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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네 Nov 23. 2022

전원주택 사기 전에 전월세를 살아봐야 하는 이유

전원생활 11년 차의 경험

나는 경기도 양평에서 11년째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에서도 살아보았고 경기도의 주택이나 빌라에도 살아봤었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전원주택을 구입하기 전에 원하는 지역에서 전월세로 먼저 살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전월세로 살아보면서 도시와는 다른 인프라에도 만족하며 살 수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전원주택 주변에도 마을버스가 있긴 하지만 하루 몇 번만 오는 버스 시간에 맞춰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만나야 할 사람과의 약속이 서울일 경우 마을버스 타고 나가 또 전철로 갈아타고 긴 시간을 가야 한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교통비도 꽤 많이 든다. 그래서 결국 자동차를 이용하게 되고 부부끼리만 살아도 차가 두 대여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병원이건 마트를 가려고 해도 차가 있어야 하니까.     


요기요,  배달의민족 등  음식 배달 어플도 무용지물이다. 서비스가 해당되지 않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브랜드 치킨이나 브랜드 피자가 먹고 싶어도 주문을 할 수도 없고 사러 갈 곳도 없다. 


헬스클럽이나 수영장을 가려고 하면 자동차로 한참을 나가야 한 군데 정도 있다. 헤어스타일을 마음에 들게 바꾸고 싶으면 미용실도 도시로 나가야 한다.


PC방은 당연히 없다. 남편의 지인 아들에게 학교 다닐 때 뭐 하고 놀았냐고 질문했더니 개울에 가서 물수제비 뜨며 놀았었다는 대답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아들이 군대까지 다녀온 복학생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PC방은 없다.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꽂히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만 도시의 편리함에 익숙한 사람은 결국 다시 도시로 나가게 된다     




둘째, 전월세로 살면서 이웃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전원주택의 경우 처음 가서 그 집을 봤을 때는 참 좋았는데 살다 보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이웃문제가 가장 크기 때문에 살고 싶은 동네에 전월세로 살면서 이웃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꼭 확인해야 한다.


이웃은 내가 그 지역에 사는 동안은 계속 마주쳐야만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전원주택에서는 주변의 닭 소리, 개 소리, 혹은 말이 통하지 않는 이웃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서로가 배려하고 조심하면 대체로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된다. 


하지만 노력함에도 이웃이 내 삶의 문젯거리가 되는 순간 전원생활은 지옥이 되기 때문에 집의 위치만 생각하고 무조건 집을 짓거나 사는 건 피해야 한다. 살아보지 않고는 이웃을 파악할 수 없고 그 이웃이 이사 가거나 내가 이사 가기 전까진 계속 이웃해서 살아야 하기에 전원주택을 구입하기 전 반드시 전월세를 살아봐야 한다.


     



셋째, 전원주택 전월세를 살아보면 전원주택을 보는 안목이 생기게 된다. 


아파트의 난방은 전부 도시가스로 하지만 전원주택의 경우 난방의 종류가 참 다양하다. 심야전기 난방, LPG가스 난방, 지열 난방, 기름 난방 등등. \


전월세로 사는 동안 그 나름의 장단점들을 파악하면 나중에 어떤 난방 종류를 선택할지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


단지로 형성된 전원주택을 선택할지 아니면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전원주택을 선택할지도 경험에 의해 결정할 수 있다. 


이웃집들이 많긴 하지만 드나듦이 편한 평지의 집을 선택할지, 조금 올라가긴 하지만 집들이 그리 많지 않고 뷰가 뻥 뚫린 산속 집을 선택할지에 대한 나의 취향도 알게 된다.


또 집의 내외장재 및 구조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된다. 잔디마당으로 할지 자갈을 깔 것인지, 텃밭은 꼭 만들어야 할지 테라스가 꼭 필요한 것인지 등등 살아봐야만 답을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내가 원하는 지역 주위에 축사는 없는지, 고압 송전탑은 없는지, 주변에 외부인들이 소음 낼만 한 펜션이나 캠핑장은 없는지 지하수는 대공인지 소공인지를 따지는 것처럼 전원생활을 경험하다 보면 내가 살 집을 고르는 안목이 생기게 되기 때문에 전원주택을 구입하기 전 꼭 전월세를 살아봐야 한다.     




넷째, 전원주택에서 전월세를 살아보면 여러 가지 하자에 대한 대처법을 배우게 된다. 


아파트에 살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대개 관리실에 연락하면 거의 해결을 해준다. 하지만 전원주택의 경우 집을 짓든 구입을 했든 이후 생기는 하자에 대해서는 다 내가 나서서 업체를 부르거나 직접 고쳐야 한다. 

갑자기 지하수가 안 나오기도 하고, 천장에서 물이 새기도 한다. 화장실 수전에서 물이 새기도 하고, 전기가 나가기도 한다. 보일러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기도 하고.


그 모든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당황할 수밖에 없다. 전월세로 살게 되면, 일단 집주인에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볼 수도 있고, 그런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업체를 소개받을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업자를 불러야 하는 상황인지 인터넷에서 부품을 구입해서 내가 고칠 수 있는 상황인지까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다섯째, 2년 동안 전원주택에서 살아보면 내가 미래의 가치보다 현재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게 된다. 


전원주택이나 전원생활 관련 영상 밑에는 항상 전원주택 절대 사지 말라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아파트는 살고 있는 중에도 가격이 오르기도 하지만 전원주택은 절대 가격이 오르지 않으며, 나중에 팔려고 할 때도 쉽게 팔리지 않는다고. 대체로 그것이 사실이다.


집은 주거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며 전원주택을 구입해 사는 분일지라도 자신이 팔고 온 아파트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속상함이 한 번으로 끝나고 허허 웃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 얘기를 생각할 때마다 속상한 상태가 반복될 사람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전원주택을 사놓고 ‘아파트를 살 걸’ 하는 후회를 안 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알 수 없고. 그러니 2년간 전원주택에서 전월세로 살면서 자신에 대해 좀 더 확실하게 파악해 봐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




여섯째, 나의 전원생활 로망의 유효기간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말은 전원생활에도 확실하게 적용된다.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의 유효기간은 대체로 2년이다. 2년 정도가 지나면 로망도 어느 정도 실현해 본 상태가 된다. 그렇게 전원생활이 일상이 된 후에도 꾸준히 그 안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전원주택 전월세를 살아봐야 한다. 


2년간 로망을 실현하고 나니 그 뒤엔 모든 것이 더 많은 일거리로만 느껴진다면 전원생활에서 계속 행복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땐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전원주택을 구입하기 전 전월세를 꼭 살아봐야 한다.



단, 전원주택에서 전월세로 사는 동안 그 집을 내 집이다 생각하고 생활하는 게 중요합니다. 


‘내 집도 아닌데 돈을 왜 들여?’ 하는 생각으로 잔디도 관리하지 않고, 꽃밭도 가꾸지 않고 고장 나면 고장 난 대로 살면 포장만 전원생활이지 그 기간 동안 내가 배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내가 나중에 집을 임대 줬을 때 임차인이 이렇게 살아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살아봐야 한다. 


그렇게 살아야만 사는 동안에도 행복할 수 있고 나중에 내 집을 짓거나 구입했을 때 큰돈이 들어가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나만의 전원주택을 갖기 전 전월세로 꼭 살아봐야 하는 이유다.     

https://youtu.be/YDrq5ksUc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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