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 안에 두 집 살림은 있을 수 없다

[글쓰기 특강 / 문장의 기술] 잘못된 문장 고치기 연습 中

by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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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특강 / 문장의 기술]


한 문장 안에 두 집 살림은 있을 수 없다.


[크리티카 논술학원 구술면접 아카데미] 인문학 에세이 中 '잘못된 문장 고치기'



[ 오늘의 잘못된 문장 ]

사례 1:

일본에서 살던 누군가가 결핵 퇴치 사업을 구상했었는데, 결핵은 이젠 완치율이 아주 높아진 병이지만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는 몇 백만 명이나 앓고 있는 질병이었다.”


사례 2:

그가 제안한 프로젝트가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높이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는데, 놀랍게도 비용 대비 출석률을 상승시키는 데 매우 바람직한 방법이었다.”



한 가정에 두 집 살림은 존재할 수 없다. 글도 마찬가지다. 한 문장에 두 집 살림은 존재할 수 없다. 문장이 단문이 아니라 복문일 때, 실질적으로 2개 이상의 문장이 한 문장 안에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문장들 사이에는 ‘논리적인 상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문장들이 두 집 살림이 아니라, <한 집 살림>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논리’는 형식 측면과 내용 측면 모두를 의미한다.


그런데 가끔 글을 쓸 때 문장을 길게 늘이다 보면 논리적으로 연계성이 약한 두 개 이상의 생각·관념이 혼재할 때가 많다. 당연한 일이다. 생각의 속도는 손보다 빠르니까 말이다. 생각나는 게 많고 말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글씨는 그만큼 빨리 써지질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간차를 인지하지 못한 채, 두 개 이상의 생각·관념을 섣불리 한 문장 안에 나열시켜버리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고는 바로 다음 문장을 써버린다. 이 경우가 바로 한 문장에 두 집 살림이 생기게 되는 이유 중 가장 흔한 사례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까닭은 바로 퇴고를 게을리 하기 때문이다. 퇴고는 결코 글을 다 쓰고 난 뒤에만 하는 게 아니다. 한 단락 한 단락, 한 문장 한 문장, 심지어 단어 및 조사 하나를 써놓고도 얼른 다시 읽어보고 논리적인 정합성을 따져봐야 한다. 퇴고는 글을 쓰는 과정 내내 이뤄져야 할 일종의 ‘비상 준칙’(非常 準則)이다. 어찌 보면 다소 강박적이다 싶을 만큼 검열 의식을 발휘해야하는 게 퇴고다.


위 예문 2개는 모두 한 문장에 두 집 살림을 차린 사례들이다. 한 문장 속에 두 개의 생각·관념이 쉼표 앞뒤로 나열돼있는데, 그 둘이 논리적으로 상관성이 낮다. 그래서 의미 전달에 실패한, <잘못된 문장>이 돼버렸다. 한 문장씩 그 화근(禍根)을 알아보고 고쳐 써보자.


사례 1:

일본에서 살던 누군가가 결핵 퇴치 사업을 구상했었는데, 결핵은 이젠 완치율이 아주 높아진 병이지만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는 몇 백만 명이나 앓고 있는 질병이었다.”


①부분은 결핵 퇴치 ‘사업’ 얘기인데, ②부분은 결핵을 앓는 당시의 ‘환자 수’를 얘기하고 있다. ①과 ②의 핵심내용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려면 ①과 ②의 관계가 <원인-결과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왜’ 일본에서 살던 누군가가 결핵 퇴치 사업을 구상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당시의 결핵 환자 수가 설명해줄 수 있다. 그런데 위 사례1 문장은 ①과 ②가 <인과관계> 형식으로 표현되어있질 않다. 그저 ①과 ②가 각자 할 말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둘 사이에 접점은 없다. 그래서 이 문장이 어색하게 보이고, 뜻이 와 닿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장을 바르게 고쳐 쓰려면, ①이 결과가 되고, ②가 그 이유가 되도록 형식과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아래는 고쳐 쓴 예시다.


사례 1 고쳐 쓰기:

일본에서 살던 누군가가 결핵 퇴치 사업을 구상했었는데, 결핵은 이젠 완치율이 아주 높아진 병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이들이 앓고 있던 질병이었기 때문이다.


②부분을 “… 때문이다”로 마무리해서 ②가 ①의 원인이라는 것을 명시했다. 또 ①부분이 과거형이니까 ②도 그와 시제(時制)를 맞춰주기 위해서 중간에 “아직도”를 “당시만 하더라도”로 바꿨다. 덕분에 이제야 ①과 ②가 형식상으로든, 내용상으로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기분이 든다. 다음은 사례 2번 문장을 분석해보자.



사례 2:

그가 제안한 프로젝트가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높이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는데, 놀랍게도 비용 대비 출석률을 상승시키는 데 매우 바람직한 방법이었다.”


<출석률이 높은 학생은 학습 능력도 높은 학생인가?> 당연히 아닐 테다. 출석률이 높은 학생은 성실한 학생일 가능성은 있지만, 그게 곧 그 학생의 학습 역량이 빼어나다는 뜻은 아니다. 한마디로 <출석률>과 <학습 능력>은 상관성이 낮다. 그런데 위 사례 2번 문장은 <출석률>(③부분)과 <학습 능력>(④부분) 간에 상관성이 매우 강하다는 식으로 서술했다. 내용상 명백히 오류다. 그래서 이 문장이 어색하게 보이고, 뜻이 와 닿지 않는 것이다. 만약 ④의 “출석률”이란 말과 ③이 내용상 호응하려면, ③의 “학습 능력”이란 말은 “학습 의지”로 수정되어야 한다. <학습 의지>는 <출석률>과 상관관계가 있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이를 바탕으로 고쳐 쓴 예시다.


사례 2 고쳐 쓰기:

그가 제안한 프로젝트가 학생들의 학습 의지 높이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는데, 놀랍게도 비용 대비 출석률을 상승시키는 데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일단 <학습 능력>을 <학습 의지로> 바꿔서 ③부분이 ④부분과 논리적으로 연계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본래 “바람직한”이란 표현을 “효율적인”이란 말로 바꿨다. 바람직한”이란 말은 옳고 그름을 따지듯이 일종에 당위(當爲, sollen)를 문제 삼는 사안에서는 어울리는 표현이지만, 사례 2번 문장처럼 다소 기능성‧경제성을 논하는 사안에 최적화된 용어는 아니다. 따라서 당위의 영역에 어울리는 용어보다 존재(存在, sein)의 영역에 어울리는 말이 낫다. 그래서 앞쪽 ③부분에 있는 ‘효과’라는 단어와 뒤쪽 ④부분이 서로 호응이 될 수 있도록 ‘바람직’이란 단어를 ‘효율’이란 단어로 교체한 것이다. 그리고 그게 문장 안에 있는 <비용 대비 출석률>이란 개념과도 더욱 상응한다.


글을 쓸 때 문장이 길어지는 까닭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다. 또 관념이 넘쳐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관념의 속도는 손보다 빠르기 때문에 관념을 제어하지 못하면 문장에 논리적인 틈이 생긴다. 그래서 앞서 봤던 사례들처럼 긴 문장 안에 이질적인 형식, 이질적인 내용들이 생긴다. 생각과 관념을 엄밀하게 퇴고하며 글쓰기를 진행할 때 한 문장 안에 두 집 살림도 막을 수 있다. 외도를 막아야 가정의 평화가 지켜지듯, 문장 안에 존재하는 틈과 이질성을 경계해야 우리네 글에도 비로소 평화가 도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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