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기에 사랑을 모른단 말을 믿지 않습니다
200501
한 때의 기억으로 평생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평생을 잠겨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만 저는 그리 살고자 하지 않을 뿐입니다. 이는 세상에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외로움이 있다는 어느 시인의 말에 공감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대신 힘을 다해 행복하겠습니다.
밥도 잘 챙겨먹고, 가끔은 이른 저녁 산책도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오롯이 나를 위해 살겠습니다. 사람은 함께일 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제 자리에 최선을 다할 때 아름다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겠습니다.
사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아침마다 당연한 듯 우유 2개를 사 들고 가다 아차 하며 혼자 전부 마시곤 한다던지, 함께하고픈 멋진 여행지를 적어두다 헛웃음을 짓는다던지 하곤 합니다. 만약 우리가 아직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다면, 이 시각 당신은 제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요. 그 날 제 옷에는 당신 냄새가 배어있을까요. 그렇다면 그대로 걸어둔 뒤 하루 더 입어도 괜찮았을텐데요.
아무튼간 덕분에 저는, 많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받은만큼 돌려주는 사람은 당신 뿐이었단 걸 매일매일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몇번 데여보니, 어쩌면 혼자서도 생각보다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그러니 오늘까지만 피곤하게 살겠습니다. 그리고 힘껏 행복하겠습니다. 이 말들을 전부 전하는 날이면 그대 짧은 손가락으로 하늘엔 무엇이 그려질런지요
어느덧 여름이 창문을 두드리지만
내가 당신을 사랑해서 세상엔 여지껏 눈이 옵니다.
녹지도 않는, 그렇다고 맘 편히 쌓이지도 않는 그런 눈이 여지껏 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