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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Mar 25. 2021

무주의 아름다움과 정겨움 담긴 구천동 계곡 ~ 남대천

전북 무주 구천동 남대천 자전거여행

무주읍 남대천변 마을 / 이하 ⓒ김종성

덕유산(德裕山, 1,614m)은 전라북도 무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이름처럼 산세가 부드럽고 거칠지 않아 사람처럼 덕이 느껴지는 산이다. 덕유산이 품은 명소 가운데 무주 구천동 계곡은 무주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곳이다. 구천동(九千洞) 깊은 계곡엔  한때 절집이 14곳 있었는데, 수행하는 불자가 9000명이나 된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구천동 계곡길엔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풍경을 지칭한 ‘무주 구천동 33경’ 대부분의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덕유산의 아름다운 소(沼), 담(潭), 폭포를 아우른다. 국내 숱한 계곡 중 최고의 명품 계곡으로 꼽힐만하다. 덕유산을 적시며 흘러 내려온 맑고 청명한 계곡물은 백련사에서 무주읍을 지나 금강에 이르기까지 구비 구비 흘러간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지정될만한 37번 국도

고지가 높은 지대에서 낮은 지역으로 물길 따라 이어지는 길이라 자전거 여행하기 좋다. 구천동 계곡 물길의 이름은 원당천으로 37번 국도를 따라 흘러간다. 교통량이 적은 한산한 길이라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다.   

  

구천동 계곡엔 슈퍼마켓이 매표소 역할을 하는 버스터미널이 있다. 터미널에서 내리면 무주 구천동 계곡과 함께 맛집, 숙박업소가 모여 있는 구천동 관광특구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소간(소의 간)’과 모양도 맛도 꼭 빼닮은 소간버섯에 취나물, 참나물, 더덕 등이 반찬으로 나오는 산채정식밥을 든든히 먹고 가뿐하게 자전거 안장에 올라탔다.     


* 자전거 여행길 : 구천동 버스터미널 - 구천동 계곡길 - 원당천(37번 국도) - 나제통문 - 반디랜드 - 무주읍 남대천 - 대차리 마을 (약 40km)

봄날 벚꽃 향연이 펼쳐지는 길

구천동 계곡물은 덕유산 물길이 품은 아름답고 정다운 마을, 정자, 여울 곁을 느릿느릿 흘러간다. 국내 숱한 계곡 중 전라북도 ‘무주구천동’이 왜 최고의 명품 계곡인지 느끼게 해주는 하천이다. 천변을 따라 이어진 37번 국도는 국토부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지정할만 했다. 지름길격인 다른 국도가 생겨나면서 오가는 차량이 적어 안전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천변 '원심곡마을' 정자에 앉아 마을 안내판을 읽다보니 이 길이 얼마나 심심유곡의 골짜기인지 알 것 같았다. 유모차를 끌고 정자에 산책나온 동네 어르신과 담소를 나누다 "무주 구천동 투표함이 도착해야 선거가 끝나는 거여"라는 말로도 실감했다. 산골마을에서 서벽정, 와룡담, 학소대 등 무주 33경이 곳곳에서 발길을 붙잡는다. 봄철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이 장관이라는 벚나무길도 멋지다.     


계곡가 평평한 바위에 앉아 쉴 때 들려오던 청량하고 기분 좋은 물소리는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1급수 물에 사는 금강모치, 쉬리를 비롯해 덕유산의 깃대종 수서생물들이 산다니 계곡물을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깃대종는 유엔환경계획이 만든 개념으로,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중요 동·식물을 뜻한다.

무주 제 1경 라제통문 동굴
반디랜드

원당천과 남대천이 만나는 물길가에 무주1경이 자리하고 있다. 라제통문(羅濟通門)은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이 맑고 상쾌해서 주변에 풍경 좋은 카페와 정자 쉼터가 들어서 있어 쉬어가기 좋다. 통문 이름처럼 신라와 백제 사이의 오래된 교통로로 홍보되고 있지만, 알고 보니 일제강점기 때 뚫은 근대식 터널이다. 통문 속을 지나가는 기분이 어쩐지 허탈하다.     


무주를 소개할 때 반딧불이는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는 반딧불이는 꽁지에서 형광불빛을 내는 신기한 곤충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귀한 곤충으로 오염된 곳에서는 살지 못해 환경의 척도가 되는 동물이다. 매년 6월에 무주 반딧불이 축제도 벌어진다. '반디랜드(무주군 설천면 청량리)'는 곤충박물관, 반딧불이 연구소, 천문과학관, 야영장 등이 있는 반딧불이 축제의 중심공간이다.     


반디랜드에서 남대천가를 따라 달리다보면 한국의 아름다운 돌담길로 지정된 지전마을(무주군 설천면 길산리)이 나온다. 대한민국 유형문화재 제262호로 자연미가 돋보이는 돌담이 인상적이다. 흙과 돌로 쌓은 토석담, 산골마을의 전형적인 담이다. 정다운 돌담 덕택에 마을이 편안하고 슴슴하며 아늑하다. 사람을 기준삼아 낮게 만든 돌담길을 거닐다가 문득 고전과 불경에 두루 인용되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진광불휘(眞光不輝), 진짜 빛은 찬란하지 않다.

다슬기가 사는 1급수 하천 무주읍 남대천
다슬기를 넣은 고동수제비

군청, 시장, 맛집, 버스터미널이 있는 전북 무주의 중심 동네 무주읍엔 덕유산에서 굽이굽이 흘러 내려온 남대천이 흐르고 있다. 금강을 향해 흘러가는 남대천은 1급수 지방하천으로 물 맑은데서 사는 다슬기가 지천이다. 맑은 하천 덕택에 예부터 민물고기를 이용한 요리가 잘 알려져 있다. 천변과 시장에 여러 어죽 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내장을 따낸 생선을 푹 고아낸 후 살만 발라낸 다음 쌀이나 국수, 수제비를 넣고 한 번 더 푹 끓여낸다. 물고기 비린내를 없애려고 그 지방만의 양념을 더해져 조금씩 다른 맛이 난다. 어죽은 어탕 국수나 어탕 수제비로 먹을 수 있는데, 국수부터 먼저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면이 국물을 모두 빨아들여 버린다.     


국수와 수제비를 건져 먹은 뒤 칼칼하고 걸쭉한 국물에 밥을 넣고 다시 끓이면, 비로소 어죽이 된다. 어죽은 아주 단순한 음식이다. 좋은 재료를 써서 제대로 우려내면 저절로 맛있어 진다. 전혀 비릿하지 않고 담백하다. 


어죽 외에 민물새우탕, 도리뱅뱅이(민물고기 양념조림), 고동탕(다슬기탕)도 별미다. 고동은 다슬기의 무주지방 사투리다. 새끼 손가락 마디 크기의 작은 다슬기는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 재밌다. 무주에서 가까운 영동에서는 올뱅이라고 부른다.

남대천과 금강이 만나는 무주읍 대차리 마을
금강으로 느릿느릿 흘러가는 남대천

주민들의 다슬기 잡이가 한창인 남대천을 바라보며 달리다보면 정겨운 '점빵' 가게와 작은 시골교회가 여행자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남대천과 금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무주읍 대차리 마을이다. 무주읍에서 서쪽에 자리해 '서면마을'이라고 불린다.     


한적한 천변길에 콩가지를 쌓아놓고 도리깨질 하는 모습, 자전거 타고 다니는 동네 주민들 모습이 정답기만 하다. 시골마을에 어울리는 작은 교회의 십자가에 눈길이 머물렀다. 교회를 다니지도 신을 믿지도 않지만, 새 둥지를 품은 십자가는 자꾸 바라보게 된다.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시범마을로 선정되어 천변에 주택을 개조한 방갈로와 산책하기 좋은 소이나루 공원이 있다. 천변 정자나 방갈로 앞 쉼터에서 보이는 금강을 향해 느릿느릿 흘러가는 남대천 물줄기가 아름다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렀다.

대차리 마을안 작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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