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고 싶은 이야기
이 날의 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더라.
오미크론 이야기가 기억나는 대화의 최초 시작점이다.
나는 그가 오미크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꽤 자주 엿들었다.
늘 이렇게 시작한다. "저희 단골손님의 가족 분 중에 제약회사 임원이 계신데..."
요약하면, 현재 전염되고 있는 오미크론은 치명률이 낮고 감기 수준으로 걱정할 정도가 아니다.
오미크론이 먼저 전파된 다른 나라들은 이미 마스크를 벗었다. 8월 즈음 4차 접종을 하기는 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내년 봄이면 마스크를 벗을 것이다. 치료제도 나와서, 감염돼도 약을 먹으면 된다고 한다.
이 날 내게도 "단골손님 가족 분 중에 제약회사..."이야기를 시작하시길래,
그 이야기를 한 번 더 해야 하시는 그분이 수고롭게 느껴져, 이미 옆에서 여러 번 들어서 알고 있노라고 말씀드렸다.
"꽤 고급 정보를 접하시네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가 대답하길, "예전부터 카페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어왔기 때문에 정보가 가장 많이 교류되는 공간이죠"라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이 대답에서 그에게 인문학적 향기를 느꼈다. 프랑스의 카페도 여러 문화 예술 지식인들이 드나들면서, 서로 자극을 주고받았고, 프랑스혁명의 배경에도 카페에서의 소통의 역할이 있다고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카페에서는 그런 풍경이 상상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같은 카페여도 나라마다의 특성에 따라 다른 풍경이라고 생각해왔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대하다 보니, 5분만 대화해보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돼요."
"아 진짜요? 저는 어때요? 아직 5분씩이나 대화를 해본 적은 없어서 모르시려나?"
"무난하신 스타일이죠. 오히려 받아주시는 스타일이고, 공감해주시고 들어주는 스타일이죠.
남자들을 보면 보통 세 가지가 바뀌어야 돼요. 허영, 허세, 착각. 임원까지 간 분들을 보면 보통 이 세 가지가 없어요."
"ㅋㅋㅋㅋㅋ 메모하면서 듣고 싶네요. 임원 정도 하려면 다듬어지냐 아니냐가 그 길을 판가름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네 저는 철학, 사람의 감정 이런 것들에 관심이 많아요"
"어 그래요? 철학이나 사람의 감정은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시는 거예요? 책 말고, 공부할 만한 방법들이 있나요? 유튜브?"
"저 책 많이 읽어요~"
"아 진짜요? 전혀 몰랐어요~"
(아 머야. 지난번에 책 읽는다고 그림 그리는 일 하는 줄 몰랐다고 한 이야기는.
책 많이 읽으면서 자신도 애서가라는 이야기는 쏙 뺐네)
"여기에서 읽으시는 책들 가끔 표지 보면, 읽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들이 있더라고요."
"심리학은 어떤 책 좋아하세요?"
"아들러요. 저는 교회 다니는데, 교회에서 말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와 색깔이 가장 비슷해요."
"아 저는 2017년까지 다녔어요. 근데 암튼 주변에서 잘 못 보는 캐릭터인데 신기하네요.
우선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고 남자인데, 감정에 관심이 많다니."
"맞아요. 제 주변에도 저 같은 남자애들 없어요."
이후 아들러 책 이야기와 MBTI 이야기를 하다가,
기독교 이야기로 넘어가 교회 이야기가 시작되려던 찰나 대화를 마무리했다.
교회 이야기가 시작되면 17년 동안의 이야기가 줄줄이 길어질까 싶어서.
이야기할 거리 많은, 수다스러운 남자 사람 친구 가능성 있는 사람으로 찜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