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오이도 ~ 시화방조제
오이도(경기도 시흥시 정왕동)는 가슴이 시원해지는 바다와 정감 가는 등대와 포구, 아름다운 노을, 시화방조제가 있어 바다를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서해안 관광지다. 포구 주변에 모여 있는 작은 어선들, 제철 해산물로 풍성한 수산시장과 선창가 어시장, 새우깡에 푹 빠져 아예 오이도 바닷가에 정착한 괭이 갈매기까지 정답다. 일제 강점기 때 섬 갯벌에 염전을 조성하며 육지화 되었다.
오이도의 상징 빨강 등대엔 기념품과 각종 소품을 살 수 있는 바라지 상회가 있고 계단을 따라 꼭대기에 오르면 오이도 일대가 보이는 등대 전망대가 나온다. 이외에도 황새를 닮은 바위섬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바다 위 노란 부교, 이채로운 풍경의 선사유적공원, 퇴역한 큰 군함이 있는 함상전망대 등 볼거리가 많은 해양단지다.
* 대중교통편 : 수도권 전철 4호선·수인선 오이도역 - 버스 30-2번 - 오이도 해양단지 하차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바닷가를 따라 길게 이어진 제방 겸 산책로와 자전거길이다. 대여업체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나 전동 스쿠터를 타고 오이도를 지나 이어지는 시화방조제 길을 신나게 달려, 바다조망과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시화 달 전망대와 이웃 섬 대부도까지 갈수도 있다.
오이도항 앞바다엔 갯벌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하루 두 번 개펄이 드러나는 썰물시간이 되면 바다로 걸어가 게나 조개 등 갯것을 잡을 수 있다. 퇴역 군함으로 조성한 함상전망대 옆으로 이어진 ‘오이도 살막길’도 오이도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안내팻말을 따라 걷다보면 파도가 찰랑거리는 바닷가와 푹신한 모래사장이 나타난다. 오이도에 남아있는 유일한 해변이다. 그동안 군사보호지역으로 통제되었다가 2014년에야 주민들에게 개방한 곳이기도 하다. 수 십 년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못한 덕택에 해변풍경이 자연스럽게 남아있다.
오이도의 명소 가운데 2018년 개장한 선사유적공원이 있다. 선사시대 주민들의 식량이었던 패총(조개무지)이 발견된 곳으로 오이도 조개구이집의 연원이기도 하다. 오이도는 매년 ‘오이도 조가비 축제’를 할 정도로 조개와 인연이 깊은 어촌마을이다.
33만㎡(10만평)이 넘는 규모의 오이도 선사유적공원에서는 선사마당, 패총전시관, 오이도 주변을 조망하는 카페와 전망대 등 둘레길을 따라 산책할 수 있다.
바다위에 뜬 길이 200m의 노란 부교를 따라 가면 황새바위섬을 볼 수 있다. 황새바위섬은 오이도 부속 섬 중 유일하게 섬으로 남은 곳이다.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기묘하게 생긴 돌섬은 여러 바닷새들이 쉬어가기 좋겠다. 썰물 때 갯벌 생태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다리로 밀물 때는 바다를 가장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바다 산책로이기도 하다.
해산물 먹거리 풍성한 오이도 음식문화거리
오이도는 온갖 해산물로 풍성한 먹거리 천국이기도 하다. 오이도 제방 산책로를 따라 ‘오이도 음식문화거리’가 길게 이어져있다. 어선들이 오가는 선착장과 하루 두 번 밀물·썰물이 교차하면서 바다와 갯벌이 생기다보니 자연스레 해산물이 풍부해졌고, 수산시장·음식점·조개구이집·횟집 등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레 오이도만의 특화거리가 됐다.
오이도는 조개구이 요리의 원조라고 할 정도로 조개가 많이 났고 조개구이집도 많다. 오이도 앞 바다에 조개가 얼마나 많았는지는 바지락 조개 이름으로 알 수 있다. 썰물 때 개펄로 나서면 조개들이 발에 밟히면서 ‘바지락 바지락’ 소리가 나서 이름 붙은 게 바지락 조개다. 조개인심이 후해서 식당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면 조개 반 국수 반이다.
보광호, 승리호, 대복호 등 어선이름을 간판으로 단 선창가 횟집은 80년대 포장마차가 대거 들어섰던 초창기 오이도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어촌마을 이었던 오이도가 현재 모습으로 변하게 된 계기는 1987년 시화방조제 착공이었다. 방조제가 생기면서 살던 마을을 떠나야 했던 어민들을 위한 이주단지가 이곳에 마련됐다. 이주한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조개구이집, 횟집, 어시장을 시작했다.
12km 바다 위 둑길 시화방조제를 달리다
1987년에 시작해 1994년 완공한 시화방조제는 당시 ‘동양 최대 간척 사업’이라 불렸다. 공사기간이 7년이나 걸린 건 많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물론, 대대로 살던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시흥시와 화성시 지역 어촌마을 주민들이 반대해서였다. 시화방조제의 ‘시화’는 경기도 시흥과 화성의 준말이다.
정부는 반월과 시화에 대규모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간척 농지도 만들었다. 공장과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려면 큰 호수가 필요했다. 안산 지역은 큰 하천이 없어 공업용수를 공급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필요에 의해 오이도와 대부도 사이의 너른 만(灣)을 둑으로 막아 저수조를 만들게 된다. 시화방조제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방조제로 바다를 막아 만든 시화호는 한동안 ‘죽음의 호수’로 불릴 정도로 수질이 심각했으나, 최근엔 해수 유통으로 사정이 나아졌다. 자전거를 타고 12km 길이의 시화방조제를 달렸다. 언덕도 곡선도 없는 오로지 직선의 바다 위 둑길이다. 차도 옆으로 자전거 길이 나있어 바닷바람을 쐬며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시화방조제 중간엔 휴게소 역할을 하는 공원과 달 전망대가 높다랗게 솟아있다. 25층 높이의 달 전망대는 시화호와 서해를 조망할 수 있는 시화지역의 랜드마크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전망대안에 카페가 있어서 바다 전망을 즐기며 여유롭게 쉬어가기 좋다.
전망대 안 바닥이 훤히 보이는 유리 데크는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저녁 10시까지 운영하여 서해바다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 매주 월요일 휴무). 전망대 주변은 나들이하기 좋은 바닷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시화호를 바라보며 대부도를 향해 달렸던 시화방조제 길. 오이도로 돌아올 땐 여객선과 어선들이 떠다니는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달릴 수 있다. 오후 6시가 넘으면서 붉은빛·주홍빛·분홍빛 등 순차적으로 주변을 물들이는 석양을 내내 바라보며 둑길을 달렸다. 느릿느릿 저무는 노을처럼 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