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재난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합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지만 누구도 원하지 않지요. 누구나 겪고 있지만 누구나 같은 정도의 고통을 감내하지는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법인 파산은 1,069건으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았으며, 개인파산은 5만 379명으로 2016년 이래 최대치입니다. 최대치인 것은 파산만이 아니지요. 주식과 부동산 가격도 최대치입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계층, 세대, 지역은 코로나 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심지어 주식, 부동산 폭등으로 급격한 자산 증식을 이루기도 했지요.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 심화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불평등 심화가 두렵습니다. 단순히 빈곤이 두려운 건 아닙니다. 빈곤이 불러올 '단절'이 두렵습니다. 불평등의 심화는 사회적 자본 (Social Capital)을 훼손합니다. 사회적 자본은 대인관계의 신뢰와 유대를 나타내는 개인 간 사회적 자본과 정부의 행정, 법질서에 대한 신뢰를 의미하는 사회적 자본으로 나뉩니다. 불평등은 계층과 계급 간의 분리를 견고히 합니다. 코로나는 사회적 자본을 빠르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최근 '같은 단지 안 다른 색 아파트'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 한 아파트에 임대 동과 분양 동을 섞어둔 아파트라고 합니다. 장기수선충당금을 부담한 분양동은 파란색으로 도색을 했습니다. 그런데 임대동은 그대로 낡은 분홍색입니다. 외관마저 다른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주민'으로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있을까요? 그들에게 재난이 찾아오면, 서로가 서로를 도와줄 수는 있을까요?
재난은 약한 자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갑니다. 그리고 남겨진 건 잿더미뿐이라는 걸 목격하지요. 다시 집을 세우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마음에는 분노, 무기력, 슬픔만이 남습니다. 그런데, 재난을 코 앞에서 목격하지 않은 사람들은 거리를 둡니다. 마치 재난을 겪은 당사자가 그 재난의 상징과도 같다고 여기곤 합니다. 우리 모두는 세상은 안전한 곳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없습니다. 끝끝내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에 '단절'이라는 흉터를 남기고 떠나겠지요. 연결성 회복하기. 누구도 고립시키지 않기. 코로나 바이러스의 종식은 집단 면역 형성이 아닌, 사회적 자본의 회복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