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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Aug 16. 2020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만든 호수, 의암호 자전거여행

강원도 춘천시 의암호 여행 

산책로가 이어진 의암호 호반길/이하 ⓒ김종성

언뜻 보면 큰 강처럼 보이는 너른 호수, 강원도 춘천시 의암호수는 1967년 수력 발전을 위한 의암댐의 건설로 인해 북한강과 소양강의 풍부한 수량이 가두어지면서 생겨났다. 호반길 옆에 의암호의 이름이 유래한 옷바위(衣岩) 의암봉(315m)이 우뚝 서 있어 절로 눈길이 머문다. 의암봉과 호수 건너편 기암절벽으로 빼곡한 삼악산(654m) 사이의 협곡을 막아 댐을 만들었고 이런 인공호수가 생겨나게 됐다.      


호수는 전체적으로 타원형의 모양을 띠며, 춘천 시가지를 비롯한 주변 자연 환경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호수가 얼마나 넓은지 호수 둘레로 난 산책길 혹은 자전거길이 28km나 된다. 춘천을 품고 있는 의암호를 일주하는 자전거길은 그리 길지도 않고 완만해서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경치 또한 아름답다.

깊고 그윽한 느낌이 드는 의암호

호수는 갇혀있지만 그래서 비밀스럽고 어딘가 신비롭다. 의암호수는 고여 있는 호수 특유의 정적(靜的)이고 쓸쓸하면서도 깊고 그윽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네시호나 천지처럼 괴물 전설도 항상 호수에만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까.     


강변이나 해변과 달리 호숫가는 호변이라 하지 않고 호반(湖, 두둑畔)이라고 부른다. 호반길, 호반의 벤치, 호반의 산책, 호반의 연인, 호반의 도시… 어떤 말에도 ‘호반’이라는 말이 덧붙으면 비밀스런 신비감과 낭만적인 운치가 배가된다. 전국 어디에나 호수가 있지만, 춘천을 유일하게 ‘호반의 도시’로 만들어준 일등공신이지 싶다.

카누와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카누,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등 신나는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송암레포츠타운에서 의암댐까지 약 2.5㎞ 구간은 의암호 호반길의 백미다.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달리다보면 호수의 멋진 풍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강바람이 시원하게 자전거를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호숫가를 따라 걷기도 자전거도 편안한 나무데크길이 이어졌다. 길을 만들기 힘든 강변 절벽에 절묘하게 이어진 나무데크길, 물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호반길엔 춘천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공지천 공원, 애니메이션박물관, 육림랜드, 시비(詩碑)가 즐비한 춘천문학공원, 전망좋은 스카이 워크 등 명소가 많다. 오리배가 떠있고 감상하며 거닐기 좋은 조각작품들이 있는 공지천 공원에서 쉬어갔다. 춘천 토박이 아저씨에게서 공지천의 유래를 듣게 되었다. 옛날엔 '공지'라는 이름의 물고기들이 많이 살아서 공지천이라고 불렀단다. 

공지천 공원 
아늑한 기분이 드는 의암호 호반길

연어만큼 크고 맛있어서 시도때도 없이 잡다보니 그만 멸종되고 말았다. 사라진 '공지'가 그리워 하천의 이름에 물고기 이름을 붙인 심정을 알것 같았다. 대신 요즘엔 콜라캔 두께의 민물장어들이 낚시에 잡힌다고. 힘이 어찌나 좋은지 낚시줄에 걸려도 3,40분간 버티는 건 예사인데다 입으로 금속찌를 곧게 펴질 않나, 어망을 뚫고 도망가서 촘촘한 양파망을 쓴다니 중년 아저씨들의 보양식이 될만하다.     


저녁 7시가 넘자 땅거미가 지면서 호반길 가로등에 불이 하나둘 켜졌다. 그리 밝지 않은 가로등 덕에 호반길이 더욱 좁아 보이고 페달을 빨리 돌리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푸근해지고 기분이 그윽해지는 어둠이었다. 낮과는 다른 호숫가의 밤공기 때문인지, 별별 벌레들의 합창소리가 한껏 운치 있게 들려오고 저녁 산책 나온 주민들의 발소리가 소곤소곤 정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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