담계곡 매표소까지 약 3.6㎞, 한탄강 협곡을 잇는다.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구간을 철제 다리로 연결한 벼랑길이다. 13개의 교량이 놓였고 3곳의 전망대, 10곳의 쉼터를 갖췄다. 화요일은 휴무이며 입장료 1만원에 맛집·카페·택시도 이용할 수 있는 철원사랑 상품권(5천원)을 준다.


한탄강의 기암괴석인 주상절리와 다채로운 바위들이 가득한 길에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철근으로 만든 길이 이어진다. 일명 '한탄강 하늘길'로 부르는 잔도다. 보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느껴지고 탄성이 나온다. 처음에는 아찔하지만 발길을 옮길 때마다 드러나는 비경 속으로 빠져드는 길이다.  잔도(棧道)는 중국에서 산악지대를 통과하는 나무판대기 길을 뜻한다. 

한탄강의 비경을 따라 이어진 주상절리길
협곡 강가에서 노니는 겨울철새 두루미

4년에 걸친 대공사 끝에 지은 잔도는 높이가 30~40m에 이른다. 덕분에 접근이 어려운 한탄강을 그것도 높다란 벼랑길을 걸으며 풍경을 즐기고 유네스코가 인증한 국가지질공원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높다란 절벽에서 감상하는 깊은 계곡과 기기묘묘하게 아로새겨진 주상절리 풍경은 절로 입이 벌어지고 탄성이 새어 나온다.


아주 튼튼한 철제 다리지만, 숭숭 뚫린 구멍으로 깎아지른 절벽과 강물이 내려다보여 시선은 자연스럽게 먼 곳을 응시한다. 길게 이어진 강줄기 양쪽으로 수직의 바위 절벽이 감싸고 있다. 언제나 하늘이란 고정되어 있고 어디서나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의 하늘은 열 배나 더 큰 것 같다. '태곳적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일까' 라는 감탄이 한숨처럼 내뱉어졌다. 


절벽 아래 강변엔 겨울을 쇠러 멀리서 날아온 온 철새들과 멧돼지 가족, 고라니들이 노닐고 있다. 벼랑 위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여기까지 사람이 오다니···’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겨울 강을 걷다, 한탄강 물윗길 산책


물윗길, 말 그대로 물 위를 걷는 길이다. 협곡사이로 흐르는 강에 부교를 띄워 길을 냈다. '한탄강 물윗길'은 잔도가 끝나는 순담계곡에서 고석정과 은하수교, 주상절리가 많은 송대소를 지나 직탕폭포까지 가는 8㎞ 길이의 트레킹 코스다. 


강물 위를 걷는 물윗길 2.4㎞와 자갈과 현무암 바위가 널려 있는 강변길 5.6㎞를 걷는다. 한탄강의 비경을 감상하는 색다른 여행길로 3월 말까지 길이 나있다. 계곡가 작은 돌 사이로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 방울져 떨어지는 폭포소리, 큰 바위 사이로 굽이치는 물소리가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 


바위 끝에 매달린 얼음이 보석처럼 영롱하다. 바위 위 눈이 녹아 밑으로 흐르다 어는 과정에서 여울과 맞닿아 보석 모양으로 맺혔다. 맑지만 차디찬 물에 고개를 박고 물질을 하는 청둥오리들이 귀엽기만 하다. 넋을 잃고 한탄강 여울을 바라봤다. 한겨울의 ‘물멍’이다.  

한탄강 최고의 고석바위


한탄강 최고의 명승지로 손꼽히는 고석정이 나타난다. 10m 높이의 우뚝한 고석바위는 꼭대기에 푸른 소나무가 살고 있어 한 폭의 산수화가 따로 없다. 현무암과 화강암으로 이뤄진 두 암석이 강물에 깎이는 정도가 달라 지금 같은 비대칭의 독특한 고석정이 만들어졌다. 그 풍광이 잘 보이는 곳에 정자를 지었다. 오래 전부터 철원의 명승이 될 만하다. 


한탄강의 새 명소인 은하수교는 송대소(松臺沼) 주상절리에 건설한 현수교다.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육각형 형태의 돌기둥인 주상절리가 거대한 절벽을 이루고 있다. 제주도 해안절벽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한탄강 계곡에서 만난다. 은하수교 중앙 바닥은 유리로 되어 있어서 한탄강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은하수교 위에 서니 S자로 곡선을 그리며 흐르는 한탄강의 수려한 풍광이 한 눈에 보인다. 다리를 건너면 나타나는 드넓은 들판이 철원평야다. 논바닥에서 낙곡을 주워 먹던 두루미가 이따금씩 떼를 지어 절벽 위로 날갯짓하다 사라진다. 서있는 모습, 날아다니는 자태가 신선(神仙)이 따로 없다. 잠시 선경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한탄강 매운탕집 메기
여러 동물들이 살아가는 한탄강

한탄강 길을 걷다보면 메기 매운탕집이 여러 곳 있다. 메기는 민물고기의 보고인 한탄강에서 나고 자라 육질이 단단하고 탱탱하다고 한다. 맵고 칼칼한 국물에 뽀얗고 통통하게 살 오른 메기는 부드러운 맛을 낸다. 쭉쭉 찢어 넣은 수제비가 들어있어 쫄깃한 수제비를 건져먹는 재미도 있다. 


강변 안내판에 의하면 어름치, 묵납자로, 쉬리, 긴몰개 등 이곳에서 서식하는 한반도 고유종이 십 수종이고, 다양하고 풍부한 어종이 천혜의 생태계 보고를 이룬다. 한탄강의 물고기 가운데 꺽지는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으로 인해 유명해진 물고기다. 임꺽정이 관군에게 쫓기다 피할 곳이 없으면 변화무쌍한 재주를 부려 꺽지라는 물고기로 변신, 강물 속으로 몸을 숨기곤 했다고 전해진다. 


귀여운 얼굴과 달리 목소리가 확 깨는 'K-Deer(사슴)' 고라니도 한탄강물을 마시러 머문다.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바람에 유해 야생동물이 되어 사냥당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사자나 하마 급의 융숭한 대접을 받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전 세계 개체의 90%가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맑고 청명한 물이 흐르는 직탕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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