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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성 Mar 28. 2021

속초의 바다 같은 호수, 청초호~영랑호 자전거여행

강원도 속초시 청초호 영랑호

높다란 전망타워와 산들이 멋지게 펼쳐진 청초호 / 이하 ⓒ김종성

강원도 속초엔 아쉽게도 기차역이 없지만, 이를 상쇄라도 하려는 듯 버스터미널에서 내리면 도보 10분 거리에 아름다운 속초 해변이 나타난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새파란 바다 위에 속초 유일의 섬 조도가 떠있다.  속초는 동해바다와 설악산도 만날 수 있지만, 호수여행도 할 수 있는 도시다. 석호라고 불리는 2개의 커다란 호수 청초호와 영랑호는 는 과거 바다였던 곳이다. 호반길따라 산책하거나 자전거 여행하기 좋다.  

   

민물새와 바다새가 함께 사는 호수 풍광이 무척 이채롭다. 호수 주변에 자리한 칠성 조선소(카페와 갤러리로 쓰임), 높다란 전망타워, 갯배가 오가는 아바이 마을, 작은 사찰, 범바위 등 다채로운 속초의 풍경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어느 시인이 이렇게 읊조렸단다.

“속초가 속초일 수 있는 것은 청초와 영랑, 두 개의 맑은 눈동자가 빛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청초호 수변의 옛 조선소, 카페와 갤러리가 있다

속초의 호수는 특별하다. 보통 호수는 땅이 움푹 들어간 곳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다. 하지만 속초 청초호와 영랑호는 우리가 흔히 아는 호수들과는 만들어진 과정이 전혀 다르다. 원래 청초호와 영랑호는 바다였다. 육지가 움푹 패여 바다가 찰랑거리던 곳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파도의 움직임에 의해 모래가 바닷물을 헤치고 한쪽 방향으로 길게 쌓이기 시작했다. 모래 퇴적물은 급기야 건너편 육지에 닿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바다는 분리가 된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호수의 물은 민물이 아니라 짠물, 즉 바닷물이다. 이런 호수를 석호(潟湖, Lagoon)라고 부른다.     


석호에 계속 비가 내리고, 또 작은 개천들이 흘러들면서 짠맛이 연해지고, 육지에서 떠내려 온 흙이나 모래로 연못의 깊이도 점점 얕아지게 된다.

새들의 보금자리 청초호
민물새와 바닷새를 함께 볼 수 있는 청초호

강원도 속초시는 석호인 청초호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청초호, 가만히 발음해 본다. 맑은 물로 씻은 듯 입안이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실제로 청초호의 '청초'는 '푸른 풀(靑草)'이란 한자로 표기한다. 호반길을 지나다보니 싱그러운 풀의 느낌이 가득한 호수다.     


청초호(속초시 청호동)는 관동팔경 중 하나에 속할 정도로 이름 높았던 곳이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청초호가 거울을 펴놓은 듯이 맑다고 소개되어 있다. 조선시대에는 청초호에서 경치를 즐기며 뱃놀이를 하는 양반들이 많았다고 한다.     


청초호엔 민물에 사는 새와 바닷새가 어울려 산다. 호수를 한결 아름답고 풍성하게 해주는 존재다. 새들이 많이 찾아오는 데에는 청초호의 남아있는 습지 부분에 모래톱과 갈대숲이 잘 형성돼 있어서다. 산책로에 조류관찰소, 조류관찰대가 만들어져 있어 여러 새들을 구경하기 좋다.     


청초호는 겨울철 시베리아 진객들이 한철을 나는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콘고니, 고방오리, 흰죽지, 제비갈매기, 개개비, 뒷부리도요 등 여러 철새가 찾아온단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청초호 곳곳에 철새들이 점점이 눈에 띈다. 새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유영하고, 섭식하며, 청초호에서 겨울을 난 뒤 고향으로 돌아간다.     

아바이 마을로 가는 갯배
아바이 마을 주택가 골목

청초호 호반길을 달리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호수보다는 바다 같다. 청초호는 제1종 항만으로 지정된 속초항의 내항으로 이용되고 있다. 청초호 끝은 ‘아바이마을’이다. 국내 대표적인 실향민 정착촌이다. 6·25전쟁 당시 북녘의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이 터를 잡으며 형성됐다. ‘아바이’는 ‘어르신’ ‘아버지’ 등을 뜻하는 함경도 사투리다.     


피란민 가운데 함경도 출신 어부들이 많은 탓에 여태 이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1·4 후퇴 때 국군과 함께 내려온 ‘아바이’들이 속초에 머문 이유는 단순하다. 곧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북녘 가까운 곳에 머물자는 생각이었다. 적수공권으로 남하한 그들은 황량한 바닷가에 토굴집, 판잣집을 짓고 고기를 잡으며 살았다. 그렇게 흐른 세월이 어느덧 60여년이 넘었다.     


5km의 호반길엔 여러 새들의 보금자리인 갈대습지, 호수공원, 속초시내와 설악산이 보이는 73m높이의 전망좋은 엑스포타워, 어선들이 오가는 선착장, 작은 조선소들이 자리하고 있어 흥미롭다. 동해안에 있는 석호 가운데 가장 다채로운 풍경을 간직한 호수지 싶다.     

자연미 그득한 호수 영랑호
영랑호 호반길

신라 화랑들이 노닐던 호수영랑호     


속초의 두 호수는 이란성 쌍둥이를 빼닮았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청초호는 화려한 생활을 즐기고, 주목받기를 원하는 도회지 아가씨 같다. 늘 번다하고 명랑하다. 반면 영랑호는 두메에 은둔해 사는 산골 여인의 이미지다. 세상의 시선에서 한 발짝 비켜선 덕에 원형에 가까운 소박한 자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청초호보다 북쪽에 있는 영랑호 지명은 특이하게도 신라시대 화랑 이름에서 유래한다. 영랑호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신라 때부터 화랑들이 찾아와 수련하던 곳으로 전해온다. 화랑인 영랑·술랑·안상·남랑 등이 금강산에서 수련하고 경주로 돌아가는 길에 이곳 경치에 반해 오랫동안 머물렀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영랑호는 자연호수다. 바닷물이 내륙의 지형을 깎고, 그 퇴적물이 다시 바다를 가로막으며 형성됐다. 둘레는 8㎞. 호숫가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속초 시민들은 저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호수를 즐긴다. 호숫가에서 관광용 자전거 라이더 일을 하는 아저씨는 겨울철엔 수많은 철새가 날아든다며 특유의 강원도 사투리로 여행정보를 들려 주셨다.

영랑호에서 보이는 설악산 울산바위
오징어 마을 장사항

호숫가에 자리한, 범의 자태를 닮았다는 거대한 바위무리 '범바위'는 영랑호의 명물로 속초8경의 하나다. 거대한 바위 위에 올라앉은 집채만 한 바위들이 호수를 배경으로 장관을 이룬다. 호수 너머로 설악산 능선들과 달마봉, 울산바위의 자태가 장쾌하면서도 아름답다. 신라 화랑들이 수련할만했다. 범바위 옆에 영랑정이 세워져 있어 호수 풍경을 감상하며 쉬어가기 좋다.     


영랑호 동쪽 끝 바닷가에는 한국어촌어항협회가 가볼만한 어촌체험마을로 선정한 장사항이 있다. 도심 바닷가에 자리한, 소형 어선 18척이 드나드는 작은 포구다. 영랑호처럼 본디 바다였던 곳이었으나, 모래톱이 형성되면서 육지가 되고 마을이 들어선 곳이다.     


마을 이름도 ‘모래기(사야터)’로 모래기 슈퍼, 모래기 식당 등이 있다. 장사항은 2000년부터 해마다 여름철 ‘오징어 맨손잡기 축제’를 벌여온 유명한 ‘오징어 마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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