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셀프 인테리어 끝!
여의장 이야기 #7
* 본 일기는 주로 셀프 인테리어를 하며 느꼈던 1인 가구인의 고난기가 담겨 있을 뿐, 셀프 인테리어의 공정 팁을 알고자 하시는 분들께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함을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의장'은 여의도 셀프 인테리어 장인이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이 단어를 지어주신 노난 작가님께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약 2주간의 공사, -2kg의 체력, 1톤짜리 마음고생 등을 갈아 넣었던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다.
믿을만한 업체를 찾지 못해서, 가격이 맞지 않아서 호기롭게 시작한 인테리어였고 엄청난 눈물을 쏟고, 후회를 하고, 성격을 버렸지만(??) 완성된 집의 모습에 그저 잇몸 미소. 이것이 바로 자연 미간 보톡스구나.
1. 주방의 변신
가장 크게 변신한 것은 주방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주방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으나 기울어진 상부장, 더러운 싱크대, 가라오케 스타일 조명 등 그 어떤 것도 살릴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아 이케아 주방으로 싹 갈았다. 집이 작아, 상부장을 없애서 수납공간이 없어졌지만 이케아 하부장은 엄청난 양의 그릇을 감당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도라에몽 가방 같은 녀석. 잊지 말자, 수납은 이케아.
2. 화장실의 변신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공이자, 돈이 가장 많이 들었던 시공인 화장실. 일단 장벽이 여러 개 있었다. 욕실 철거(목욕하는 걸 좋아하지만, 너무 떼가 타서 철거할 수밖에 없었어..), 변기 철거, 세면대 철거, 거울 철거, 뭐 다 철거네. 다 부수어야 했던 화장실.
도기나 세면대는 을지로에서 / 샤워기, 수건걸이 등 기타 부자재는 이케아에서 구매했다. 타일 선택부터 시공까지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흉물스러운 라디에이터 철거 못한 것이 천추의 한..) 그래도 제법 깔끔한 화장실로 탈바꿈하여 감사해. 아는 사람은 알 거다. 집에서 제일 중요한 공간은 의외로 화장실이라는 것을.
3. 방의 변신
온갖 못 자국에 목재 샥시, 그리고 깨진 유리로 가득하던 방. 거금을 주고 샷시를 교체했다. (추위 절대 지켜..) 도배는 미색으로, 장판은 소프트 콘크리트로 바꿨다. 채도가 밝고, 해상도가 높은 걸 좋아하는 터라 베딩이나 커튼을 화려하게 하고 싶었고, 그래서 도배나 장판은 최대한 심플하고 깔끔한 것으로 선택. 특히, 맘에 드는 커튼이 없어서 핸드메이드 담요를 커튼으로 사용했는데 아주 똑똑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해. 후후.
4. 거실의 변신
마지막으로 제일 좋아하는 거실의 변신. (물론 요즘에 안 치우고 살아서 저 정도의 느낌은 아니지만) TV나 소파가 있는 거실 아닌, 호텔 라운지나 아뜰리에처럼 아주 큰 테이블을 둔 거실을 만들고 싶었다. 이태원 엔틱 가구거리에서 나름의 거금을 주고 가로길이 1m가 넘는 엔틱 테이블을 구매했다. 지갑을 털어 피카소 판화도 구매했다. 머물고 싶은 거실을 만들고 싶었기에 지갑을 여는 게 아깝지 않았다.
다용도실을 뜯고 남은 문이 왠지 유럽풍 격자무늬 같아, 뒤에 안 쓰는 커튼을 달아 오브제로 두었는데 거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 되어버렸네.
이렇게 큰 테이블 하나를 거실에 두니, 밥도 여기서 먹고, 일도 여기서 하고, 술도 여기서 먹고 모든 생활권이 거실이 되었다. 거실에서 생활하게 되면, 침대에 무작정 눕는 일이 없어져서 좋다. 아침 10시 전으로 햇살이 아주 좋은데, 해가 잘 드는 방향으로 좋아하는 인형을 놓곤 한다.
집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진다.
나에게 집은 공간 이상의 어떤 의미를 지닌다. 첫 자취를 시작했던 망원동 집에선 매년 집의 생일(=내가 이사한 날)을 챙겨줬다. 마지막 그곳을 떠날 때 나는 결국 울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고마웠어 나의 첫 집.
망원동 집이 그립지 않도록, 여의도 집도 정성을 다 해 꾸몄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머무는 동안 잘 부탁해.
너는 작지만, 나의 일터이자, 나의 쉼터이자, 나의 풍경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